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운산 탑골 계곡 한 켠에 아담하게 자리잡은 "신농백초(대표 이종수·양산시 웅상읍)"는 전통차를 마시면서 다도를 배울 수 있는 곳이다.

 "신농백초" 입구에 들어서면 아기자기하게 배치된 옛 장독이며 돌탑이 정겹게 반긴다. 기교를 부린 흔적은 없다. 삐뚤하면 삐뚤한대로 곧으면 곧은대로 그렇게 서 있는 품이 엉성하지만 정이 간다. 반대로 내부는 정갈하게 꾸며져 있다. 벽난로 주위로 작은 다기들이 올망졸망 모여 있고, 벽은 황토를 미끈하게 발라 분칠을 한 듯 하다.

 "신농백초"의 이름은 고대 중국의 전설적인 삼황제 가운데 한 사람인 염제 신농씨가 백성을 위해 하루에 100가지의 풀잎과 나뭇잎을 일일이 씹어보며 초목의 식용과 약용을 가려냈다던 고사에서 비롯된 말이다.

 재작년 10월 문을 연 이후 "신농백초"에서는 다양한 문화 행사가 있었다. 지난해 겨울 부산에서 활동하고 있는 박용석씨가 대금연주회를 2번 열었고, 통기타 연주와 부채전시회도 소박하게 개최했다. 그리고 양산의 "왕방요"와 "무비공방"에서 들여 온 다기를 전시·판매하기도 한다. 또 가족과 함께 오는 손님들을 위해 새끼를 꼬는 법도 가르쳐 주고, 요즘에는 야생화 강의도 하고 있다.

 "신농백초"에는 다양한 차가 있지만 그 중에서도 야생 고정차는 그 맛과 모양이 독특하다. 야생 고정차 잎은 중국에서 들여온다. 맛은 약간 쓰지만 입 안에 감도는 향은 은은하다. 그리고 따뜻한 물 속에서 꽃피듯 풀어지는 차잎이 보기 좋다. 이 외에 봄에는 매실차, 여름에는 오미자차, 겨울에는 모과차가 자랑거리다. 차값은 5천원 안팎이다. 차를 마시면서 이종수씨의 친절한 다도 이야기도 곁들여 진다.

 이씨는 "전문가는 아니지만 원광 스님 밑에서 배운 다도를 손님이 원하면 가르쳐 주고 있다"며 "다도 외에 사람 수만 채워지면 연주회나 다기 전시회도 한번 더 열 계획"이라고 말했다.

 "신농백초"의 또 하나의 자랑거리는 음식이다. 차보다 이씨의 어머니가 만드는 음식맛을 잊지 못해 다시 찾는 손님도 많다. 주 메뉴는 산채비빔밥과 된장찌게. 가격은 7천원이고, 음식을 다 먹은 후에는 차도 무료로 마실 수 있다.

 울산에서 부산으로 가는 국도를 따라 가다 용당마을에서 탑골저수지 방향으로 1㎞ 정도 올라가다 보면 황토로 아담하게 지어진 "신농백초"를 만날 수 있다. 서대현기자 sdh@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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