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노익장 과시하는 노인들­③ 노인 돌보는 노인들

“언니, 어깨 근육이 많이 뭉쳐 있네요. 이제 좀 어때요?”(정희연 할머니)

“응, 동생이 이렇게 와 줘서 안마해주니까 정말 시원해.”(장현순 할머니)

정희연(73) 할머니는 매주 월요일과 수요일, 토요일 오후 1시부터 4시까지 노인일자리사업의 하나인 ‘노(老)­노(老) 케어’에 참여한다. 정 할머니가 돌보는 할머니는 자신보다 16살 더 많은 홀몸노인 장현순(89) 할머니. 2년전부터 노인복지관의 노­노 케어 사업에 참여한 정 할머니는 장 할머니가 가장 반기는 동생이자 친구다.

▲ 노인일자리사업의 하나인 ‘노(老)­노(老) 케어’에 참여하고 있는 정희연 할머니(오른쪽)가 장현순 할머니댁을 방문해 안마를 해주고 있다. 김경우기자 woo@ksilbo.co.kr

27일 정 할머니는 중구 반구동의 장 할머니가 사는 단칸방에 찾아가 복지관에서 배운 건강체조를 언니인 장 할머니에게 가르쳐 주고. 안마를 해 줬다. 그리고 때에 따라서는 장 할머니가 자주 가는 병원에 함께 가기도 한다. 장 할머니는 “20년 전 부터 가족과 떨어져 혼자 살았다”면서 “노환으로 기관지와 관절이 좋지 않아 몸을 움직이기도 힘들고, 기초생활수급비로 어렵게 사는데 젊은 동생(정 할머니)이 이렇게 챙겨줘서 늘 고맙다”고 말했다.

노인들이 노인 돌보는 老-老 케어 사업
같은 세대간 공감대 형성 외로움 덜어
서비스 후 유대 지속·수혜자 발굴 총력

◇나이많은 노인 돌보며 ‘보람’ 느껴= 울산시노인복지관은 지난해 3월부터 10월까지 저소득 및 차상위계층에 속한 홀몸노인들의 가구를 대상으로 ‘노­노케어’사업을 펼쳤다. 이 사업은 또래 노인들을 파견해 정서 및 가사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지난해 울산시노인복지관이 발표한 ‘2010 노인일자리사업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노­노 케어사업 참여자 50명을 대상으로 만족도 조사를 실시했다. 참여자의 연령대는 70세 이상~74세 이하가 18명(36%), 60세 이상~64세 이하가 17명(34%), 65세 이상~69세 이하가 14명(28%) 등의 순이다. 집안일을 해야하는 가사지원 서비스를 포함한 노­노 케어사업의 업무 특성상 74세 이하의 연령대 참가가 많다. 노­노 케어가 집안일을 할 수 있는 일정 수준의 체력과 봉사정신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보람과 성취감을 느꼈는가’에 대한 문항에 노인 35명이 만족(70%)한다는 반응을 보였다.<표1 참조> 이날 장현순 할머니를 돌보던 정희연 할머니도 3년 전 남편과 사별하고 노­노 케어 일자리사업에 참여했다. 정 할머니는 “칠십이 넘어서도 나보다 어려운 사람들을 도울 수 있어서 기쁘다”면서 “일자리사업 기간과 상관없이 매일 또래 노인들과 언니(장 할머니)집에 들러 몇 시간씩 이야기를 나눈다”고 전했다.

▲ 울산노인복지관은 지난해 노­노 케어사업 수혜를 받는 노인들에게 더 나은 봉사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사업참여 노인들을 대상으로 직무교육을 열었다.

◇노인세대 간의 ‘공감대’ 형성으로 외로움 덜어= 노­노 케어사업 수혜 노인들의 연령대는 80세 이상이 16명(51.6%)으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고, 75~79세가 7명(22.6%), 70~74세가 4명(12.9%)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울산시노인복지관은 수혜 노인들보다 연령이 낮은 노인들을 배치하고 있다. 나이가 많은 노인들이 오면 수혜 노인들이 일을 부탁하기 부담스러워 하기 때문이다. 또 가사서비스 및 발마사지 등 체력을 요구하는 활동이 많은 것도 그 이유라고 할 수 있다.

장 할머니는 “가족보다 더 가족같은 동생이 늘 가까이 있어 마음이 편하다”면서 “혼자 산 지 20여년이 지났어도 무탈하게 잘 지낼 수 있었던 것은 동생(정 할머니)가 있기 때문”이라며 고마워했다. 노­노 케어사업은 사업에 참여하는 노인 뿐 아니라 사업 수혜자인 노인들에게도 대부분 ‘만족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수혜 노인 31명을 대상으로 만족도 조사를 실시한 결과, 노인들의 90% 이상(29명)이 또래 노인들이 제공하는 돌봄 서비스에 만족하며, 긍정적인 변화가 있었다고 대답했다.<표2 참조>

◇지속적인 대상자 발굴과 꾸준한 참여 절실= 울산노인복지관은 지난해 노­노 케어사업 참여 노인들을 대상으로 ‘건강체조’교육을 실시해 수혜 노인들에게 더욱 다양한 건강 서비스를 제공해 줬다고 자평했다. 이는 사업 참여 노인들과 수혜 노인들이 서로 긍정적인 유대관계를 만들어 가고 사업이 끝난 뒤에도 자발적인 참여가 계속된 데서 알 수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지난 2008년부터 장기요양보험법이 실시됨에 따라 중복 수혜의 금지로 노­노 케어를 받을 수 없는 노인 세대가 있어 몇 해 동안 이어져 오던 관계가 지속적으로 이뤄지지 못해 아쉽다는 평가가 나왔다. 유애희 울산시노인복지관 일자리담당 사회복지사는 “동 주민자치센터에 노­노 케어사업을 지속적으로 홍보해 지역 사회의 돌봄이 필요한 노인들을 발굴하고 있다”면서 “또 참여 노인들이 임의로 방문약속시간과 요일 등을 변경하는 경우도 많아, 담당자가 수시로 현장 방문에 함께 하고 전화로도 확인을 하면서 규칙적인 돌봄 사업을 이끌어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윤수은기자 prsyun06@ksilbo.co.kr

◇노-노케어사업 참여 노인 만족도 <표1>

내용 매우
만족
만족 보통 불만족 매우
불만족
보람,
성취감
11명
(22.0%)
24명
(48.0%)
15명
(30.0%)
0명
(0.0%)
0명
(0.0%)

◇노-노케어사업 수혜 노인 만족도 <표2>

문항 매우
만족
만족 보통 불만족 매우
불만족
서비스
만족도
24명
(77.4%)
5명
(16.1%)
2명
(6.5%)
0명
(0.0%)
0명
(0.0%)
수혜에 대한 긍정적 변화 25명
(80.6%)
4명
(12.9%)
2명
(6.5%)
0명
(0.0%)
0곳
(0.0%)

제공=울산시노인복지관 ‘2010 노인일자리사업 결과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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