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최 여부가 불투명했던 경제협력추진위원회 제5차 회의가 당초 합의한 일정대로 평양에서 열리게 됐다.

 남측은 지난 주 한·미 정상회담에서 "남북교류와 협력을 북한 핵문제의 전개상황을 봐가며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사실상 "핵 문제" 해결과 교류협력의 연계방침을 천명한 것이어서 향후 전망이 밝지 않다는 우려섞인 시각이 지배적이다.

 북측의 입장은 이번 회담을 통해 어느 정도 파악되겠지만 핵 문제와 경협의 "병행"에서 "연계"로 갑작스레 선회한 데 대해 좋은 감정을 가질 리가 없을 것이다. 이번 회의를 특히 주목하는 것은 한·미 정상회담 이후의 남북관계를 가늠케 하는 시금석이 되기 때문이다. 상호 신뢰를 회복함으로써 일보 전진할지, 아니면 6·15공동선언 이전으로 후퇴할지 중대기로에 서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양쪽 모두 신중하게 처신해야 한다.

 경제협력의 취지는 말 그대로 경제 분야의 협력으로써 남북 모두 이득을 보자는 것이다. 어느 한 쪽이 다른 쪽에 베푸는 일방적 시혜가 아닌 데도 누가 누구를 "지원"하는 것으로 여겨서는 곤란하다. 남측이 국제통화기금 경제관리체제를 빠른 시일안에 졸업할 수 있었던 것도, 북측이 그 어려운 "고난의 행군"을 마감할 수 있었던 것도 서로의 도움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경협사업이 갖는 더 중요한 의미는 전쟁 없는 한반도를 위한 평화사업이라는 점이다.

 6·15공동선언 이후 여러 차례 여론조사 결과가 보여 주었듯이 교류 접촉이 빈번해지면서 남북간 전쟁 발발 우려는 현저히 낮아졌다. 무력충돌 가능성이 낮아져 외부 투자가 늘고 그럼으로써 경제적 어려움을 이겨내는 일이 수월해지는 선순환을 이뤄내야 한다. 남북의 공존공영을 꾀하고 한반도에 평화를 정착시키려는 상호협력을 "퍼주기"나 일방적 지원으로 매도해서도 안될 것이다.

 경협을 핵문제 해결의 지렛대로 활용하겠다는 의도 역시 "협력"을 "지원"으로 인식할 때나 가능한 발상이다. 협력사업이 마치 북측에게만 이로운 듯이 여기는 사고방식도 온당하지 않다. 이른바 북한 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서는 경협 등 남북 사이의 교류협력이 더 활성화돼야 한다. 압박과 제재로는 대재앙이 될 것이 분명한 충돌밖에 가져 올 것이 없기 때문이다.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