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8일이 어버이날이자 부처님 오신날이다. 봄 장마 덕인지 예년에 비해 황사도 덜 날아와 유난히 신록이 아름다운 계절에 부처님 오신날을 맞는다. 싱그러운 가로수 새 잎들 사이에 매달린 색색의 아름다운 연등을 보며 불교 신자 아닌 행인들도 부처님이 세상에 온 뜻을 한번쯤 되새겨 봄직한 때이다. 정치인과 교육자 등 우리 사회를 이끌어 나가는 주도층이 치열한 밥그릇 싸움을 벌이며 극도의 집단 이기주의를 드러내고 있는 요즈음 부처님이 깨우쳐 준 삼독(三毒)에 대해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 우리는 개인이나 집단이나 모두 탐욕과 어리석음, 분노라는 삼독에 빠져 "참나"를 찾지 못한 채 무명(無明) 속을 헤매고 있지 않은가.

 브라만 우위의 신분체계 속에서 싯다르타 왕자로 불리던 고타마 붓다가 어느날밤 아노마강을 건너 출가한 까닭은 부처가 되기 위해서다. 그러나 석가만이 부처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모든 인간은 평등하며 존엄한 존재라며 "천상천하 유아독존"을 외치면서 태어났다는 석가는 깨닫는 자 모두가 부처라고 가르쳤다. 깨달음이란 무엇인가. 내가 누구인지를 깨닫는 것이며 참나를 되찾는 것이다. 우리 모두가 사회적·경제적 지위를 떠나 세상의 온갖 허상에 마음을 빼앗기지 않는 나를 되찾는다면 세상이 이처럼 각박해지고 도처에서 사람들이 서로 미워하고 대립하고 갈등을 빚지는 않으리라고 본다.

 올해 부처님 오신날에는 우리 모두 소욕지족(小慾知足)이라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깨우쳤으면 한다. 우리 사회가 지금 갈등과 혼란에 빠진 근본적인 원인은 사람들이 자기 분수를 지키지 못하고 지나친 욕심을 부린데 있는 것 아니겠는가. 힘있는 사람일수록 욕심을 줄이고 작은 것에 만족해야 하며 먼저 선택권을 가진 사람이 덜 좋은 것을 고를 줄 아는 사회라야 화합과 평화를 얻을 수 있다고 본다. 불교 신자가 아니라도 부처님 오신날 마음 속에 등 하나씩을 밝히도록 하자. 내가족, 내자식, 내한몸의 이기적 발복을 위해 등을 밝힐 것이 아니라 현우경에 나오는 가난한 여성 난타의 등과 같은 "빈자의 등"을 밝힐 일이다. "중생의 어두운 마음을 밝혀달라"는 겸허하고 순수한 기원을 담은 등이라면 거센 바람에도 꺼지지 않고 오래도록 불을 밝힐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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