지역마다 뛰어난 경승지가 있고, 이곳을 노래한 시와 전설이 있다. 이들 경승지 중에서도 뛰어난 경승지를 명승지라고 했다. 또한 그 중 최고의 자리를 골라 00팔경이니, 00 십이경이니 해서 지역 안팎으로 자랑스럽게 널리 소개하곤 했다.

 울산에도 풍광과 풍류와 시가가 어우러진 ‘울산팔경’이 예로부터 있어 왔다. 그리고 지난해 12월에 ‘울산 12경’이 새롭게 지정됐다. 가지산 사계, 간절곶 일출, 강동 주전해안 자갈밭, 대왕암 송림, 대운산 대원암 계곡, 울산공단 야경, 문수 체육공원, 반구대, 신불산 억새평원, 작괘천, 태화강 선바위와 십리대밭, 파래소 폭포가 그것이다. 이를테면 오늘을 사는 시민의 눈으로 정한 "신울산 12경"인 셈이다.

 그런데 최근 이 울산 십이경 중에서 강동 주전해안 자갈밭(몽돌밭)과 대왕암 송림 일대가 몸살을 앓고 있다. 각종 해안 정비사업과 공원 입구 무허가 음식점, 공원내 고목의 고사 등이 주원인이다. 정작 문제는 울산 12경을 지정한 울산시 당국의 관리 소홀에 있다. 관광울산을 널리 알리기 위해 명승지를 지정했으면 관리 운영, 홍보 등에 최선을 다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는 얘기이다.

 주전해안 일대 몽돌밭은 동구 주전동 새마을교에서 북구 어물동 금천마을 까지의 2~3km내의 자갈밭을 이르는 말이다. 이 곳은 지난 90년대 이후 몸살을 앓고 있다. 행락객과 수집가들의 몽돌 밀반출 때문이다. 여기에 몽돌밭 산책로와 녹지공원, 조형공원, 소광장, 주차장 확보를 이유로 해안 정비사업에 착수하면서 자갈밭과 해안절경은 날로 훼손되고 있다. 내대왕암 송림의 경우는 입구의 무허가 음식점과 공원내 수목의 고사가 이미지 훼손의 주원인이 되고 있다. 주말과 일요일 일대를 찾는 시민들도 수림 환경훼손에 일조하고 있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울산 12경 중 강동 주전해안의 몽돌밭과 대왕암 수림만 몸살을 앓고 있지 않다는데 있다. 작괘천과 파래소, 간절곶 일대를 찾는 상춘객과 신불산, 대운산 일대를 찾는 등산객이 최근 들어 부쩍 늘어났고, 이로 인해 울산 12경은 물론 도처의 명산 명소가 시달리고 있다. 익히 경험한 일이지만, 사람들이 다녀간 뒷자리는 결코 예전의 자리일 수 없다. 울산시 당국은 울산 12경을 중심으로 더 이상 지역의 여타 명소가 훼손되는 일이 없도록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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