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웃음, 대통령의 눈물, 대통령의 편지 어느 것이든 일반 서민의 것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후보자 시절의 눈물 한 방울이 수 십만 사람들의 심금을 울렸다는데 하물며 남들이 다 잠이 든 새벽, 잠 못 이루는 대통령이 보낸 편지 한 통이 어찌 예사롭다고 볼 것인가.

 눈물 많고, 웃음 많고, 재주 많은, 젊은 우리 시대의 기린아 노무현 대통령이 이번에는 농부의 정직하고 성실한 마음으로 돌아가, 만고에 해면 해가 됐지 덕 될 것 없는 잡초를 제거하자고 나섰다. 홈페이지에 등록 된 20만명과 10만명의 공무원, ‘아이러브스쿨’ 회원 500만명에게 3천만원을 들여 보내진 e메일의 내용을 보고 필자 나름대로 코드명 "2003.5.8 잡초를 제거하라"로 이름을 붙이고 보니 제법 멋있는 것 같기도 하고 한편은 그 속에 무슨 속내가 있는 일을 해야한다고 은근히 다짐하는 것도 같아 다소 긴장이 되기도 한다.

 그 형식이야 어버이날인 이 날 민주국가에서 당연히 어버이뻘이 되는 국민에게 큰 아들이자 큰 머슴인 대통령이 보내는 효심어린 편지이자, 열심히 일 하겠다는 각오를 보이는 믿음직한 내용이었다. 그러나 이 한 통의 편지가 일파 만파의 파장을 일으키고 있는데 당사자인 대통령은 의연히 미국 방문길에 올랐다.

 대통령이 보낸 편지의 내용은 사실 그리 새로운 것은 없다. 나라의 어버이인 국민이 앞장을 서서 우리가 안고있는 큰 숙제인 정치개혁을 하자는 것이 아닌가. 사리사욕과 집단이기주의에 빠지는 일부 정치인, 개혁하라는데 발목이나 붙잡는 일부 정치인, 지역감정 득보려 하고 안보를 정략적으로 이용하려는 일부 정치인, 어버이 국민을 바보로 아는 일부 정치인, 이 모두 잡초와 같으니 때가 되면 밭에 나는 몹쓸 풀을 뽑아내는 농부의 마음으로 뽑아 내자는 것이다.

 무어 그리 새로운 말이며, 무어 그리 격한 말인가? 오히려 소동이 나는 것이 되레 이상스럽다. 대통령의 편지가 아니라면 말이다. 그리고 기왕 쓸 바에 옹삭하게 일부라고 꼭 토를 달게 뭔가. "막가는" 거지. 일부라는 말조차 붙이기 싫었을 것이라는 심정으로 이해하고 싶다. 우리 독자들의 심정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어버이날이자 석탄일에 던지는 대통령의 메시지에 국민 30%는 심했다고 하고 60%는 할 소리했다는 발 빠른 그야말로 ‘일부’ 언론의 조사결과도 보인다. 말이야 바른 말이지 여기에서 정치인이라면 제도권내에 있는 선량들인 국회의원들을 지칭 할 것인데 우리정치가 어쩌다 잡초로 전락하는 지경이 되었는지 통탄할 뿐이다.

 노무현 참여정부 출범이후 불과 두 달 반, 그저 그러려니 하면 별 일 아니라고 하겠으나 걱정 좀 하는 이들의 눈으로 보면 여간 심란하지 않을 것이다. 난마처럼 얽히는 나랏일을 보면서도 정작 정치권 여야는 오로지 내년 4월 총선을 향하여 "앞으로 오직 앞으로"일 뿐이다. 신당창당이다, 당권경쟁이다, 여야 모두 정신은 온통 내년 4월 이후에도 내 가슴에 금배지가 달려 있을까에 쏠려 있는 듯 싶다.

 이렇게 보면 잡초라는 이름이 그냥 무색해진다. 그 이름 들어도 싸다고 할 것이다. 우리는 잡초란 밟아도 밟아도 끊임없는 생명력으로 다시 돋아나는 풀이기 때문에 없애기가 무척 어렵다고 안다. 한 편에선 환경운동하는 황대권씨의 야생초 편지를 읽어보면 함부로 잡초라고 이름 붙일 풀이 그리 많지 않다는 사실에 놀라기도 한다. 그래서 아무리 대통령이라 하여도 쉽게 잡초라 부를 일이 아니며, 비록 코드가 맞지 않는 정당이나 같은 솥 밥을 먹어도 동업자의식이 없다는 이유로 제거 될 대상으로 보지 않아야 할 것이다.

 유독 코드(부호 또는 암호)가 같아야함을 강조하는 참여 정부는 세상에는 주파수가 다른 수많은 방송이 공존하며 각자의 목소리로 세상을 살아가고 있음을 인정하면 좋겠다. 그리고 잡초제거도 공무원보다는 일반시민들에 맡기고 미국에서 돌아오는 길에는 잡초보다 더한 북핵문제와 같은 나라의 암덩이를 제거하고 오기를 진심으로 바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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