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동골 리어(鯉魚)

울주군 어물리 물청칭 골짝 남쪽으로 모동(母童)골 골짜기가 있다. 옛날 이곳에 가난한 농부가 참숯을 구워 생계를 이어가다 아내와 아들 하나를 남겨두고 영양실조로 죽고 말았다. 그 아들은 초근목피로 연명하면서도 홀어머니를 극진히 모셨다. 어느 날 약초를 팔러 나간 아들이 날이 어두워도 돌아오지 않자 불안해진 어머니는 아들을 찾아나서다 이상한 소리를 들었다. 손발이 묶이고 입에는 솜까지 틀어 막힌 아들에게 나병환자가 "내가 살기 위해서는 어쩔 수가 없구나. 미안하다”라며 미친 듯이 간지럼을 태우면서 시퍼런 칼을 뽑아 들이대고 있었다.

 이 광경을 본 어머니가 기겁을 하고는 "나부터 죽여라”면서 달려들어 덤비니, 그 기세에 꺾인 문둥이는 그만 칼을 내던지고 말았다. 꿇어앉아 잘못을 비는 문둥이를 어머니는 큰 돌을 집어들고 내리치려 했으나, 아들이 "이 아저씨가 칼로 어머니까지 찔러 죽이고 내 간을 빼먹을 수도 있었잖아요.”라며 극구 말렸다.

 옛말에 사람을 간지럽혀 간을 부풀린 다음 배를 갈라 그것을 꺼내 먹으면 문둥병을 고칠 수가 있다고 했다. 정신이 돌아온 아들과 어머니가 함께 안도의 눈물을 흘리니, 니병환자는 꿇어앉아 수없이 절을 하며 잘못을 빌었다. 이에 아들은 어머니에게 마음씨는 착한 아저씨 같다며 함께 살기를 요청했다.

 그렇게 해서 문둥이와 함께 살게 된 어느 날, 뇌성벽력이 치고 장대 같은 폭우가 쏟아져 내리는 가운데 마당에 휘황찬란한 무지개가 뿌리를 내리더니 짚단만한 누런 잉어 한 마리가 마당에 툭 떨어졌다. 아들은 이 잉어를 잡아 문둥이에게 끓여먹게 했는데, 나병환자는 그것을 먹으면서 콩죽 같은 땀과 진물을 흘리고 전신이 근질근질해지며 몹시 기분이 상쾌해졌다. 이후 사흘이 지나자 전신에서 딱지가 줄줄 떨어지고 몸이 말끔히 나았다. 이날부터 세 사람은 한 식구가 되어 한집에서 살았다고 한다.

 어린이 안전을 위한 모든 제도와 환경을 정비하겠다는 "어린이안전 원년’이 선포됐다.

누구의 것인지도 모르는 장기를 돈으로 사서 불치병을 고치려는 사람들이 있다. 특히 아시아의 후진국 중에는 어느 날 어린이들이 불현듯 갑자기 사라져 버리는 일이 많다고 한다. 필요한 어린이의 장기만 취하고 나머지 시신은 어딘가에서 감쪽같이 없애버리는 듯 하다. 사람은 누구나 오래 살고자 하는 욕망이 있으며,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은 그 아무도 없다. 하지만 다른 사람의 생명을 파멸시켜 내 목숨을 연장하고자 한다면 이보다 더 큰 죄악이 또 있을까. 또 그렇게 연장한 여생이 과연 편안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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