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진화하는 노인시설-복지관

시, 노인복지예산 확대 컴퓨터·서예·무용·요가수업 등 지원
식사 제공·건강관리 전담 시설에서 엔터테인먼트 공간으로
은퇴 후 노후설계·재테크·재취업 등 다양한 프로그램도 고민

울산지역 노인복지관이 고령화 사회를 맞아 달라지고 있다. 노인들의 식사를 제공하는 단순한 공간에서 이제 교육과 여가, 일자리 마련 등 노인들의 다양한 사회·문화적 욕구를 채워주는 일종의 ‘엔터테인먼트’ 공간으로 진화한 것이다.

▲ 많은 노인들이 복지관에서 우리의 전통 무용을 배우며 활기찬 노년을 보내고 있다.

이와 함께, 경로당 시설 및 프로그램 개발, 노인복지 관련 연구 등을 복지관에서 진행, 더 나은 지역사회 노인복지 실현을 지향하는 ‘필수종합기관’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여가·봉사·일자리가 있는 종합복지시설= 지난해 11월29일 울산시 중구 남외동 중구노인복지관이 새롭게 문을 열었다. 중구는 지난 2008년 10월부터 착공 모두 69억9900만원의 사업비를 들여 지하 1층, 지상 5층 총 2823㎡ 규모의 복지관을 지었다. 이곳은 개관 2개월 만에 지역 노인들의 대표적인 여가공간이 됐다.

경로식당과 물리치료를 받기만 하던 노인들이 지금은 컴퓨터를 배우고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매일 복지관에 나가 또래 어르신들에게 당구를 가르쳐 준다는 한영수(66·중구 학성동) 할아버지는 “젊은 날 배웠던 당구가 노년을 보내는 즐거움이 될 줄은 생각도 못했다”면서 “회사에서 퇴직한 뒤에 뭘 할까 불안했는데, 우리 동네 복지관 덕분에 나도 할 수 있는 일이 생겼다”며 환하게 웃었다.

지난 2007년 개관한 남구 문수실버복지관도 지역 노인들의 새로운 노년문화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 이곳은 매년, 매주 단위로 개설되는 여가 프로그램을 한데 묶어 ‘문수실버예술대학’을 편성, 운영하고 있다. 합창과 미술 2개의 반으로 이뤄져 있고, 학부행사로 연말 종강발표회와 임원진 월례회를 갖는다. 문수실버복지관 측은 “대학수업은 모두 6개월 단위로 이뤄지며, 매 학기가 끝날 때마다 수료증을 발급하고 있다”면서 “수료한 노인들 중에서는 다시 또 대학수업을 신청할 정도로 배움에 대한 관심과 참여가 높다”고 말했다.

지역 노인복지전문가들은 “과거에는 복지관이 단순히 노인들의 식사와 건강관리만을 전담했다고 한다면, 오늘날의 복지관은 고령화 사회에 발맞춰 지역 노인들의 다양한 사회·문화적 욕구를 충족시켜줄 수 있는 종합노인여가시설”이라고 입을 모은다.

▲ 복지관 내 강당에서 어르신들이 노래 강습을 받고 있다.

◇시대흐름에 따른 예산 및 프로그램편성= 울산지역의 노인복지관은 현재 모두 8곳. 남구에 있는 울산시 노인복지관(삼산동)을 시작으로 남구노인복지관(야음동)과 북구노인복지관(호계동) 등 각 지자체에 최소 1곳 이상의 복지관이 들어선 것이다. 울산시는 지난해 36억3970만원의 예산을 투입해, 지역 복지관 8곳에 운영비(인건비, 사업비)와 처우개선수당 등을 지원했다.

울산시 노인복지관의 경우, 지난해 실시한 정규사업은 모두 49개이며, 1800여명의 노인들이 이용했다. 지역 노인들은 복지관 정규사업 프로그램 이외에도, 복지관에서 지원하는 심화프로그램(동아리 과목)을 별도로 수강했다. 과목 수는 모두 22개이며, 630여명의 노인들이 참여했다.

울산시는 올해 지역 노인복지관에 모두 38억여원의 예산을 투입할 계획이다. 지역의 고령화 현상이 가속화 됨에 따라 울산시는 지난해보다 노인복지예산을 늘렸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시에서 지원하고 있는 복지관의 정규 사업 프로그램들도 분야와 종류가 앞으로 더욱 다양해 질 전망이다. 각 복지관들은 컴퓨터와 서예, 요가와 같은 노인들이 지속적으로 선호하는 프로그램들은 강좌 수와 시간을 늘리고 이를 토대로 사회 현상과 부합하는 프로그램들을 새로 추가할 방침이기 때문이다. 울산시 노인복지계 조타순 담당자는 “고령화 사회를 맞아, 웰빙(Well-being)을 중시하던 사회 흐름이 최근 ‘웰다잉(Well-dying)’으로 바뀌면서 삶을 어떻게 하면 잘 마무리 할 수 있는지가 중요해졌다”면서 “그래서 올해부터 복지관에 이와 관련한 강좌를 개설해, 노인들이 보다 가치있는 노년을 살아갈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베이비붐 세대 은퇴 대비한 노후설계 공간으로= 전문가들은 해를 거듭할 수록 노인층으로 분류되는 기준 연령대가 낮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복지관을 이용할 수 있는 연령은 60세 이상. 하지만 전문가들은 최근 떠오르고 있는 ‘베이비붐 세대(1955년~1963년 출생)’의 은퇴를 감안했을 때 노인 기준 연령대는 55세~60세 사이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지역 노인복지관들은 올해부터 이런 사회 현상을 대비하기 위해 은퇴 후 노후설계와 재테크, 재취업 등의 프로그램을 개설할 예정이다.

시 노인복지관 강영중 담당은 “앞으로 노인복지는 노인들의 자립과 자활을 이끌어내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면서 “노인복지관은 은퇴 이후 제2의 인생을 살아가는 지역 노인들이 다시 사회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더욱 다양한 프로그램과 정보들을 제공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윤호기자

■울산지역 노인복지관 현황(8곳)

시설명 위치 이용인원 건물규모(㎡) 개원일자 전화번호
울산시노인복지관 남구 삼산동 400 1553 1996.12.26 229·6347
남구노인복지관 남구 야음동 350 1273.72 1998.09.24 265·5221
북구노인복지관 북구 호계동 350 1044 2004.01.13 296·3901
울주남부노인복지관 온양읍 발리 300 816.38 2005.03.31 237·5394
동구노인복지관 동구 서부동 300 1488.78 2006.01.26 252·2118
문수실버복지관 남구 무거동 500 2624.60 2007.01.19 247·3740
울주서부노인복지관 삼남면 교동리 350 1484 2008.04.25 263·6901
중구노인복지관 중구 남외동 500 2823 2010.11.29 707·07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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