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의 달 5월에 한 설문소사 결과가 우리를 우울하게 한다. 전교조울산지부가 어린이날을 맞아 울산지역 3개 초등학교 3~6학년 1천24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는데, ‘학교생활에서 없어지거나 달라지기를 바라는 것’을 묻는 질문에 ‘학원폭력’이라고 답한 것이다. 질문자의 33%가 선배들의 폭력(언어폭력 포함)을 들었고, 기말평가 19.2%, 집단따돌림 16.6%. 운동장 조회 15.4%, 체벌 5.9%의 순이었다.

 ‘학교생활에서 가장 힘든 것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서도 24.2%가 ‘친구의 괴롭힘’이라고 답했다. 이것은 무엇을 뜻하는가. 지역내 대다수의 초등학교 학생들은 현재 선배들의 폭력과 친구의 괴롭힘 속에서 생활하고 있고, 가장 우선적으로 근절해야 할 것이 ‘학원내 폭력’임을 여실히 증명해 주고 있는 것이다.

 전교조의 설문조사가 아니더라도 학원 내 폭력이 심각한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지 오래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원내 폭력이 근절되지 않고 오히려 해마다 증가추세에 있는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우선 우리나라는 아직 학교폭력에 대해 심각하게 관심을 갖고 있지 않다. 거기다 체계적인 전국 단위의 조사 통계자료조차 취약한 실정이다. 이는 학교 폭력의 성격상 학교 당국이나 교육행정 기관에서 이를 제대로 공개하지 않고 될 수 있으면 없는 것으로 은폐하려는 경향에 따른 것이다.

 학원고(苦)에 따른 사회전반의 과열도 문제이다. 지난해의 경우 학생들의 학원수강은 145만6천여명으로 해마다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이중 초등학생이 상당한 수를 차지하고 있어 학교와 일반학원 사이에서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이밖에 성적부진, 따돌림, 학원폭력, 지나친 간섭, 몰이해, 학대, 가정불화 등으로 갈등을 겪고 있다. 특히 학원내 폭력에 따른 육체적 정신적 폐해는 심각하다.

 학원 폭력으로 충격을 받게 될 경우 당장 대인 기피증과 불면장애가 나타난다. 성적저하는 물론 아예 학교 가기를 기피하는 학생들도 생겨난다. 스스로 목숨을 끊는 극단의 방식을 택하는 경우도 있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최근 5년간 학생범죄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는데, 소년범죄의 비중이 상당하다고 한다. 학원이 폭력적이 되니까 학원 밖도 비슷한 상황이 되고 있는 것이다. 전교조 울산지부의 설문조사 결과는 이런 측면에서 접근, 그 해법을 찾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청소년의 달, 교사와 학부모에게 주어진 ‘숙제’라는 생각이 들어 이래저래 가슴이 무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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