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철한 현실직시와 맞춤형 경영전략으로

세계시장 향해 사활 건 기업가정신 무장

다변화와 혁신을 꾀하는 지혜 배웠으면

▲ 류해열 (사)울산벤처기업협회장
이스라엘 인구는 740만명으로 우리나라의 약 14%, 면적은 한반도의 10%에 불과하지만, 인구 1만명당 과학기술자는 미국의 83명보다 크게 많은 140명으로 명실상부한 세계적 과학기술 대국이다. GDP 대비 연구개발(R&D) 투자 비중은 일본 3.2%, 미국 2.7%, 우리나라 2.6% 보다 훨씬 앞선 4.5%로 세계 1위이고, 인구수 대비 벤처기업 창업비율 역시 세계 1위로 벤처기업 창업과 육성에 가장 적극적인 나라 중 하나다. 그리고 미국 나스닥에 상장된 이스라엘 기업 수는 모두 63개로 일본 6개, 한국 3개, 독일 2개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자원이 부족하며, 안보가 불안정하고 인적 자원과 교육을 중시한다는 점에서 우리나라와 비슷하다. 이러한 점들 때문에 우리나라 정부와 기업들이 앞다퉈 이스라엘의 벤처기업을 배우고자 하고, 수많은 분석자료들이 있다.

필자는 이번 기회에 벤처 창업에 초점을 둔 정부정책과 사회·경제적 시스템에 대한 고찰보다는 벤처기업의 육성과 발전에 큰 역할을 담당하는 ‘벤처기업가정신’에 대해 새롭게 조명해 보고자 한다.

첫 번째, 이스라엘의 기업가들은 현실을 냉철하게 직시하고, 불리한 환경에 맞는 철저한 맞춤형 경영전략을 펼치고 있다. 불안정한 국내 정세와 내수시장이 협소하기 때문에 창업 단계부터 글로벌화를 목표로 한다. 그리고 기업 소유와 경영권에 집착하지 않는다. 투자를 어떻게 받든 지배구조가 어떻든 간에 회사의 발전에 모든 역량을 집중한다.

그에 반해 우리나라의 벤처기업들은 약간의 개선, 미미한 원가절감, 크지도 않는 특수마켓 지향, 아이디어 수준의 비즈니스 모델을 가지고 있는 기업들이 많다. 내 주식이 얼마고, 회사 경영권에 얼마나 많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느냐에 사활을 거는 벤처기업인들도 있다. 이렇게 해서는 세계적인 기업과의 경쟁은 커녕 대기업과의 협력 모델을 만들기도 힘들다. 부끄러운 얘기지만 사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제 벤처기업을 시작하는 기업인들은 다소 힘들겠지만 시작부터 국내시장보다는 세계시장을 목표로 창업하고, 기업이 창업자 개인 소유물이 아닌 기업 본연의 책무와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리드해주는 ‘통큰(?) 기업가 정신’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두 번째, 이스라엘 기업가들의 절박함이 개척정신, 도전정신을 고취시켰다. 주변의 여러 악조건 속에도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죽는다는 각오로 일한다. 다른나라 기업에서 풀지 못하는 똑같은 문제를 이스라엘 기업에서는 해결한다는 소리가 나올 정도다. 재능이 아닌 집념, 격의 없는 대화, 격식을 따지지 않는 실용성, 실패에 대한 톡특한 태도 그리고 독립적인 훈련에 의한 창조력을 바탕으로 불가능을 가능케하고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집요하고 근성있는 기업가 정신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열정과 근면을 따지자면 우리나라도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지만 방법의 차이, 효율의 차이는 엄연히 존재하는 것 같다. 언제부턴가 우리 벤처기업 의식에는 오늘 아니면 내일, 지금부터가 아닌 여기까지라는 사고가 만연해 있고 절박함, 생존에 대한 두려움이 조금씩 옅어지는 것 같다. 절대적으로 경계해야할 대상이다.

세 번째, 이스라엘 기업가들은 한계를 짓지 않는다. 이스라엘 최첨단 기술은 군사분야에서 출발해 민간분야로 이양됐다. 기술발전을 위해서라면 분야를 구분짓지 않는다. 인재양성을 위해 여러 민족을 이주시켰고 능력을 존중해왔다. 다양한 문화와 환경속에서 기업들은 다변화와 혁신을 꾀했고 틀에 박히지 않는 무제한의 해석과 토론을 할 수 있었다.

우리 벤처기업들도 필요하다면 내 영역이 아니 다른 분야에도 관심을 갖고 역량을 펼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요즘 전문분야가 따로 있는가. 기업이 하면 곧 그것이 전문분야가 되는 것이다. 그리고 벤처기업에 들어올 인재가 없다고 하소연만 하지 말고 저평가된 개발도상국가의 우수한 인재를 영입하는 것도 좋은 방법일 듯 싶다.

이처럼 이스라엘 벤처기업의 지혜를 거울삼아 우리 벤처기업들의 영역을 재설계하는데 다소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

류해열 (사)울산벤처기업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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