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진화하는 노인시설-주민자치센터

요가 등 체력단련에서 문화생활까지…풀뿌리 복지공간 자리매김
동아리 활동·발표회 준비 등으로 이어지면서 새 노년문화 만들어
베이비붐 세대 은퇴 대비 자격증반 등 자활 프로그램도 서둘러야

매주 월요일과 금요일 주민자치센터로 출근하는 김순이(가명·70·동구 동부동) 할머니. 지난 달 부터 이곳에서 ‘어르신 요가’ 배우는 재미에 푹 빠졌다. 김 할머니는 “지금까지 많은 요가교실이 있었지만 젊은 사람들 위주로 수업내용이 짜여져 있어 배우기가 부담스러웠다”면서 “하지만 지금 다니는 요가 교실에는 같은 또래 노인들이 많고, 무료로 배울 수 있어서 좋다”라고 말했다.

▲ 지역 주민자치센터 수료식에서 어르신들이 그동안 배운 스포츠댄스를 선보이고 있다.

중구 복산1동에 사는 이원중(67) 할아버지는 주민자치센터에서 다이어트 댄스교실을 수강하는 30대 주부에게 최근 붓글씨로 ‘입춘첩’을 써 주었다. 이 할아버지는 “평일마다 주민자치센터에서 열리는 서예교실에서 오전부터 내내 붓글씨체 쓰기 실력을 갈고 닦았다”면서 “지난 설에는 집으로 찾아온 아들 부부에게도 입춘첩을 써 줬다”며 뿌듯해 했다.

◇지역의 ‘풀뿌리’ 노인복지공간으로= 울산지역 5개 구·군의 읍과 면, 동의 주민자치센터가 노인들을 위한 ‘풀뿌리’복지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각 주민자치센터는 지역 주민들의 여가 및 문화생활을 위해 노래와 춤, 공예 등 여러가지 분야의 프로그램들을 만들었다.

이와 함께, 해를 거듭할수록 지역 노인 인구가 늘어남에 따라 자치센터는 어르신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별도로 개설, 진행하고 있다. 남구 선암동 주민자치센터는 지난 달부터 주민센터 2층에서 노인체조반을 운영하고 있다. 매주 월요일과 금요일 이틀 간 1시간씩 열리는 이 프로그램은 신청 하루만에 정원(20명)이 모두 다 찼을 정도로 어르신들이 선호하는 인기 강좌다.

울주군 웅촌면 주민자치센터는 매주 금요일 오후 1시부터 2시간 동안 주민센터 2층에서 60세 이상의 어르신들을 위한 컴퓨터 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지자체를 이루는 기본단위인 주민센터가 고령화 사회를 맞아 각 읍·면·동에 거주하고 있는 노인들을 위한 복지 시스템 마련에 발 벗고 나선 것이다.

울주군청 자치행정계 김병한 담당자는 “올해 주민자치센터를 이용하는 어르신들의 비율이 지난해보다 30% 늘어났다”면서 “같은 분야의 프로그램이라도 어르신들의 체력과 생활 패턴을 고려한 프로그램을 별도로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동아리와 발표회 활동으로 꾸준한 자기개발= 울산 지자체들은 매년 정기적으로 각 읍·면·동 주민자치센터 동아리 경연대회와 프로그램 발표회를 연다. 이를 통해 프로그램을 수강한 어르신들은 평소 갈고 닦은 기량을 주민들에게 선보이며 자기개발의 기회를 갖는다.

지난해 9월 울주군은 제2회 주민자치센터 프로그램 발표회를 가졌다. 울주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발표회는 스포츠댄스와 에어로빅 등의 공연과 서예와 문인화 등의 작품 전시로 이뤄졌다. 이 가운데 온산읍 주민자치센터 프로그램 ‘경로대학’ 수강생 30명은 한강수 타령과 새타령 등 민요에 맞춰 한국무용을 선보였다. 노인대학이 경로당 또는 복지관의 프로그램으로 편성된 타 지자체와는 달리, 울주군 온산읍 경로대학은 주민자치센터에서 직접 운영하는 노인대학이다.

▲ 많은 어르신들이 또래들과 함께 주민자치센터 노래 교실에 참여해 여가를 보내고 있다.
동아리 경연대회도 어르신들의 ‘끼’를 펼치는 장이 됐다. 지난해 7월 일산해수욕장에서 열린 열린 동구 주민자치센터 동아리 경연대회에서 어르신 스포츠댄스 동아리인 ‘언제나 청춘’ 회원 40명은 경연대회에서 우수상을 받았다. 이 팀은 70대의 고령에도 정열적인 댄스와 화합된 호흡을 보여줘 주민들의 호평을 받았다. 이 동아리 김석길(67) 회장은 “댄스스포츠 프로그램을 수강한 또래 노인들끼리 모여 별도로 친목 모임도 갖고 춤연습도 한다”면서 “올해도 동아리 경연대회나 자치센터 프로그램 발표회에 나가 공연할 계획”라고 말했다. 주민자치센터의 프로그램이 단순히 수업에서 그치지 않고 꾸준히 이어진다는 의미다.

동구청 주민자치담당은 “프로그램을 수강한 어르신들은 그동안 배웠던 내용을 토대로 동아리를 만들어 활동하거나 발표회를 준비해 지속적인 자기개발을 하고 있다”면서 “어르신들은 동아리와 발표회 활동을 통해 여가생활 뿐 아니라 친목도 도모하며, 은퇴 이후의 새로운 노년 문화를 만들어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시대의 흐름에 맞는 다양한 프로그램 개발 필요= 현재 울산의 어르신들을 위한 노인프로그램은 주로 건강관리와 요가, 노래, 춤 등 체력단련 및 오락 분야에 한정 돼 있다. 지역 주민센터와 주민자치위원협의회는 향후 자치센터 노인복지 프로그램은 노인들이 선호하는 기존의 프로그램과 함께 시대의 흐름에 맞는 이뤄져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북구의 경우, 주민자치센터와는 별도로 지난 2008년부터 퇴직한 중·장년세대와 노인들의 은퇴 이후 제2의 삶을 개척할 수 있도록 ‘제3대학’을 운영하고 있다.

북구 주민자치위원협의회측은 “자치센터의 프로그램이 어르신들이 선호하는 내용들로 이뤄지지만, 시대의 흐름에 맞게 내용을 다양하게 편성해야 한다”면서 “특히 이제 막 시작한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에 대비한 자격증 반 편성 등의 자활 프로그램 활성화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윤수은기자 prsyun06@ksilbo.co.kr

■울산 5개 구·군 주민자치센터 노인 프로그램 현황

※60~65세 이상 대상 (2011년 1월 현재)

지자체
(프로그램 수)
프로그램
(읍·면·동)
남구(10) 실버스포츠댄스(신정3동)/실버노래교실(신정4동)/노인컴퓨터교실(삼호동)/노인한글교실(삼호동·야음장생포동)/어르신과손잡기(무거동)/보훈헬스(무거동)/노인정보화교육기초(옥동)/노인 이·미용교실(수암동)/노인체조교실(선암동)
중구(2) 실버건강교실(병영1동)/어르신 구구셈 동화구연 교실(약사동)
동구(2) 노인스포츠댄스(남목1동)/어르신요가(남목3동)
북구(5) 실버사교댄스(농소1동)/노인한글교실(농소3동·염포동)/노인체조교실(강동동·양정동)
울주군(11) 실버스포츠댄스(온산읍)/경로대학(온산읍)/노래교실(범서읍·청량면·상북면)/노인건강방(청량면)/컴퓨터교실(웅촌면)/서예교실(웅촌면·두동면)/악기교실(상북면)/요가교실(삼동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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