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저출산 발목잡는 불임 -현황과 지원
불임부부 체외수정 시술 3회 지원은 소득·혼인상태·연령 등 기준 맞아야
불임 진료환자수 매년↑…대책 절실

▲ 인구보건복지협회 울산광역시지회(본부장 허진근) 아기사랑후원회(회장 이문희)가 불임으로 고통받아온 이금숙(38) 주부에게 지난 7일 지회 사무실에서 사랑의 후원금을 전달했다.
의도적으로 아이를 원치 않는 딩크족이 아니라면, 대부분의 부부가 결혼 후 가장 기다리는 소식이 바로 ‘임신’이다. 저출산 문제가 국가적 차원에서 극복해야 할 과제가 된 요즘, 임신과 출산은 곧 개인적인 축복을 너머 나라를 위한 애국으로 곧잘 비유된다.

하지만 이같은 사회적 분위기 때문에 더욱 힘든 가정이 있다. 그토록 원하건만, 아무리 노력해도 임신이 되지않는 불임부부들이다. 이들의 속타는 심정은 직접 겪지 않고는 모를만큼 괴롭다.

북구 중산동 이금숙(38)씨는 중국에서 울산으로 시집온 다문화가정 주부다.

그는 지난 수년 동안 아이가 생기지 않아 무던히 속을 끓였다. 아무리 병원을 찾아도 원인불명이라는 소리만 들을 뿐 이렇다 할 치료도, 대책도 없이 세월만 보냈다. 아이를 낳아 오손도손 재미있게 사는 이웃들을 보면 부럽기 그지없었다.

병원을 수소문, 사비를 털어 인공수정시술을 6차례나 시도했다. 하지만 모두 실패했고, 김씨는 다시금 우울한 날을 보내야 했다.

딱한 사연을 들은 이웃들이 “불임으로 고생하는 가정에 도움을 주고자 시 또는 구청에서 지원금을 준다”면서 김씨를 인도했고, 희망을 찾은 김씨는 정부 지원을 받아 모두 3차례의 체외수정을 시도했다. 그러나 역시 그렇게 바라던 아기는 김씨에게 찾아오지 않았다.

총 3회만 지원받을 수 있는 정부 지원도 이제는 더이상 받을 수가 없는 처지. 회당 300만원 가량 소요되는 고액의 시험관아기 시술비는 이제 더이상 감당할 수가 없었다.

지난 7일 인구보건복지협회 울산시지회(본부장 허진근) 사무실에서 아기사랑후원회(회장 이문희)로부터 300만원의 성금을 후원받은 김씨. 마음 한 켠, 희망의 불씨가 피워지는 듯 했지만, 또 다시 실패할 지 모른다는 불안감과 이러다간 생계마저 타격을 받을 것 같다는 생각 때문에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다.

김씨처럼 외롭고 힘든 삶을 살고있는 불임가정 주부는 주변에서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올해로 결혼 9년 차인 박모 주부는 결혼 후 바로 아이를 가지고 싶었으나 잘 들어서지 않았다. 의사는 인공수정, 시험관 아기 시술을 권했으나 비용부담이 만만치 않았다.

저출산이 큰 문제라고 하면서도 정작 지원은 아이를 낳는 출산가정에만 집중될 뿐 아이를 낳고 싶어도 못낳는 사람에 대해서는 그다지 적극적이지 않는 것에 화가 난다고 털어놓았다.

결혼 5년차인 정모(36)씨도 비슷한 처지다. 시부모와 함께 사는 그녀는 각종 매체에서 출산을 유도하는 캠페인만 나오면 괜시리 눈치가 보인다. 3번의 인공수정 시술을 받았지만 결과가 좋지 않았다. 저출산이 국가적 문제라고 하지만, 불임에 대한 고통은 오롯이 개인의 몫으로만 취급당하는 것 같아 늘 외롭고 우울하다고 털어놓았다.

□저출산사회, 불임 해마다 늘어

이같은 문제는 비단 이금숙씨만의 문제는 아니다. 저출산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불임 치료를 받는 환자와 자연 유산이 해마다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8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자연유산 건강보험 진료환자 수는 6만4642명으로 2005년 5만6300명 보다 14.8% 많았다.

연령대별 증가율을 보면 지난해 30~39세 자연유산 진료환자는 3만8064명으로 2005년보다 27.5% 대폭 늘었다.

이는 지난해 20~29세 진료환자가 2만669명으로 2005년보다 7% 감소한 것과 대조를 이뤘다.

지난해 40~49세 진료환자수도 5579명으로 2005년보다 42.4%나 늘면서 40대와 50대에서 자연유산 진료환자 증가폭이 크게 나타났다.

또 지난해 건강보험을 적용받은 불임 진료환자는 19만3607명으로 2005년 15만4689명보다 25.2% 늘었다.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 출산율이 1.15명으로 낮은데도 자연유산과 불임 진료환자가 증가한 것은 저출산 현상이 젊은층의 단순한 출산 기피보다는 결혼과 출산 연령이 늦어진데 따른 결과라는 해석이다.

□지역 내 불임부부에 대한 지원 정보

저출산을 해결하기 위한 울산시의 노력은 어디까지일까.

울산시는 지난해부터 불임부부에 대한 시술기회 및 시술비를 확대 지원해 왔다. 김씨의 사례처럼 불임부부가 체외수정 시술을 받고 싶어도 경제적인 부담이 많은 경우 여러번 시술을 시도해야 하는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시술 지원 횟수를 기존 2회에서 3회로 늘렸다.

지원대상은 도시 근로자 가구 월평균 소득 130% 이하(2인 가족 기준 보험료 직장가입자 11만3820원, 지역가입자 14만500원), 법적 혼인상태의 부부로서 여성 연령 만44세 이하인 자, 시험관 아기시술을 요하는 의사진단서를 제출하는 자이다.

지원내용은 체외수정시술 등 보조생식술(단 인공 수정은 제외)이다.

1회 지원액은 150만원(최고 450만원)이며 기초생활수급자는 지난해 1회 255만원에서 270만원(최고 810만원)으로 늘었다. 불임진단서원본, 건강보험카드 사본, 최근월분 건강보험료 납부영수증 또는 급여명세서, 주민등록등본, 차량보험 가입증(차량소유시)을 갖춰 관할보건소로 신청한다. 한편 시는 지난해 불임부부에게 365건을 지원, 145명이 임신했다. 홍영진기자 thinpizz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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