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서 입암에서 지장고개를 넘어 두동방면으로 가다 오른쪽 새로 포장된 길로 들어가면 만나는 마을이 율림마을이다. 지장고개를 넘어갈 때면 마을 앞의 언덕 때문에 마을이 잘 보이지 않지만 두동에서 범서로 들어오는 길로는 은편쯤에서 왼쪽을 쳐다보면 얕은 구릉 아래 가지런히 남쪽을 보고 담을 잇고 있는 집들이 50여호나 된다. 이곳이 여양 진씨(驪陽 陳氏)들이 모여 사는 마을이다. 여양 진씨 마을로는 울산에서 가장 큰 집성촌을 이루고 있다.

 율림마을의 진씨들은 파보도(派譜圖)상으로는 상계오파(上係五派)로는 매호공파(梅湖公派), 중계십삼파(中係十三派)로는 학생공파(學生公派), 하계사십칠파(下係四十七派)로는 송계공파(松溪公派)에 속한다.

 중국에서 건너온 성씨이지만 우리나라의 시조로는 고려 예종때 이자겸의 난을 평정한 상장군 겸 신호위대장군 총후(寵厚)이다. 이자겸의 난을 토벌한 공으로 여양군(지금의 충남 홍성군)을 봉읍받았기에 여양군(驪陽君)으로 불린다. 이 때부터 여양을 관향으로 삼았다. 요즘 텔레비전 드라마인 "무인시대"에서 용맹을 떨치고 있는 장군 진준이 바로 총후의 아들이다.

 그러나 송나라 북주에서 우윤을 지낸 진수가 난을 피해 지금의 충남 홍성군 장곡면 일대인 여양군 덕양산에 자리를 잡은 것이 동방 진씨 선계로 보고 있다.

 중국의 선계는 요순시절 순임금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순임금의 34세손인 호공이 진(陳)이란 땅을 식읍받았다. 이들은 대대로 춘추전국시대 진나라의 주인이었으나 호공의 54세손 민공월이 초나라 혜왕에게 망하자 제나라로 가면서 나라이름을 따 진(陳)을 성(姓)으로 한 것이다.

 율림마을에 터를 잡고 이른 바 두동계보를 이룬 입향조는 명용(命龍)으로 시조 총후의 22세손. 난수(蘭秀)의 둘째아들로 경남 진해에서 1763년에 태어난 명용이 두동면 만화리에 터를 잡은 뒤 그 후손들이 10대에 걸쳐 율림마을을 고향으로 하고 있다.

 입향조 이후 한동안 손이 귀했으나 입향조의 5세손들인 27세부터 마을이 크게 번성했다. 그 때가 1850년 안팎으로 50여가구에 달했다. 율림마을의 50여가구 가운데 타성받이로는 3~4가구에 불과해 그야말로 전형적인 집성촌을 이뤘다.

 앞 뒷집이 아저씨고 할아버지였으며 또 조카, 손자였다. 어느 한 집이 큰 일을 당하면 마을 전체가 상복차림이었으며, 경사에는 마을 전체가 화복차림은 당연한 모습이었다.

 종친회장을 맡고 있는 한구(漢久)씨는 "마을 전체가 한 할아버지를 모시고 있었기에 모두가 집안이었지만 해방 이후부터 한 두 집씩 밖으로 나가면서 조금씩 옅어져 지금은 20가구 정도가 남아있다"며 "매년 한 차례씩 제실에 모여 파보도 강의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외지라고 해도 울산시내와 양산, 부산 등이 대부분이라고 덧붙였다.

 차종손 원우(遠遇)씨는 "앞으로 연화산 뒤로는 국수봉과 은월암 치술산을 사이에 자리한 마을의 모습은 예나 지금이나 크게 변한 것이 없다"며 단지 초가집이 기와집으로, 기와집이 슬라브집으로 변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한구 종친회장은 마을 앞의 넓은 논이 펼쳐져 있어 대대로 농사만을 지었기에 마을에 변화가 없었지만 대곡댐 건설로 수자원보호구역 지정을 둘러싸고 마을이 들썩이고 있다고 말했다.

 마을회관은 물론 집집이 담벽에 적혀있는 "결사반대"의 구호로도 그 분위기를 짐작할 수 있다.

 종친회원은 현재 98명. 율림마을을 고향으로 하는 사람이 400명 가까이 된다는 설명이다.

 율림마을 진씨들의 중심은 현재 시조로부터 30세손들로 항렬자로는 호(昊) 환(奐) 규(奎) 곤(坤)이지만 세손으로는 32세손까지 내려갔다.

 율림마을 여양 진씨출신으로 한상씨가 두동면장을 13년간 지냈으며, 동생인 종친회장 한구씨는 울산중앙농협 전무를, 한준씨는 울주군청에서 근무하기도 했다.

 또 같은 항렬인 장출씨는 부산시청 과장으로 공직에서 퇴임했다. 두원건축설계사무소장인 철수씨도 이 마을출신으로 29세손이다.

 울산요식업협회장인 철호씨, 삼성의료원 핵의학실장인 광호씨, 군무관으로 근무중인 정호씨, 울산시청 행정부시장 비서실의 부호씨, 위니아 울산영업소장 동호씨, 옥동의 마하수학전문학원장 해호씨 등이 30세손이다.

 또 부산수산청에 근무하는 양호씨, 쌍용정유에 다니고 있는 의호씨와 한전에서 일하고 있는 구호씨도 30세손들이다.

 시교육청 학교운영지원과 장학관인 원우씨와 민주시민회 의장인 영우씨, 중구새마을지회 전 사무국장인 윤식씨도 31세손으로 한 집안이다. 서찬수기자 sgij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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