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현장이 춘투시즌을 맞고 있는 가운데 지역 기업인 애경유화(주)가 ‘항구적 노사평화’를 선언하고 나섰다. 오는 13일 애경그룹 회장 등 경영진과 노조위원장 등 노조 관계자가 ‘노사평화 선언’ 선포식을 갖는다고 한다. 이날 노사는 노사평화 결의문 채택과 함께 노조파업의 상징이랄 수 있는 붉은 조끼를 영구 보관하고, 노사간 항구적인 고용안정을 약속하는 협약도 맺는다는 소식이다.

 우리가 판단하기로 애경유화(주)의 ‘노사평화 선언’은 한국의 노동 현장에서는 극히 이례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노사간에 진정한 신뢰감을 회복하고 ‘노사화합의 새로운 지평을 연’ 회사의 노사정신을 높이 사고 싶다. 아울러 애경유지(주)에서 시작된 ‘항구적 노사평화 선언’이 여타 기업들에게 신노사문화로 점화되고 확대, 정착되는 계기로 이어졌으면 한다. 기존의 극한투쟁 극복과 자발적이고 항구적인 노사화합을 위해서 하나의 모델로 활용될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올해의 경우 노동현장을 보면 과거와는 다른 국면을 맞고 있다. 새정부 들어 개별기업의 노사가 창구를 상급단체로 일원화해 일괄 교섭하는 산별교섭이 새로운 노동현안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여기에 대해 아직은 기업 쪽에서 반발이 심하고, 노조간에도 의견대립이 커 일정기간 쟁의 등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산별교섭이 노조의 정치세력화로 이어지지나 않을까 우려하는 시각들도 없지 않다.

 그러나 결국에는 산별교섭 체제로 정착이 될 것이라는 것이 노동현장의 분석이다. 울산에서는 현대자동차 노조가 민주노총 산하 산별노조(금속연맹)로의 전환에 이미 동참한 상태이다. 여기에 금속연맹 역시 지난 6일 기자회견을 갖고 금속 노조의 첫 산별교섭과 대규모 노조의 산별 전환 추진계획을 공식 발표한 바 있다.

 문제는 일부 노동계 안팎에서 매사에 "밀어붙이면 된다’는 방식을 여전히 고수하고 있는 분위기에 있다. 새정부 들어 노사관계가 역전되면서 이 같은 방식에 보다 힘이 실리고 있는 것 같다. ‘투쟁이냐 교섭이냐’의 문제를 노사 신뢰의 바탕 위에서 풀어나가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그런 의미에서 애경유지(주)의 ‘항구적 노사평화 선언’이 노사불신을 씻어내는 기폭제가 됐으면 한다. 여타 기업들에게 하나의 좋은 전범이 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