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 동구청의 추경예산 108억원이 동구의회에 의해 전액 부결되는 의정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이 같은 사태는 동구청과 동구의회, 의회내 노동계와 비노동계 의원들간의 감정대립이 빚어낸 결과로서 관련자 모두 비난과 책임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무엇보다 지방 의정활동사에 불명예스러운 오점을 남길 것으로 보여 동구주민을 포함한 울산광역시민의 자존심만 여지없이 실추된 꼴이 됐다.

 이번 사태를 추이해 볼 때 가장 직접적 원인은 동구청장의 공약사항인 노동상담소 설치예산 2천80만원이 발단이 됐다고 할 수 있다. 여기에 올해 당초예산 심의 때 의회가 삭감한 예산을 노동계 출신 구청장이 밀어붙이기 식으로 재편성해 상정한 것이 화를 자초했다. 결국 총 108억원의 추경예산안 통과여부가 노동계, 비노동계 의원들이 노동상담소 설치예산에 대한 찬반대립으로 부결되는 사태로 이어진 것이다. 이 과정에서 노동계 출신의원들의 기권으로 부결안은 6대 0으로 의결됐다.

 작금의 사태와 관련해 우리는 양측을 싸잡아 비판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든다. 지방의회가 무엇인가. 지역 주민에 의해 선출된 의원들로 구성된 합의제 의결기관이 아닌가. 주민의 의견을 수렴해 집행부에 건의·요구하고, 조례를 제정하고, 예산을 심의결하고, 구살림을 감시하는 기능을 갖고 있는 곳에서 파행운영을 자초하다니 더 이상 무엇을 기대하겠는가. 아무리 어려운 상황이라도 그것을 협의를 통해 풀어내는 능력이 없으면 지방의회를 설치하고 지방의원을 선출할 이유가 없다.

 아무튼 추경예산안의 부결로 해서 주민복지사업 등이 큰 차질을 빚어서는 안된다. 이왕 지난 임시회가 폐회된 만큼 집행부는 서둘러 새 추가경정예산안을 편성해 의회에 제출하고, 의회도 가능한 한 빠른 시일내에 차기 임시회를 소집해 시민혈세가 사장되는 기간을 최소화해야 할 것이다. 문제의 노동상담소 설치예산에 대해서도 집행부와 의회간, 의회내부의 노동계와 비노동계 의원간의 합리적 조율이 필요하다. 그 판단의 기준은 구민의 여론이 돼야 한다.

 당시 노동상담소 설치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모두 공감을 했던 만큼 좀더 의견을 좁히다 보면 수긍할만한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어떤 상황에서건 의회를 파행으로 끌고 가는 일은 없어야 한다. 집행부도 의회도 동구민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니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을 태우는 우를 범하지 말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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