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대로 노무현 대통령과 부시 미국대통령은 첫 정상회담에서 북한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에 합의했다. 이로써 북한핵문제에 관한 다자회담의 모멘텀이 유지된 것은 다행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미군 제2사단의 재배치문제에 있어 미국의 양보를 얻어낸 것도 중요한 성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반면 예상외로 대북제재와 관련된 부분에서 한국이 미국측 입장을 수용한 점, 대북경협 교류를 북핵문제와 연계시킨 점 등은 북핵문제와 남북관계 전반에 관한 노무현 정부의 입장에 변화가 진행중임을 의미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점에서 비상한 관심을 끈다.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에 주력하되 여의치 않을 경우 "추가적 조치"가 취해질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은 것은 그동안 노대통령이 한반도에 절대로 전쟁이 일어나서는 안되며 북한에 대한 선제 공격은 선택지에서 제외되어야 한다고 주장해온 것과 선명한 대조를 보이고 있다. 물론 어떤 목적을 위해서는 강경책과 온건책의 적절한 배합이 효과적이며 또 협상의 압력 수단용으로 다양한 옵션의 유지가 필요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평화적 해결 분위기를 손상시킬 가능성도 있는 만큼 앞으로 한국과 미국은 성급한 강경책이 내포하는 위험성에 항상 유의해야할 것이다. 정상회담을 불과 몇시간 앞두고 백악관이 굳이 군사적 옵션 불배제 방침을 밝힘 점, 또 오는 23일로 예정된 미일정상회담에서 대북 강경책이 채택되리라는 예상 등은 앞으로 북한의 반응과 관련해 한반도 상황에 어떤 변화가 일어날지 불안을 안겨주고 있다.

 또 남북 교류협력을 북핵문제에 연관시킨 것 역시, 앞으로 남북관계에 큰 영향을 줄 것이 틀림없는 만큼 노무현 정부는 이제 그들이 추구하는 평화번영정책이 과거 김대중 정부의 햇볕 정책과 무엇이 같고 무엇이 다른지, 또 한반도 긴장 완화를 위해 북핵문제 해결노력과 병행해 남북관계 증진에 힘써야 한다는 종래의 입장에 변화가 생긴 것인지, 분명한 입장을 정리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또 우호적인 분위기속에서 이뤄진 정상회담의 합의가 양국간 의견 조정의 결과라기 보다는 한국측이 미국의 입장에 접근한 결과에 가깝다는 점은 노무현 대통령의 자주적 리더십 발휘에 대한 기대와 거리가 있다는 지적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어떤 면에서 이번 방미의 최대 목표중 하나였다고 볼 수 있는 양국 지도자간의 개인적 친분 관계 구축면에서 성과가 있었던 것은 의미있는 소득으로 기록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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