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정부는 중앙권한의 대폭적 지방이양을 국정개혁의 100대 과제로 선정하고 "중앙행정권한의 지방이양촉진 등에 관한 법률"을 제정했다. 이에 따라 99년8월 대통령직속기관으로 지방이양추진위원회가 구성돼 지방이양작업이 추진됐다.

 지방이양추진위원회가 발족된 후 지난해말까지 3년4개월동안 18개 부처 779개 사무를 이양·확정하고 이중 관련법령의 개정을 통해 227개 사무가 이양완료됐다. 이 가운데 52%인 118개는 시·도에서 시·구·군으로 이양된 것이고, 나머지 109개 사무가 중앙정부에서 시·도나 시·군·구로 이양됐다.

 그러나 국가에서 지방으로 이양된 109개중 71개는 종래 지방자치단체에서 기관위임사무로 처리된 사무이고, 중앙정부에 의해 직접 처리되던 사무가 새로 지방에 이양된 사무는 38개 뿐이다. 한마디로 권한을 넘겨주고 싶은 생각이 조금도 없는 것이다.

 지방이양문제는 역대정부가 나름대로 노력했지만 그 성과는 매우 미미한 상태이다. 중앙정치 엘리트들과 관료들의 반대와 저항을 우려해 대통령의 주요 공약사항인 핵심적 중앙행정권한은 다루지도 못한 채 일부 지엽적 사무를 이양하는 데도 역부족이다.

 이런 상황에서 일부 중앙부처들은 중앙권한의 지방이양 속도가 너무 빠르기 때문에 지방이양추진위의 결정을 번복할 수 있는 절차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중앙의 정·관계 일각에서는 △기초단체장 임명제 △부단체장의 국가직화 △자치사무에 대한 직무이행명령제와 대집행제 도입 △대도시 자치구제 폐지 △지방자치단체 구역개편 및 자치구 통폐합 △단체장 3기연임 제한 △단체장징계제 등 중앙통제를 강화하려는 중앙집권화 움직임이 불거져 나오기도 했다.

 이같은 중앙정부의 소극적인 태도와 관련, 지방분권운동 울산본부를 비롯한 국민운동본부는 나름대로의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다.

 우선 기존의 지방이양촉진법을 폐지하고 지방분권개혁에 대한 집요한 반대와 저항을 극복할 만큼 구체적인 내용을 담은 3~4년 시한의 "지방분권특별법"을 제정하고 이 법에 근거해 구성될 지방분권추진위원회를 중심으로 지방분권개혁을 강도높게 추진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이와 함께 지방이양추진위에서 이양 확정된 사무들 중 상당수가 관련법령의 개정지연으로 이양완료되지 못하는 부작용을 막기위해서는 현 정부 임기내에 지방분권 추진위가 이양확정한 사무를 일괄 이양하는 "지방이양일괄법"을 제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중앙부처가 국가사무를 지방으로 넘기는 데 소극적인 이유는 권한이 줄어들고 인력감원의 문제가 불거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김병준 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장은 지난 9일 울산에서 열린 분권운동 전국회의에 참석해 "공무원의 대량감원 등을 원칙적으로 막는 게 정부차원의 분권운동의 핵심적인 추진사항"이라고 전제하고 "현재의 권한이 지방정부로 이양되더라도 그에 상응하는 새로운 역할을 담당토록 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지난 100여년간의 우여곡절끝에 지방분권을 실현한 일본이 기관위임사무의 페지를 지방분권 개혁의 최우선순위에 뒀다는 점은 우리나라 지방분권 개혁의 방향을 시사하는 중요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이상환기자 newsguy@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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