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행복한 다둥이네-여섯자녀 키우는 백운학·이재숙 부부
아빠·엄마와 4남2녀 여덟식구 북적
살림 힘들때면 아이들로부터 힘 얻어
교육비 고민 씻어줄 정책 확충됐으면

▲ 지난 6월 다자녀가정 행복축제에서 ‘즐거운 나의 집’을 다함께 부른 백운학·이재숙씨 가족.'
북구 천곡동 백운학(47·자영업)·이재숙(44) 부부는 고등학생부터 갓 두 돌을 넘긴 아기까지 모두 여섯 명의 자녀를 두었다.

늠름한 큰 아들 두현(달천고 2)이와 둘째 아들 두진(동천초 6)이, 어여쁜 첫 공주 시은(동천초 4)이와 장난꾸러기 평강(7)이, 애교와 애살이 넘치는 둘째 공주 한나(5)와 순둥이 막내 요한(2)이까지 4남 2녀가 그 주인공들.

가족들이 들고 나는 아침과 저녁시간만 조금 복닥거리다마는 여늬 집과 달리 이 집은 하루 종일 아이들 뛰노는 소리와 웃음소리가 넘쳐난다.

◇ 힘든 가사일, 충만한 행복감으로 극복

조금도 쉴 틈이 없어 보이는 이 집의 살림은 대부분 엄마 이재숙씨의 몫이다. 세탁기는 하루 두 번은 기본으로 돌아간다. 이불이나 커튼을 빨아야 하는 날에는 온종일 세탁기통 돌아가는 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요즘처럼 아이들 내복이며 안팎으로 겹겹이 껴입는 겨울철도 마찬가지. 말갛게 세탁된 옷가지와 수건들은 베란다 건조대 만으로는 비좁아 이방 저방 널리기 일쑤다.

하지만 온종일 집안일에만 파묻혀 지내는 이씨의 얼굴에는 웃음기가 가시지 않는다. 남들처럼 여유롭게 외출도 하고, 문화생활도 즐기고 싶지 않느냐고 물었다.

이씨는 “내 아이를 낳아서 기르는 일 보다 더 재밌고 행복한 일이 이 세상에 무엇이 있느냐”고 반문했다. “요즘은 아이 많은 집을 따뜻하게 바라봐 주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으니 그나마 다행”이라며 “내 아이 잘 키웠을 뿐인데, ‘애국자’ 소리까지 들으니 우리가 오히려 감사할 따름”이라고 덧붙였다.

◇ 가족 여행과 교육비 문제 아쉬움 많아

아쉬운 점이 전혀 없지는 않다.

결혼 20주년이 가까이 다가왔지만, 온 가족이 다함께 다녀 온 가족여행 추억이 많지 않다. 이씨는 “형제자매들은 어린 시절 추억을 되새기며 한평생을 함께 지낸다는데, 우리 아이들에게 공통의 추억거리를 많이 만들어주지 못한 것이 제일 아쉽다”고 말한다.

▲ 가족사진을 촬영중인 백운학·이재숙 부부와 여섯 자녀들.

처음엔 집 안에 갓 난 아이가 차례로 태어나니 여행을 계획하기가 쉽지 않았다. 아이들이 조금 더 자라면 떠나자는 약속은 자연스럽게 수년 씩 미뤄졌다. 아이들이 자라고 나니 이제는 학년별 학습 일정을 맞추기가 쉽지 않았다. 시험 일정이나 체험 학습 등 각 자의 일정이 너무 바빠 한 두명씩은 꼭 빠질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 잘 날 없다는 말처럼 여섯 아이가 돌아가며 병치레를 할 때도 계획된 여행을 포기하는 수 밖에 없었다.

그래도 겨울철마다 온천여행은 빼놓지 않고 다녀온다. 이씨는 “한 달에 두 세번씩 다녀오는 목욕비도 가족수가 많다보니 생활비 중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는 이씨는 “온 가족이 함께 즐기며 온천을 하다보니 여행도 하면서 생활비도 아낄 수 있어 그만큼 좋은 테마여행이 없다”고 말한다.

이씨는 여느 가정처럼 아이들 교육비에 대한 걱정도 털어놓았다. 사교육비는 차치하고, 학교나 공공기관에서 운영되는 어린이 및 청소년대상 교육프로그램만이라도 아이들이 마음놓고 참여할 수 있게 되기를 바라고 있다.

이씨는 “아이가 많다보니 아이들 담임선생님이 종종 방과후수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도와주셔서 감사히 잘 참가하고 있다”면서 “그래도 배우고자하는 아이들 열망을 제대로 채워주기에는 부족함이 많은 것 또한 현실”이라며 안타까워한다.

아이를 낳은 부모에게만 지원혜택을 주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가장 어려움을 느끼는 교육비 부분을 해소해 주는 정책들이 확충되기를 바라고 있다.

◇ 2010 다자녀가정 행복축제 다복상 수상

아빠 백운학씨는 경상일보사가 주최한 ‘2010 다자녀가정 행복축제’에서 다복상을 받은 일이 올 한해 가장 큰 추억거리라고 밝혔다. 백씨는 기타를 연주하고, 큰 아들 두현이는 드럼을 두드렸다. 아내와 아이들이 반주에 맞추어 ‘즐거운 나의 집’을 부르자 박수갈채가 쏟아졌었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이들 부부는 아이들 손을 잡고 주일마다 교회를 찾으면서 함께 무대에 오르는 경험을 여러 차례 겪었다. 예배를 마친 아이들이 한 가지씩 악기를 익힐 수 있는 기회를 얻게되자 그 때부터 가족합주단을 꿈꾸었고, 마침내 축제현장에서 그 진가를 발휘하게 된 것.

“두살배기 막내가 좀 더 자라면, 완벽한 ‘가족 그룹사운드’가 탄생할 것”이라며 활짝 웃는 백씨는 “어디에 내놔도 기죽지 않고 당당한 아이로 키우는 것이 내 삶의 가장 큰 목표”라고 말했다.

이제는 큰 아들 두현이가 아내 못지않게 든든한 힘이 되어주어 더 의지가 된다고도 털어놓았다.

집 안에서 두현이는 ‘군기반장’으로 통한다. 토닥거리는 아이들은 두현이 앞에서 잠시 싸움질을 멈춘다. 사소한 일이 빚어지거나 잘잘못을 가려야 할 일이 생기면, ‘솔로몬’ 역할을 자처한 두현이로 인해 집안의 질서가 바로 잡힌다.

“어느덧 우리 아이들에게서 위로를 받고 있는 제 자신을 보게 되요. 그 힘이 얼마나 큰 지 아이가 많아서 생기는 걱정거리는 문제가 안되죠. 더불어 사는 사회가 건강한 사회인 만큼 아이들이 주변 사람들의 어려움을 살피는 넉넉한 마음을 가졌으면 합니다.”

글=홍영진기자 thinpizza@ksilbo.co.kr  사진=김동수기자 dskim@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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