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진화하는 노인시설-경로당
한지공예·스포츠댄스 등 맞춤 문화공간으로
작품 솜씨발표 전시회도 마련해 노익장 과시
올해 9900만원 투입 건강서비스 등 보강키로

▲ 울산시노인복지관은 지역 경로당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매년 스포츠 댄스와 노래 등의 내용으로 발표회를 갖는다.
#1. 김귀선(78·남구 삼호동) 할머니는 요즘 스포츠 댄스의 재미에 푹 빠졌다. 주말마다 남편과 함께 거실에서 신나는 음악에 맞춰 춤을 춘다. 김 할머니는 “집앞 경로당에서 지난해 가을, 매주 월요일마다 무료로 스포츠 댄스를 배웠다”면서 “또래 노인들과 어울리며 운동도 하고, 무엇보다 남편과 함께 춤을 추면서 젊음을 되찾는 기분이다”고 했다.

#2. 김진경(77·남구 달동) 할아버지는 경로당에서 배운 최신가요를 지난해 추석 때 선보였다. 김 할아버지는 “손주들이 ‘할아버지 최고’라고 박수를 치며 엄지손가락을 내밀었다”면서 “경로당에서 노래 전문 강사에게 최신가요와 트로트를 즐겁게 배웠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어르신들을 위한 맞춤형 문화공간으로= 고령화사회로 접어들면서 어르신들이 모여 시간만 보내던 경로당이 확 달라졌다. 어르신들의 여가활동에 대한 욕구가 다양해지면서 노래와 스포츠 댄스, 요가 등 어르신들을 위한 맞춤형 프로그램이 펼쳐지는 문화공간으로 진화한 것이다.

남구 동평경로당은 지난해 매주 한 차례 어르신들을 위한 특별한 노래교실을 열었다. 전문 노래 강사가 경로당을 찾아가 어르신들에게 인기 가요 등을 알려주고 있는 것이다. 이 경로당의 프로그램은 2009년 우수경로당 사례 발표에서 전국 2위를 차지할 만큼 전국적인 주목을 받았다. 이곳은 노래교실 외에도 요가와 서예 등의 프로그램들을 한데 모아 ‘노인대학’의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중구 구교경로당은 매주 화요일 풍선아트 강좌를 열었다. 풍선아트를 통해 심폐량을 늘리고 섬세한 손 움직임으로 심리적 안정감과 성취감을 느끼게 하자는 취지다. 어르신들이 직접 풍선을 불고 만지며 다양한 풍선 작품을 만들었다.

실생활과 직결되는 일종의 사회 안전 교육까지 경로당 프로그램으로 만들어졌다. 중구 신복산경로당은 교통안전공단의 도움을 받아, 지난해 4월 말 야외 교통안전교육을 실시했다. 어르신들은 전문가와 함께 야광 모자를 쓰고 밖으로 나가 엘리베이터 안전수칙과 가스안전 및 교통안전 교육을 받았다.

지역 노인복지전문가들은 “경로당의 의미는 이제 어르신들의 교양과 건강, 정보 서비스 제공의 장으로 바뀐 것으로 볼 수 있다”면서 “앞으로 더욱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지속적으로 개발될 것으로 보인다”고 입을 모은다.

◇프로그램의 활성화로 지역노인복지사업의 중심 구축= 울산지역에 있는 경로당은 모두 732곳이다. 울주군이 366곳으로 가장 많고, 그 다음 남구(128곳), 북구(117곳), 중구(66곳), 동구(55곳) 순이다.

▲ 지역 어르신들이 동네 경로당에서 전문강사와 함께 한지 공예품 만들기를 하고 있다.

노인복지법상 여가시설로 분류되는 경로당은 지난 2005년부터 국고보조사업 대상에서 지방이양사업 대상으로 바뀌면서, 울산시와 각 지자체들의 노인복지사업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울산시는 2000년부터 경로당 연계프로그램을 지원해 경로당과 지역사회와의 연계를 강화해오고 있다.

지난해도 모두 9720만원을 들여 경로당 프로그램 활성화 시범 사업으로 울산시 내 경로당 50곳을 선정해 프로그램 운영비를 지원했다. 프로그램 분야는 무료한방과 안과진료와 같은 건강서비스와 경로당 문화탐방 및 환경개선 등 사회서비스, 가요·건강교실 등 교양서비스, 어르신능력개발 서비스 등 모두 4가지이며, 프로그램은 20개 정도 된다. 시 노인복지관 소속 2명의 사회복지사가 이들 프로그램들을 관리하고 있다.

올해는 9900만원의 예산을 투입해, 지역 경로당 프로그램 중 건강서비스와 어르신능력개발서비스 분야를 더욱 보강해 나가기로 했다. 시 노인복지관 측은 “지역 치과병원과 연계해 어르신들의 치아 치료비와 검진비를 지원하고, 치매지원센터와 함께 어르신들을 위한 치매예방프로그램을 만들어 오는 3월에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어르신들의 사회활동과 생산의 공간 지향= 울산시는 고령화시대를 맞아 보다 활동적이고 생산적인 경로당 문화를 만들어 나갈 계획이다. 울산시 노인복지관은 지역 경로당에서 실시한 초크아트 및 한지공예프로그램에서 만든 어르신들의 작품을 한데 모아 2009년 시청에서 전시회를 열었다.

지난해에는 근로자종합복지회관에서 작품 전시회와 더불어 댄스 스포츠 및 노래 등의 발표회도 함께 가져, 지역 어르신들의 노익장을 과시했다. 전시회에 선보인 어르신들의 작품들은 관람객들을 대상으로 5000원부터 1만원까지 가격을 매겨 판매를 하기도 했다. 수익금은 모두 울산시 노인복지발전기금으로 들어가 매년 더 나은 경로당 연계프로그램의 운영비로 쓰였다.

울산시 노인복지관 박경애 담당자는 “고령화 시대를 맞은 지금, 경로당은 단순히 어르신들끼리 모이던 공간에서 다양한 여가활동을 하고 새로운 노년문화를 생산하는 공간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윤호기자 kimpro@ksilbo.co.kr

■지역 경로당 수와 이용자 수(2010.1~12.31)

지역 경로당 수 이용자 수
남구 128 4620명
중구 66 2426명
동구 55 2253명
북구 117 4579명
울주군 366 1만3883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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