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사가 창간 14주년을 맞아 울산리서치연구소에 의뢰한 여론조사(성인남녀 800명 대상)는 시민들의 최근 관심사를 엿볼 수 있다는데서 흥미롭다. 조사결과 내용 중 정치부분을 살펴보자. 우선 노무현 정부의 국정운영에 대해 55.5%가 "그저 그렇다’면서 확실한 평가를 유보했다. "정당지지도"에선 55%가 "지지정당이 없다’고 했다. 다른 항목에서 36%는 "내년 총선 때 지역 국회의원을 지지하지 않겠다’고 했다. 지역 국회의원의 의정활동에 대해 25.6%는 ‘매우 못하고 있다’고 했다.

 여론조사 중 특히 흥미를 끄는 것은 시민 정주의식을 묻는 항목이다. ‘앞으로 계속 울산에 살 생각이냐’는 질문에 57.1%(457명)가 ‘평생을 살 계획’이라고 답했다. 토박이 보다 외지 유입인구가 훨씬 많은 울산에서 참으로 희망적인 결과가 나온 것 같다. 울산도 이제는 ‘뜨내기 도시’에서 ‘평생 살만한 도시’로 서서히 변화되고 있음을 보게 된 것 같아 반갑기도 하다.

 산업수도 울산은 그동안 ‘시민 상호간 정주의식과 애향심이 부족한 도시’란 지적을 받아왔다. 이를테면 울산은 "토박이와 외지출신이 상호를 배제한 채 출신지별로 긴밀하게 사회관계 네트워크를 유지하며 살아가는 합중시”라는 것이다. 정주의식, 애향심과 관련해 일각에서는 "울산은 공해 속의 모래알 공동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같은 여론에 상당한 변화가 있음이 설문조사를 통해 확인된 것이다.

 문제는 아직은 단정적으로 변화했다고 말할 수 없다는데 있다. 설문조사를 보면 ‘기회가 오면 언제든 떠날 것(18.4%)’ ‘경제생활을 하는 동안만 살 것(14.3%)’ ‘다른 지역으로 떠날 계획(7.5%)’이라는 응답도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차제에 시민의 정주의식과 애향심을 드높이는 운동을 범시민적으로 시작할 것을 제의하고 싶다. 어느 특정 단체에 맡길 것이 아니라 지역내 각계각층의 단체와 학교, 기업체 등이 동시다발적으로 전개해 나가지는 것이다. 남녀노소와 계층, 세대별 할 것 없이 지속적으로 해보자는 것이다.

 본보는 이미 90년대초부터 수차 정주의식과 애향심 고취 등과 관련한 캠페인을 벌인 바 있다. 이와 관련해 교육과 환경기반 조성, 지방분권 강화, 사회정의 확립, 불안한 사회시스템 개선 등의 방안도 제안된 바 있다. 여기에 주민자치 조직에 의한 지역사회 활성화 및 문화운동이 통합의 구심점을 이룬다면 소기의 성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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