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정상회담에서 공동성명이 채택된지 하루 뒤 부시 행정부의 각료와 군지도자가 성명의 합의를 퇴색시킬 수도 있는 발언을 내놓아 혼선을 주고있다. 럼스펠드 국방장관과 마이어스 합참의장은 주한 미군 일부 철수와 휴전선 인근 부대의 재배치 등에 관한 마음을 바꾸지 않았다면서 미군 재배치는 오히려 군사력을 강화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리 정부가 이번 방미의 최대 성과로 2사단의 재배치 유예 합의를 내세우고 있는 상황에서 재배치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두 사람의 이같은 발언은 많은 의문을 던져준다. 우리 정부의 해석이 아전인수가 아니였다면 그것은 럼스펠드 장관이 양국 정상회담 합의의 중요성에 유념하지 않았거나 아니면 북핵문제나 주한미군 문제 등에 있어 국방부측 주도권을 고집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미군 2사단의 후방배치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한국내 다수견해는 이를 핵문제 해결 이후로 미루는 것이 타당하다는 것이었다. 럼스펠드의 미국 국방부는 주한미군 감축과 재배치가 핵문제와 관련 없는 전세계적인 미군 구조조정의 일환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2사단은 한국 방어에 필수적인 요소, 아니면 미국의 대북 군사행동을 신중하게 만드는 안전장치로 계속 현재의 위치에 있어야할 필요성이 강조되어왔다. 게다가 미국이 자신들의 필요에 따라 재배치를 추진하면서 그 비용을 우리에게 부담시킨다는 것은 그들의 이기적이고 일방주의적 행동임이 분명한 이상, 미국은 앞으로 감축 혹은 재배치 문제에 있어 한국의 견해를 반드시 존중해야할 것이다.

 북한핵문제에 있어서도 부시 행정부는 공동성명의 정신을 존중하고 이를 위한 성의있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공동성명 중 북핵문제와 관련된 "추가조치 검토" 부문을 대북제재에 관한 한국측의 지지로 확대 해석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될 것이다. 북한에 대한 군사행동은 절대불가라는 입장을 지켜온 노무현 대통령이 추가조치 검토를 수용한 것은 미국측이 보유한 카드를 무력화할 수 없다는 현실적 한계였을 것이다. 따라서 그것은 미국측 협상력 강화에 동의한 것일 뿐 대북 군사 행동이나 경제 제재 등 강도 높은 압박책에 대한 적극적인 지지를 표시한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북핵 제거를 위한 방법으로 압박보다는 협상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우리 정부의 입장은 유지될 것으로 보이며 미국은 이같은 우리의 입장을 계속 존중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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