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상처주는 자식, 멍드는 부모 - ① 울산지역 노인학대 피해 현황

#1. 울산시 남구에 거주하는 김모(87)할머니는 노환으로 거동이 불편해 10여년 전 부터 방에서 눕거나 앉아서 생활했다. 자식들의 도움없이는 일상생활이 전혀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할머니를 부양하고 있는 두 아들은 모두 알콜중독으로, 늘 술을 마신 상태에서 노모를 대했다. 아들들은 노모의 팔을 세게 잡아 멍이 들게 하고, 욕설을 내뱉는 등 신체적·정서적인 학대를 일삼았다. 또 김 할머니의 집은 청소가 전혀 되지 않았다. 그래서 김 할머니는 건강마저 위협받고 있었다.

#2. 5년전 남편을 사별한 이모(75)할머니는 지난해 1월부터 치매증상을 보여 자식들이 중구의 한 요양병원에 입원시켰다. 하지만 그 뒤로 매달 병원비만 입급할 뿐, 할머니를 찾는 자식들의 발길은 뚝 끊겼다. 할머니는 병원의 간호사에게서 가끔씩 자식들의 소식을 들을 수 밖에 없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지난 3월부터는 병원비마저 입금되지 않아 이 할머니는 다음달이면 어쩔 수 없이 병원을 나가야 되는 상황에 처했다.

작년 지역 노인학대 44건 전년비 30% 급증…올들어 16건
“병원비·약값 감당 안돼”…정서적 학대가 신체학대의 2배
학대행위 10명 중 7명은 자녀…처벌할까 두려워 신고 안해

◇해마다 늘어나는 노인학대= 현행 노인복지법은 노인학대를 ‘노인에 대하여 신체적·정신적·정서적·성적 폭력 및 경제적 착취 또는 가혹행위를 하거나 유기 또는 방임하는 행위’라고 규정하고 있다.<표1 참조>지역의 노인학대문제를 전문적으로 관리하는 울산노인보호전문기관(이하 ‘전문기관’)은 지난 2009년부터 올해 4월30일까지 노인학대 신고건수는 모두 86건이라고 밝혔다. 특히 2010년은 44건으로 2009년(26건)보다 약 31% 이상 증가했다. 올들어 4월말까지도 16건이 신고됐다. 노인학대가 해를 거듭할 수록 늘어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은주 전문기관 팀장은 “가족의 개념에서 웬만해서 신고를 꺼리는 것을 고려할 때 노인학대신고가 늘어났다는 것은 곧 ‘학대’의 의미가 폭력으로 인한 신체적 손상에서 그치는 것이 아님을 보여준다”면서 “고령화 시대를 맞이함에 따라 노인들이 자신들의 권익을 찾는데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서적 학대가 신체적 학대보다 ‘2배’ 더 많아= 지난해 접수된 노인학대 신고 44건을 학대 유형(중복집계 가능)별로 분석해보면, 전체 67건의 학대유형 가운데 정서적 학대가 26건(39%)으로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방임 16건(24%), 신체적 학대 10건(15%)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정서적 학대는 2009년부터 지난달 말까지 노인복지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6가지 학대 유형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표2 참조>

하지만 정서적 학대는 눈으로 쉽게 확인되는 신체적 학대와는 달리, 노인과 신고자의 주관적인 판단으로 분류되는 유형이기 때문에 자칫 학대로 인지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전문기관측은 “며느리가 늙은 시어머니를 앞에다 두고 ‘노인네, 돈은 안 벌면서 밥은 얼마나 먹는지’ 또는 ‘병원비며 약값이며 감당이 안된다’며 눈치를 주는 것도 정서적 학대에 해당된다”고 말했다.

또 “노인학대의 대부분은 피해노인과 학대행위자의 오랜 갈등 관계에서 비롯되기 때문에, 정서적 학대를 방치할 경우 신체적 학대나 방임 등 다른 유형의 노인학대로 확대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노인학대의 유형 가운데 ‘방임’은 2009년 4건에서 2010년 16건으로 무려 4배나 증가했다. 올해도 지난 4월말까지 방임으로 분류된 건수는 5건으로 점차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전문기관측은 울산지역에 홀몸노인의 증가와 함께 노인 방임 사례도 늘어나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은주 팀장은 “고령화와 핵가족화로 자녀들이 노부모 부양에 대해 부담을 느껴 이 같은 학대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면서 “방임은 노인 스스로 권익을 찾기 위해 나서지 않으면 장기간 방치되거나 은폐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 홀몸노인이 죽은 뒤 오랜 기간이 지나서야 시신이 발견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는 의미다. 이를 방지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노인 주변 이웃들의 ‘관심’이라고 기관측은 설명했다.

◇학대행위자의 절반이 학대 노인의 ‘자녀’= 노인학대행위자의 열명 가운데 일곱명이 자식들인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접수된 학대 신고 44건을 학대행위자(중복집계 가능)별로 분석하면, 학대행위자 54명(100%) 가운데 자녀가 39명(72%)으로 가장 많았다. 자녀를 성별로 다시 구분했을 때, 아들이 32명(59%)으로 가장 높게 나타났으며 딸이 7명(13%)으로 그 뒤를 이었다.<표3 참조> 부모의 부양의무는 아들이 져야 한다는 한국사회의 유교적 관습과 이에 대한 아들의 부담이 노부모에 대한 학대로 이어지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주목해야 할 것은 학대행위자 유형 가운데 피해노인 스스로가 자신을 위기 상황에 처하도록 내버려두는 ‘자기 방임’이 6명(11%)으로 조사 돼 자녀 다음으로 높다는 점이다. 피해노인들은 자녀들의 부양에 대한 어려움을 먼저 이해하거나 오히려 자녀들이 피해를 입을 것을 염려해 주위의 도움을 요청하지 않고, 감내하고 있는 것이다. 이은주 팀장은 “주변 이웃들이 학대 상황을 신고해도 피해노인 스스로가 자식들이 처벌받을 것을 먼저 걱정해 기관의 도움을 거부하거나, 사정을 얘기하지 않은 경우가 종종 있다”면서 “피해대상이 미성년자인 아동학대와는 달리 노인학대의 경우, 피해노인들이 동의하지 않을 경우에는 전문기관이 문제에 개입할 수 없다”고 말했다.

윤수은기자 prsyun06@ksilbo.co.kr

◇노인복지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학대의 유형 <표1>

유형 정의
신체·정신적
학대
물리적인 힘 또는 도구를 이용해 노인에게 신체적 또는 정신적 손상과 고통, 장애 등을 유발시키는 행위
정서적 학대 비난과 모욕, 위협 등의 언어 및 비언어적인 행위를 통해 노인에게 정서적 고통을 유발시키는 행위
성적 학대 성적수치심 유발행위 및 성폭력(성희롱, 성추행, 강간)등의 노인 의사에 반해 강제적으로 행하는 모든 성적 행위
경제적 학대 노인 의사에 반해 노인으로부터 재산 또는 권리를 빼앗는 행위로서 경제적 착취 등을 하는 행위
방임 부양의무자로서의 책임이나 의무를 거부, 불이행 또는 포기해 노인의 의식주 및 의료를 적절하게 제공하지 않은 행위
유기 보호자 또는 부양의무자가 노인을 버리는 행위

◇유형별 분석 노인학대 건수(중복집계 가능) <표2>

구분

2011년
(4월30일까지)

2010년

2009년

정서적 학대

9건

26건

14건

방임

5건

16건

4건

자기방임

4건

6건

8건

신체적 학대

2건

10건

9건

경제적 학대

2건

7건

8건

성적 학대

­

1건

­

유기

­

1건

­

합계

22건

67건

43건


◇최근 3년간 학대행위자 현황(중복집계 가능) <표3>
구분 자녀 본인 사위·며느리 배우자 손자녀 친척 타인 기관 합계
2011년
(4월30일까지)
9명(53%) 4명(23%) ­ 2명(12%) ­ ­ 1명(6%) 1명(6%) 17명(100%)
2010년 39명(72%) 6명(11%) 5명(9%) 3명(6%) ­ 1명(2%) ­ ­ 54명(100%)
2009년 22명(65%) 8명(23%) 1명(3%) 2명(6%) 1명(3%) ­ ­ ­ 34명(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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