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당권주자들이 TV 토론을 가졌다. 이회창 전 총재의 퇴진이후 새 지도부 구성을 위한 대표경선을 앞두고 가진 첫 미디어 선거전인 셈이다. 6명의 후보들은 저마다 국민에게 가까이 다가서기 위한 당 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자신이 그 과제를 수행해나갈 적임자임을 부각시키는데 주력했다. 내달 26일 대표경선을 앞두고 한나라당은 이들 6명의 각축이 앞으로 더욱 불을 뿜을 전망이다.

 대선패배 후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한나라당의 모습은 많은 국민에게 실망감을 주어온 것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대선 패배가 던진 메시지에 대한 해석상의 편차와 정당 및 정치개혁 방향에 대한 이견 등은 원내 제1당으로서 제대로된 역할을 하는데 결정적 장애요인으로 작용해왔다. 이런 점에서 지난 대선에서 한나라당을 지지했던 유권자들을 비롯한 상당수 국민은 하루빨리 야당이 안정돼 전향적 의미에서 새로운 여야관계의 기틀이 마련되기를 기대해왔다. 내달 대표경선은 이전 총재 이후 지도부 공백상태를 매듭짓고 한나라당이 새로운 지향점을 향해 나아가는 계기로 작용할 것이라고 보아도 좋을 것이다.

 그렇지만 당권주자들이 저마다 보수와 개혁이라는 두가지 화두를 아우를 수 있는 적임자임을 강조하면서도 실제로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실질적 내용을 제시하지 못한 것은 아직도 야당이 직면하고 있는 최대과제가 무엇인지 인식의 허술함을 보여주고 있다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당 개혁방향을 둘러싼 갈등에서도 부분적으로 드러났듯 한나라당의 현안은 단순히 인물교체나 세대교체가 아니다. 사실상 구심점을 잃고 표류하고 있는 보수성향 유권자들의 마음을 끌어안을 수 있는 내용상의 변화다. 한나라당의 당권경쟁이 상대적으로 유권자들의 눈길을 끌지못해온 것도 이런 내용상의 변화라는 선결과제를 뒤로 미룬채 절차가 진행되는 인상을 주고 있는 대표경선이 야당으로서 근본적 내부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야당 당권주자들은 다른 후보들에 대한 상대적 강점 부각 차원을 넘어 실질적 내용으로 채워진 비전과 전략을 제시함으로써 야당이 국정대안세력으로서 확실히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해야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당권주자들이 강조하는 "변화"는 그저 외형상의 변화, 형식상의 변화가 아니라 대선패배 원인에 대한 철저한 분석과 자성 위에서 국민여론과 기대에 가까이 다가서는 근본적 변화가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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