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 후반 프랑스에서 인상파의 문화계 깊숙이 뿌리를 내렸다. 화가들은 물건의 인상을 그림으로 표현했고 시인들도 주제의 접근이나 표현방법에 이르기까지 느낌이나 인상을 중시했다. 이같은 현상은 음악도 예외가 아니었다.

 드뷔시, 라벨 등의 작곡가는 미술과 시의 영향을 받아 새로운 음악을 만들어냈고 그것이 바로 인상주의 혹의 인상파의 음악인 것이다. 신비하고 반쯤 밖에 표현되지 않은 몽롱한 표현이 듣는 이로 하여금 초점이 흐린 사진을 보는 듯 뿌연 느낌이 드는 그런 음악이었다.

 이 인상주의의 창시자인 드뷔시(Claude Achille Debussy)의 월광(Clair de Lune)이나 목신의 오후에의 전주곡(Afternoon of Faun), 바다(La Mer), 이베리아(Iberia) 등 그의 작품을 들어보면 모든 표현이 분위기와 암시로만 연결지어진다. 이러한 음악들이 처음에는 공감을 얻지 못하고 냉대를 받았으나 오늘날에는 아주 친숙하고 즐거운 것이 되어서 TV연속극의 배경음악이나 광고물에 쓰이기도 한다. 물론 레코드 판매에서도 상위권을 달리고 있다.

 이 곡들 중에 교향시 바다(La Mer 3 Esquisses Symphoniques)는 드뷔시의 방에는 그림이 하나 걸려 있다. 막 부서지는 큰 파도와 고기 잡는 한 척의 작은 배, 후지산이 그려져 있는 일본 푸쿠사이의 가나카와 그림이 그것이다. 이 판화가 "바다"의 작곡과 동시에 일어난 엠마와의 사랑의 극적인 진전 또한 영향이 크다고 볼 수 있다.

 두사람은 저지섬으로 여행을 떠나며 그곳에서 "기쁨의 섬"과 "바다"의 작곡에 몰두하여 이듬해인 1905년에 바다가 완성되어진다. 아마도 인상파 화가의 그림과 섬에서 느낀 바다, 그리고 엠마와의 사랑이 이 작품에 응집되어 표현되어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이 곡을 담은 음반은 세가지가 꼽힌다. 블레즈, 앵겔브레슈트, 번스타인 등 세사람의 다른 지휘자에 의해 레코딩된 음반은 각기 다른 특색을 지닌다.

 블레즈의 지휘는 섬세하면서도 분명한 연주로 시시각각 변하는 조형을 만들어낸다. 멈추지 않는 그 형은 파도처럼 생생하여 전체적으로 앞서의 판화처럼 구도가 뚜렷한 연주가 되었다.

 앵겔부레슈트의 음반은 개개 악기의 음색을 추상적으로 사용하여 바다에 깊이 잠기는 전위성을 이끌어내 보인다.

 번스타인은 넓은 바다 위의 번쩍임, 파도의 포말 등을 훌륭하게 포착하여 파도의 고조와 같은 감정의 고양을 보여준다. 좋은 싫음이 너무 분명한 연주이기도 하다. 김정호 울산예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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