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땅하게 춤을 출만한 장소가 없습니다. 청소년문화센터가 있긴 하지만 시간제한 때문에 자유롭게 춤을 출 수 없습니다. 제약없이 마음껏 춤을 출 수 있는 장소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울산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 옆. 평일·주말 상관없이 오후 7시면 어김없이 20여명의 학생들이 찾아 와 검게 코팅된 커다란 유리창 앞에서 춤연습에 몰두한다. 대부분 울산시내에서 고등학교를 다니고 있는 학생들이다. 그 중에는 대학생도 몇몇 있었다.

 울산신정고등학교 댄싱부에서 부장을 맡고 있는 장성우(3년)군은 "사방이 거울로 된 장소가 있으면 좋겠지만 울산에는 그런 장소가 거의 없다"며 "뚜렷하게 춤동작을 볼 수 없는 유리창 앞이라도 이곳에서 춤출 수 있는 것만으로 만족한다"고 말했다.

 현재 울산에서 청소년들이 춤을 출 수 있는 장소는 지역 청소년문화의집 4곳이 전부다. 사설 무용학원을 빌려 사용할 수도 있지만 한 달에 15만원 정도의 비용이 들기 때문에 학생들에게는 부담이 크다. 그나마 춤 출 시설이 돼 있는 청소년문화의집도 규모가 있는 댄싱팀을 중심으로 장소를 빌려주고, 시간도 제한하기 때문에 춤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평범한 학생들이 자유롭게 이용하는데는 어려움이 많다.

 문예회관은 몇 해 전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1년에 한두번 회관 앞 분수대에서 공연을 할 수 있는 무대를 만들어 준 적도 있었다. 춤을 청소년 문화의 하나로 보고 그 문화를 양지로 끌어올리기 위한 취지에서였다. 그 무대에 올랐던 청소년들의 반응은 좋았지만 문제는 부모들의 항의. 회관측의 한 관계자는 좋은 의도로 시작했던 일을 부모세대의 인식부족으로 어쩔 수 없이 포기했다고 그 때를 회상했다.

 졸업 후에도 신정고 댄싱부에 참여하고 있는 김대욱(23·대경전문대 1년)씨도 "공간 문제보다 부모님과 주위 사람들의 곱지 않은 시선이 더 부담됐다"고 그 동안의 심정을 토로했다.

 송연옥 울주군 청소년문화의집 청소년지도사는 "부모님들이 음악감상이나 독서처럼 춤도 청소년 문화의 하나로 인식하는 열린 사고를 가졌으면 좋겠다"며 "그런 인식의 전환을 통해 춤을 출 수는 장소를 포함한 좀 더 많은 청소년 놀이 공간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서대현기자 sdh@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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