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상처주는 자식, 멍드는 부모 - ③ 노인학대예방 위한 사회활동...

지난 2004년 12월, 울산시노인학대예방센터로 문을 연 울산노인보호전문기관(이하 ‘전문기관’)은 지역 노인들의 권익을 보호하고 노인학대예방과 노인인식개선 등으로 이들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만들어졌다. 이는 2004년 노인복지법이 개정됨에 따라 노인학대의 정의와 긴급전화 및 노인보호전문기관의 설치근거 규정이 마련됐기 때문이다.

전문기관측은 울산이 고령화사회로 급하게 진입하면서 노인차별 및 학대에 따른 노인인권문제가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떠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이은주 팀장은 “울산은 올해부터 노인인구가 차지하는 비율이 7%를 넘어 본격적인 고령화사회를 맞이했고, 2018년에는 고령사회(14% 이상), 2026년에는 초고령사회(20% 이상)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고령화사회를 맞아 학대받는 노인이 없는 세상, 어르신이 존경받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다양한 방법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기관, 유형별 법률·의료 지원…잠재사례는 모니터링
서비스 이후에도 방문·전화상담 등 통해 재발 여부 확인
노인학대예방지킴이도 노인공경 가치관 정립 활동 등 활발

◇문제발생땐 상담이 최우선 해결책= 노인학대예방의 핵심은 노인학대 신고 접수 뒤, 전문기관에서는 벌이는 상담이다. 전문기관은 학대피해노인과 가족에 대한 전문적이고 체계적으로 학대 사실에 개입해 문제 해결에 나서고 있다.

▲ 울산노인보호전문기관에서는 지역 경로당과 노인복지관을 이용하는 노인들을 대상으로 노인학대 피해의 심각성과 신고의 중요성을 알리는 교육을 펼치고 있다.

먼저 본인과 가족, 또는 이웃과 경찰서, 보건복지부 콜센터(129), 노인학대 신고상담전화(1577·1389)를 통해 학대 접수를 받는다. 접수된 내용은 전문기관의 노인전문 상담을 통해 학대의심사례와 일반사례로 분류되며, 학대의심사례는 다시 법률 및 의료, 경찰, 사회복지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사례판정위원회에서 4가지 유형으로 나눠진다. 신고 당시 학대를 당한 노인들에게 즉각적인 의료조치를 해야 할 경우에는 응급사례로 판정된다. 학대피해노인들의 학대행위자에게서 벗어나 안전이 확보될 경우 비응급사례가 된다. 노인 부양 문제를 두고 자녀들끼리 다퉈, 당사자인 노인이 불안을 느낀다면 이는 잠재사례에 해당된다. 현재 학대는 발생하고 있지 않지만 학대 위험이 내포돼 있기 때문이다. 학대와 학대위험 요인이 나타나지 않은 경우에는 일반사례로 분류된다.

사례판정을 받은 학대피해노인들은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기관에서 제공하는 서비스를 받는다. 서비스는 복지와 법률, 의료, 보호, 정보제공 등으로 나뉜다. 잠재사례에 해당되는 노인들에게는 가정 모니터링 서비스가 지원된다. 이 같은 활동으로 노인학대문제가 모두 끝나면 최종 평가와 함께 기관의 서비스는 끝이 난다. 하지만 다시 학대가 발생할 것을 대비해, 최소 3개월 이상 한달에 한번씩 직접 방문 또는 전화 상담을 통해 재발 여부를 확인한다.

이은주 팀장은 “노인학대예방의 핵심은 바로 사회가 제공하는 상담과 서비스 지원 등을 통해, 학대 피해 노인과 가족들을 다시 연결시켜 가정의 회복을 도모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인 스스로 권리찾기도 활발=지난 2006년, 기관은 노인일자리사업의 하나로 60세 이상 지역 노인들로 구성한 ‘노인학대예방지킴이단’을 발족했다. 현재 57명이 활동하고 있는 지킴이단은 크게 교육팀(20명)과 홍보팀(37명)으로 나뉜다. 교육팀에서는 한달 20시간, 지역 경로당을 돌며 노인들에게 학대 피해의 심각성과 예방의 중요성을 가르친다. 홍보팀은 재래시장 등을 돌며 기관을 알리는 등 노인학대예방에 대한 거리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이은주 팀장은 “학대 문제를 단순히 개인적인 문제나 가족문제로 두려는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동년배인 어르신들이 직접 교육 강사로 나서 학대 피해 사실에 대한 이야기들이 원활하게 나올 수 있도록 돕는다”고 말했다. 고령화사회를 맞아 노인들이 스스로에 대한 권리 찾기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이다.

이와 함께, 전문기관에서는 올해부터 60세 이상 노인들로 구성된 ‘효(孝)가 꽃피는 인형극단’을 결성해 지역 어린이집과 유치원 등을 돌며 어린이들에게 노인 공경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인형극을 선보이고 있다. 노인학대의 근본적인 예방은 ‘노인공경’에서 비롯되기 때문에,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효에 대한 올바른 가치관을 정립하고 노인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을 심어주는 것이 먼저라고 보았기 때문이다.

이밖에도 전문기관은 지역 노인복지시설 및 기관 등 노인학대 신고의무자들을 대상으로 법적 의무와 노인학대 예방 교육사업을 갖고 있다. 또 노인건강박람회와 울주군 주민생활서비스 박람회 등 울산시와 5개 구·군의 행사와 연계해 시민들을 대상으로 노인학대예방의 중요성도 알리고 있다. 특히, 오는 6월15일 제6회 ‘세계노인학대인식의 날’기념식에는 효행이 뛰어난 청소년을 공모해 시상하고, 어르신 연극단의 공연도 펼쳐질 예정이다. 윤수은기자 prsyun06@ksilbo.co.kr

‘멋쟁이 어르신’을 소개합니다

“노인 권리 스스로 지켜야”

노인학대예방지킴이 안순희 할머니
60대 중반에도 왕성한 사회활동 눈길
평균수명 길어질수록 자기관리 강조

“노인의 권리는 노인 스스로가 지켜야죠.”

안순희(66·사진) 할머니는 울산노인보호전문기관에서 지난 2008년부터 일자리사업인 노인학대예방지킴이단으로 지역 노인들의 든든한 지킴이 역할을 하고 있다. 통장과 부녀회장 등

자생단체 활동을 20여년 가까이 했던 할머니는 나이 60이 넘은 뒤에도 사회활동을 계속 하기 위해 전문기관을 찾았다. 안 할머니는 현재 지킴이단 교육팀에 있으며, 한달에 20시간씩 지역 경로당을 찾아 동년배 노인들과 선배 노인들에게 노인학대예방교육을 하고 있다. “‘노인학대’얘기를 처음부터 꺼내면 어르신들이 싫어해요. 그래서 교육에 앞서, 어르신들과 함께 안마와 박수치기 등 레크레이션으로 친밀감을 높이죠.”

안 할머니는 경로당을 돌며 노인들과 이야기를 나눠보면, 주로 70~80세 연령대의 노인들이 학대를 당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도시의 아파트에서 자녀들과 함께 살고 있는 노인들에게서 학대를 당한 경험을 많이 들어요. 물론 자신들은 학대를 받지 않았고, 주변에서 ‘어느 노인이 자녀에게 학대를 받았다더라’는 식으로 말씀을 하시지만요.”

할머니가 주로 듣는 학대 사례는, 자식들이 노모를 봉양하겠다는 조건으로 부모의 재산을 임의로 처분한 뒤, 아파트에서 함께 살면서 노모가 바깥 생활을 하지 못하게끔 하는 경우였다. 그러나 노인들은 부모이기 때문에, 자식들에게 학대를 당해도 먼저 신고를 하는 것은 드물다고 설명했다. “경로당을 돌면서 제가 노인들에게 ‘학대의 고통을 참지말고 자식을 위해 신고를 해라’고 얘기해요. 학대는 참고 놔 둘수록 그 정도가 심해지거든요. 부모세대들도 ‘노인’이라는 이유로 더 이상 자식에게 모든 것을 의지할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안 할머니는 평균 수명이 길어지고 노인복지시설이 발달하는 오늘날, 노인들의 인식도 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제는 부모 봉양의 의무를 자식들에게 일방적으로 강요해선 안된다고 봐요. 노인들도 힘이 닿는 한 스스로 살아가야죠. 예를 들면, 자신의 재산은 무엇보다 노인 자신이 관리를 해야하는 것이죠.” 위로는 98세 시어머니를 모시고, 아래로는 외손자를 두고 있는 안 할머니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학대로 고통받고 있는 노인들을 힘 닿는데까지 찾아 이들이 다시 안정적인 가정에서 노년을 보낼 수 있도록 돕겠다”고 말했다. 윤수은기자 prsyun06@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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