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초고령사회 맞은 울주 삼동 노인 생활실태

65세 넘는 노인 511명…지역 총 인구 1911명의 27% 달해
치과·안과진료 필요해도 기초수급 대상 등 규정 까다로워
80% 홀몸, 절반은 70·80대…실제 일자리사업 참여도 힘들어

삼동면 사촌마을에 살고 있는 안숙이(75) 할머니는 아침 일찍 집앞에 있는 텃밭을 가꾸며 하루를 시작한다. 330㎡ 남짓되는 밭에 배추와 고추 등 각종 채소들을 키우는 것이 할머니의 유일한 생산 활동이다. 밭일이 끝나면 점심에는 경로당으로 가서 또래 할머니들과 함께 밥을 해 먹는다. 안 할머니는 할머니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시간을 보내는 즐거움에 매일 경로당을 찾는다. 안 할머니는 “이곳에 사는 노인들 대부분이 텃밭을 일구고, 주로 낮시간대 경로당을 찾아가 또래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 울산광역시 울주군 삼동면의 한 경로당에서 울주노인복지센터 소속 돌보미 박선득씨(왼쪽)가 노인들의 생활과 건강상태를 상담하고 있다. 김동수기자 dskim@ksilbo.co.kr

◇경로당은 초고령사회 노인들의 공동생활공간= 울주군 삼동면은 전체인구 수 가운데 65세 이상 노인 인구비율이 20%를 넘는 초고령 지역이다. 삼동면 주민센터측은 지난 21일 현재까지 삼동면의 전체 인구 수는 1911명이고 이 가운데 511명이 65세 이상 노인들이라고 밝혔다. 전체 인구의 약 27%가 노인들로 구성된 것이다.

이곳의 주요복지시설로는 노인여가시설인 경로당과 노인의료복지시설인 울산 노인의 집 요양원(요양병원 포함)이 있다. 노인들은 대부분 낮시간대를 이용해 경로당을 찾는다. 삼동면 소속 16개 마을에는 모두 경로당이 1곳 있다. 이곳 노인들의 생활을 돌봐주는 울주노인복지센터 소속 돌보미 박선득(51)씨는 “경로당은 삼동면 각 마을 어르신들의 소식이 모여 있는 곳”이라며 “어르신들은 경로당에서 서로의 소식을 주고 받고, 낮동안 숙식을 해결하며 그들만의 새로운 공동체를 이루고 있다”고 말했다. 노인들은 경로당에서 식사와 운동기구를 이용한 간단한 체력단련을 할 수 있다. 최근에는 서부노인복지관에서 전문 강사를 경로당으로 파견해 노인들에게 웃음치료와 요가, 종이접기 등을 가르쳐 주기도 하며, 이들을 위한 생활안전교육도 열린다.

이와는 별도로, 삼동면 노인들을 대상으로 방문 봉사 서비스를 제공하는 울주노인복지센터측은 이곳 노인들은 이곳에 자리 잡은지 50~70년이 넘었으며, 이들 가운데 80%는 홀몸노인들이라고 전했다. 본래 이곳이 고향이거나, 시집 와 살게 된 셈이다. 노인들은 도시보다 이곳 농촌마을이 더 좋다고 입을 모았다. 안숙이 할머니는 “교통도 편하고 자식들과 손자들이 있는 도시 생활이 더 편할지도 모르지만 나만이 할 수 있는 농사일이 있고, 무엇보다 경로당에서 또래 노인들과 함께 지낼 수 있는 내 고향 마을이 더 좋다”고 했다.

◇초고령사회의 고민은 노인들의 건강과 경제적 문제= 이곳 노인들의 큰 고민거리는 건강과 경제적인 것이다. 박선득 노인돌보미는 “나이가 들수록 시력과 치아가 약해지는 노인들에게 필요한 것은 치과진료와 안과 검진”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방문의료지원서비스는 이 같은 질환이 있는 노인 5명 이상이 모여야만 실시가 되며, 기초생활수급자 노인을 대상으로 제공된다는 한계가 있다고 박씨는 전했다. 삼동면 일대 노인들의 생활을 돌보미 1명이 관리하고 있다. 그래서 각 노인들의 건강상태를 돌보미가 일일이 파악하기는 어렵다. 실제로 삼동면 보건지소의 의료서비스는 일반진료와 한방진료, 예방접종에 한정돼 있다. 치과진료를 받으려면 웅촌면 보건지소나 울산시내로 나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이와 함께, 경제적 문제도 노인들의 생활을 어렵게 만드는 원인 중 하나다. 노인들은 주로 노령연금과 기초생활수급자 지원비, 도시의 자녀들이 보내는 용돈 등으로 생활하고 있다. 노인들이 일자리를 구해 돈을 버는 것은 쉽지가 않다. 이 같은 문제를 그나마 해결하기 위해 울주군은 읍·면 단위로 노인일자리 사업을 추진해 지역 노인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다. 윤송열 삼동면 주민센터 복지 담당자는 “지역 어르신들을 위한 일자리로는 지역환경정비(마을 쓰레기 수거)와 산불감시원, 게이트볼장 청소 등 모두 3가지가 있다”면서 “1주일에 3일, 하루 3시간씩 참여할 경우 한 달에 20만원을 지급한다”고 했다. 그러나 이곳에 살고 있는 노인들의 절반 가량이 70~80세여서 실제 이런 사업에 참여하기도 어렵다고 울주노인복지센터측은 전했다. 윤수은기자

‘멋쟁이 어르신’을 소개합니다
‘90대 노신사’ 신병호 할아버지

백구두에 중절모자 동네 제일 멋쟁이
몸 깨끗이하고 청소하는게 건강비결
아내와의 70년 넘는 사랑도 자랑거리

삼동면 지랑마을에 살고 있는 신병호(95·사진) 할아버지는 이곳의 장수

어르신으로 꼽힌다. 1917년에 태어난 신 할아버지는 자신의 고향인 이곳 삼동에서 오랫동안 농사를 지으며 살아왔다. 삼동의 최고령자인 신 할아버지는 90대 중반의 나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건강하다. 그는 “아침에 일어나서 꾸준히 청소를 하면서 운동삼아 몸을 움직이고, 점심께 경로당에 와서 젊은 사람(70~80대 노인)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즐거운 하루를 보내고 있다”면서 “또 몸을 청결하게 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고 건강 비결을 밝혔다. 70대도 신 할아버지에게는 자식뻘이다.

할아버지의 깔끔함은 삼동면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하다. 잘 다려진 넥타이 정장에 백구두, 중절모 차림을 좋아하는 할아버지는 이곳의 ‘노(老)신사’. 여름이면 계절에 맞춰 모시 정장을 입고 다니며, 언제나 단정한 모습을 보여준다, 또래 노인들은 “신 할아버지의 정장 사랑은 말로 다 못한다”며 입을 모은다. 노인돌보미 박선득씨도 “할아버지는 이 동네에서 제일가는 멋쟁이”라며 엄지손가락을 내세웠다.

멋쟁이 신 할아버지에게는 또 하나의 자랑거리가 있다. 부인 박귀선(89) 할머니와의 70년이 넘도록 변하지 않은 사랑이다. 올해 결혼 72년째를 맞은 부부는 오랜 세월동안 희로애락을 함께했다. 지난해에는 본사에서 주관한 ‘2010 행복한 가족축제’의 모범부부로 선정 돼 주위의 부러움을 사기도 했다. 신 할아버지는 “70년이 넘는 세월 동안 함께한 아내에게 언제나 고맙다”며 박 할머니에 대한 변함엇는 애정을 과시했다.

신 할아버지의 바람은 살아가는 날 동안 부인과 함께 아프지 말고 건강하게 지내는 것이다. 그는 “아프지 않는 것이 최선이다”라며 “여생을 부인과 고향 마을 노인들과 즐겁게 보내고 싶다”고 말했다.

윤수은기자 prsyun06@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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