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은 가정의 달이 아니라 유통의 달로 하자는 우스개 소리가 나올 만큼 선물할 일이 유난히 많은 달이다. 선물은 하는 사람이나 받는 사람 모두가 행복을 느낄 수 있으니 주머니 사정만 생각하지 않는다면 선물이 많이 유통될수록 행복한 세상이 될 듯도 싶다.

 얼마 전 이라크 전쟁이 한창이었을 무렵 홍콩의 한 걸출한 영화배우가 400억에 달하는 자신의 전 재산을 애인에게 남긴다는 유서와 함께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그의 죽음을 두고 온갖 소문이 무성했다. 바로 그 즈음, 메소포타미아의 황량하고 뜨거운 사막 한가운데에서 미군에게 포로로 붙잡힌 이라크의 한 아버지가 포로 수용소의 바짝 마른 흙바닥에 앉아 철조망에 기댄 채 사막의 열기에 지치고 열에 들뜬 자신의 어린 아들을 품에 안고 한 뼘 손바닥으로 햇빛을 가리려 안간힘을 쓰고 있는 모습을 담은 사진을 보면서 기묘한 대조를 경험한 적이 있다. 예나 지금이나 사람의 행복은 외부 여건과 무관하다는 건 진리인가 보다.

 행복이란 무엇인가. 여러 가지로 이야기할 수 있겠지만 행복이란 순간순간 자신과 세상을 새롭게 경험하는 것이다. 매일 아침 같은 해가 떠오르지만 어느 날 아침 그 것이 매우 새롭고 신선한 경험으로 다가올 때 우리는 환희와 행복을 느낀다. 그것을 여러 가지 방식으로 포착한 것이 예술이요, 과학이다. 그런데 실제에 있어서 세계는 항상 새롭다. 오늘의 거리는 분명 어제의 거리와 다르며 오늘 아침 그 거리를 지나 일터로 가고 있는 나는 분명 어제의 내가 아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왜 대부분 시간을 일상의 무료함이라는 생각 속에서 새로운 자극을 찾아 헤매는 것일까. 새로운 자극을 찾아 술을 마시고 약물을 경험하고 새로운 사람을 찾고 여행을 떠나고 새로운 집으로 이사도 해보지만 새로움과 행복을 경험하는 것은 잠깐이다. 성서에 "누구든지 예수 그리스도 안에 있으면 새로운 피조물이다. 이전 것은 지나갔으니 보라 새 것이 되었다" 라는 내용이 있는데 매 순간 자신을 새롭게 경험할 수 있다면 그는 늘 행복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새로움이란 변화를 의미하고 변화를 위해서는 에너지가 필요하며 변화를 위한 에너지는 훈련에서 나온다. 그래서 행복을 위한 한가지 조건은 자신을 훈련하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행복을 원하지만 행복해지기 위해 자신을 훈련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사람의 마음은 습관적인 반응을 하게 되는 데 습관적인 반응에는 세 가지 종류가 있다. 좋은 자극에 대해서는 그것을 빨리 취하려고 급급해 하는 반응과 싫은 것에 대해서는 그것을 강박적으로 도피하거나 혐오하는 반응, 좋지도 않고 싫지도 않은 것에 대해서는 무료함을 느끼고 무엇에 쫓기기라도 하듯 새로운 자극을 찾아 나선다. 습관적인 반응의 한가지 공통점은 현재를 상실한다는 점이다. 욕망이나 도피나 강박적인 기대는 지금 여기를 잃어버리게 만들고 따라서 나를 잃어버리게 한다. 습관적인 반응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매순간 습관적인 반응을 자각할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훈련 중에서 가장 중요한 훈련은 순간순간 자신의 마음상태를 자각하는 훈련이다. 매순간 자신의 의식을 자각하여 습관적인 반응에서 벗어날 때 우리는 지금 여기에 최선을 다하는 창조적인 반응을 하게 되고 그 것이 곧 자기창조와 자유의 상태이다.

 하지만 무슨 훈련이라도 좋다. 훈련이란 의식적으로 규칙적인 반복을 실행하는 것이다. 책을 읽든, 운동을 하든, 명상을 하든, 무슨 일이든 규칙적으로 반복할 때 마치 럼벨을 규칙적으로 반복해서 들어올릴 때 근육이 발달하는 것처럼 변화가 생기고 이 변화 속에서 자신을 새롭게 경험하게 된다. 우리가 자신의 신체를 훈련할 때 행복을 경험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5월, 나날이 푸르름을 더해 가는 변화무쌍한 자연의 변화를 본받아 스스로를 훈련할 시간을 규칙적으로 가질 수 있다면 한층 더 행복해질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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