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요양원 노인들의 생활상

▲ 울산지역 홀몸노인들은 지역 요양원에서 요양보호사들과 자원봉사자들의 도움을 받으며 생활하고 있다. 이들에게 요양원은 집보다 더 편안한 곳이 됐다. 사진제공=울산시립노인요양원
“요양원이 집보다 더 편안하고 좋아요.”

울산시립노인요양원에 5년째 거주하고 있는 홀몸노인 김수인(95) 할머니. 김 할머니는 매일 새벽 4시에 일어나 맨손체조로 하루를 시작한다. 체조를 마친 할머니는 아침식사 후, 방문 간호사들에게 건강 상담을 받는다. 상담 내용은 운동과 식이요법에 관한 것들이다. 오후에는 미용사들이 찾아와 할머니의 머리를 감겨주고, 검게 염색을 해준다. 고령화사회를 맞은 울산 홀몸노인들에게 요양원은 자신들에게 꼭 맞는 보금자리인 것이다.

◇생활상 변화로 요양원을 찾는 노인들 증가세= 울산지역에는 모두 24곳의 요양원에, 1045명의 노인들이 거주하고 있다(2010년 12월 말 기준). 지난 2009년말의 950명보다 95명 정확히 10% 늘어난 것이다. 현재 요양원에서 생활하고 있는 노인 10명중 1명은 지난해 새로 들어온 셈이다. 울산시립노인요양원 이화숙 복지과장은 “해를 거듭할 수록 생활상의 변화와 가족구조의 변화로 요양원에 입소를 희망하는 어르신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요양원은 노인복지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노인의료복지시설’이다. 요양원은 노인들을 대상으로 식사와 돌봄 등의 사회복지서비스를 제공한다. 하지만 2007년 8월 법률의 개정에 따라, ‘치매와 중풍 등 질환을 앓고 있는 노인’들로 입소 요건이 강화됐다. 요양원의 입소 기준과 과정은 2007년 제정된 노인장기요양보험법을 따른다. 장기요양급여등급 1·2등급 판정을 받은 노인들은 입소가 가능하지만, 3등급을 받은 노인들은 국민건강보험공단의 등급판정위원회에서 시설급여대상자로 판정을 받은 뒤에 입소가 가능하다.

그러나 공단의 등급판정위원회가 결정도 거치기도 전에 요양원 등 시설에 무작정 버려지는 경우가 많다. 이 복지과장은 “지난달 주말에 40대 전후로 보이는 아주머니가 할머니와 함께 찾아와 ‘사정이 어려워 어머니를 못 모시겠으니 여기서 맡아 달라’며 훌쩍 가버렸다. 할머니는 갈 곳이 없어 당분간 우리 요양원에서 지내기로 했다”고 말했다. 울산시립노인요양원에는 현재 모두 99명의 노인들이 거주하는 가운데 기초수급대상자가 44명이라고 이 복지과장은 전했다.

지역 요양원 24곳서 1045명 생활…이용자 수 전년비 10% 늘어
미용서비스·원예치료 등 복지프로그램 즐기며 활기찬 노년 꾸려
또래 노인들과 담화도…고령화사회 노인시설 지속 증가 전망

◇요양원에서 ‘제2의 삶’ 즐기는 노인들= 2일 오전 11시 울산시립노인요양원 1층 거실. 김수인 할머니는 점심식사를 앞두고 또래 노인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지난 2007년 4월에 입소한 김 할머니는 “이곳에 온 뒤로 얼굴이 좋아졌다”며 웃었다. 결혼 실패로 자식없이 홀

로 젊은 시절을 보내야 했던 김 할머니는 나이 70이 넘도록 지역 전통시장을 돌며, 노점 장사로 생계를 꾸려나갔다. 할머니의 어려운 사정을 안 주위 이웃들과 동사무소 측은 할머니를 요양원을 소개하고 안내했다. 김 할머니는 “건강도 점점 나빠지고, 돌봐주는 가족도 아무도 없어 죽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면서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던 나를 이웃들이 챙겨줬다”며 그 당시를 회고하며 고마워했다. 김 할머니는 이곳에서 생활체조와 원예치료의 하나인 콩나물 기르기를 즐기며 활기찬 노년을 보내고 있다.

이 복지과장은 “이곳에 살고 있는 노인들 모두 하나같이 ‘자식들과 함께 있는 것이 더 불편하다’고 말한다”면서 “일반 가정에서는 노인들의 식사와 건강상태를 오랜 시간 돌봐줄 사람이 없기 때문에, 자녀들은 매달 돈을 지불해서라도 요양원 등 노인복지시설에 이들을 맡긴다. 고령화 사회를 눈 앞에 둔 지금, 노인복지시설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윤수은기자 prsyun06@ksilbo.co.kr

◇장기요양급여=6개월 이상 혼자서 일상생활을 수행하기 어렵다고 인정되는 노인에게 국가가 신체활동과 가사활동의 지원 또는 간병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이를 대신해 지급하는 현금 등을 말한다. 급여의 종류에는 재가급여와 시설급여, 현금급여 등 3가지가 있다. 노인요양원은 시설급여에 해당된다.

‘멋쟁이 어르신’을 소개합니다
‘시립 명가수’ 박순희 할머니

노래 좋아해 노래교실 하루도 안빠져
요양원 행사땐 초청가수 자청하기도
한국전쟁서 남편 잃고 8년 전 입소

울산시립노인요양원에서 거주한 지 8년째인 박순희(76·사진) 할머니는 이곳의 ‘명가수’로 통한다. 박 할머니는 요양원에서 마련한 노래교실 프로그램에는 하루도 빠지지 않을 정도로

노래부르기에 열심이다. 요양보호사들은 “할머니는 마이크를 한번 잡으면 절대 놓지 않을 정도로 노래하는 것을 정말 좋아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곳에서 박 할머니는 ‘시립 명가수’로 불린다.

박 할머니는 “요양원에 들어오지 않았으면, 지금쯤 어떻게 살고 있었겠냐”며 지금도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박 할머니는 1950년 6·25전쟁으로 결혼한 지 1년만에 남편을 잃고, 가족 없이 60년의 긴 세월을 홀로 보내야했다. 박 할머니는 지역 전통시장에서 한복점을 운영하며 겨우 생계를 꾸려갔다. 2000년 초 당뇨병을 앓기 시작한 박 할머니는 ‘이대로는 못 살겠다’는 생각에, 벽에 붙어 있던 시립노인요양원의 전단지를 보고 입소를 하기로 결정했다. 2007년 8월에 법률이 개정되기 전까지 노인요양원은 박 할머니와 같은 홀몸노인(무의탁노인)이라면 입소가 가능한 곳이기 때문이었다.

요양원에 들어온 뒤, 박 할머니의 삶은 180도 달라졌다. 이곳 요양보호사들이 하루도 빠지지 않고 자신의 혈당 수치를 점검하기 때문에 할머니의 건강은 눈에 띌 정도로 좋아졌다. 박 할머니는 노래교실 프로그램에서 배웠던 노래 가사를 종이 위에 옮겨 적고, 외워서 부르거나, 애창곡 제목 옆에 노래숫자번호까지 적어두고 노래방에서 쉽게 찾아서 부를 수 있도록 했다. 박 할머니는 요양원에서 열리는 행사 때마다 모두 참여해 축하공연을 펼치기도 한다.

박 할머니는 요양원에서 여생을 누구보다 즐겁게 보내고 싶다는 바람이다. “노래 말고도 여기서 하고 싶은 게 정말 많아요. 앞으로 노래 말고도 다른 프로그램도 더 열심히 참여할 계획이에요, 또 이렇게 신바람 나는 노년을 보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요양원 사람들에게도 정말 고마워요.”

윤수은기자 prsyun06@ksilbo.co.kr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