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시대인 21세기가 들어서면서 새로운 사회에 대비한 인식의 전환이 끊임없이 요구되고 있다. 특히 정보화사회의 미래와 관련하여 날로 복잡해지는 사회의 운영에 있어서의 효율성지향과 관리사회의 확대로 인한 개개인의 자율성확보 위기와의 대립과 긴장은 앞으로 우리의 생활 속에서도 다양한 형태의 갈등으로 표출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교육계를 난감하게 했던 교육행정정보시스템은 이러한 문제들의 출발일 뿐이다. 그리고 한총련에 대한 대응방식의 문제 등 다양한 문제의 해결을 위한 건전한 시민의식과 비판적 성찰이 무엇보다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사회적 목표를 상실한 풍요로운 소비사회에서 개개인은 각자의 껍질속에 틀어박혀, 체제측도 변혁측도 명확한 사회의 주체를 찾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대 시민사회의 문제점이다. 과제는 산적해있으나 그 해결을 위한 주체는 형성되지 않는 불안정한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이러한 사회와 그 속에 살고 있는 인간에게 존재의미를 부여하는 근본적인 부분이 공동화되어 있다. 이러한 상태에서는 종래의 대결형적 "시민운동’과는 다른 형태의 "시민활동’이 생겨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인간이 생존하는 기본적 조건으로서는 의식주와 같은 물적 조건은 물론, 이러한 본능적 욕구의 충족을 넘어서는 자신에 대한 충족감과 확신이 필요할 것이다. 이러한 마음의 풍요로움은 사람들은 관료화와 체제화를 지배하고 있는 경쟁원리를 벗어나서 수평적인 만남의 기회와 자기실현을 바라고 있는 많은 사람들 속에서 확인되고 있다.

 종래에는 경제부흥이나 경제성장이라고 하는 사회전체의 목표가 있었고, 그러한 목표를 향해 사회는 정비되는 한편 개개인은 동기부여가 가능했다. 그 덕분에 경제적 풍요로움은 어느 정도 달성되었으나, 그 이면에는 공해나 환경문제, 석유위기 등 성장의 한계도 노정되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사회체제는 아직도 고도성장기의 자세와 원칙을 고수하여 새로운 시대에 대비할 수 있는 목표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사회틀 속에서 개인의 아이덴티티는 불안정한 상태로 방치되어 있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 하에서는 기존의 대결형적 시민운동으로부터 자연스럽게 네트워크형 시민운동으로 전화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또 다른 하나의 사회’를 지향하고자 하는 네트워크형 시민운동은 "생활제안형 시민운동’의 형태를 띠고 있어, 비판형 시민운동이나 투쟁형 내지는 고발형 시민운동과는 구별된다.

 이 새로운 형태의 네트워크형 시민운동은 변혁의 자세를 지니지만, 항상 대결의 자세를 취하는 것은 아니다. 우선 대안을 제시하고, 그것이 타인들에게 설득력을 가지면 참가자가 모여서 활동이 시작된다. 대안실현이 목적이기 때문에 상대가 체제옹호적이든 변혁지향적이든 상관없이 유연성만 있으면 협력할 수 있는 부분은 협력한다. 그리고 대등하게 교섭할 수 있는 역량이 있으면 파트너십을 형성하는 것도 주저하지 않는다. 이러한 시민운동을 그들 스스로는 시민활동으로 부른다.

 이같은 특성으로 인해 "시민활동’은 행정과의 파트너십을 기초로 하는 다양한 협의회가 형성되어 문제를 협조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가능해 지는 것이다. 그리고 기업에 의한 시민활동에의 관여는 기업시민으로서의 사회공헌활동으로 나타난다. 이러한 활동이 사회적으로 안정화 되어갈 때 소위 "노사정’은 자연스러운 해결의 주체로서 형성될 수 있는 것이며, 그러할 때 진정한 형태의 파트너십이 뿌리를 내리게 될 것으로 본다.

 이제 흑백논리를 운운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것임은 당연한 사실로 되었으나, 적과 나를 구분하고 분리하려는 단순 대결논리는 노동 영역을 비롯한 사회갈등이 표출되고 있는 현실의 장 곳곳에서 여전히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단순대결논리는 이제 설득력을 가질 수 없다는 것을 분명히 인식해야 할 것이다. 협동적인 사회를 구축하는 데는 아직도 많은 시간과 훈련이 필요한 것 같다. 비판과 회의가 난무하지만 대안이 결핍되었던 것을 부정하기 힘들었던 지난날의 시민운동의 한계를 성찰하면서 보다 협동적인 사회구상을 위해 과연 무엇이 필요한가를 구체적으로 고민해야 할 때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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