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월드컵 기간 동안 전국을 뜨겁게 달궜던 "붉은 악마", 그리고 대한민국 대통령 선거 역사상 가장 극적인 반전을 이끌었던 "노사모". 이 움직임들은 "젊음"이라는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다. 이때 "젊음"은 생물학적인 "젊음"을 의미하지만은 않는다. 인습에 굴복하지 않는 패기와 끝없는 도전정신으로 표현될 수 있는 "젊음"의 특성을 우리는 두 커다란 사회적 움직임 속에서 확인 할 수 있었다.

 울산시 중소기업센터 중국교류협력지원실에서 근무하고 있는 김윤아(25·울산시 남구 달동)씨는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20대 여성이지만 누구보다 젊음의 특성을 많이 향유한 여성이기도 하다.

 울산에 정착한지 이제 겨우 6개월인 울산 "새내기" 김씨의 고향은 경남 창원. 중학교를 졸업하고 양산에 위치한 경남외국어고등학교를 다녔다. 고등학교와 심지어 대학까지 집에서 다니는 대부분 사람들과 비교해보면 김씨는 비교적 어린 나이에 집 밖 생활을 경험한 셈이다.

 "어릴 때부터 남들이 잘 하지 않는 것에 호기심을 가지고 도전해 보는, 어른들이 보기에 조금은 당돌한 성격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기숙사 생활을 해야 하는 외고에 진학한 이유도 그 때는 왠지 남들처럼 집에서 학교를 다니는 평범한 생활이 시시하게 느껴졌거든요"

 경남외고에서 중국어를 전공한 김씨는 아직 중국에 대한 인식이 부족했던 98년 당시 중국 유학길에 올랐다. 갓 스무살이 된 김씨로서는 큰 모험이었다. 처음에는 단지 중국어라는 언어에 매력을 느껴 선택한 유학길이었지만 남모르는 갈등과 고민 속에서 중국의 미래에 대한 전망도 어슴푸레 가지게 됐다. 무엇보다 부모님들의 적극적인 권유가 김씨에게는 큰 힘이 됐다.

 김씨가 처음 밟은 중국땅은 라오스 국경 근처 운남성 내에 위치한 "곤명"이었다. 그곳에서 6개월동안 중국어 연수를 마친 뒤 김씨는 남경대에 입학, 중문학을 전공했다. 처음 외국생활을 하면서 이질적인 언어와 문화, 그리고 다분히 외국인에게 배타적인 중국인의 습성 등등 극복해야 될 것들이 너무 많았다. 그 가운데서도 외로움은 가장 극복하기 힘든 것이었다.

 "혼자라는 생각을 갖지 않으려고 대학을 다니면서 "한국유학생회"에서 활동을 했고, 2년동안 부회장 일도 맡아서 했어요. 유학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의 고민을 상담해 주고, 한국유학생들의 단합을 위해 축구경기와 봉사활동 등 다양한 일을 맡아 하면서 남을 위해 사는 삶이 무엇인지 조금씩 알게 됐어요"

 지난해 11월, 김씨는 대학을 졸업하고 귀국해 울산시 중소기업센터 중국교류협력지원실에 계약직으로 입사했다. 단지 중국어를 전공했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김씨의 중국어 실력이면 학원강사로 일해 많은 수입을 올릴 수도 있었다. 그러나 김씨는 중소기업센터 직원으로 일하면서 더 많은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경제위기 속에서 가뜩이나 경영이 어려운 울산의 중소기업들을 위해 일하는 보람이 김씨에게는 고소득보다 더 중요하다. 이런 "마인드"가 없었다면 근무시간 외에 무보수로 중소기업 직원들에게 중국어를 가르치는 일은 힘들 수밖에 없다.

 "올 2월부터 6개월 과정으로 매주 화·목요일 오후 6시에 중소기업 직원들을 대상으로 중국어를 가르치고 있어요. 처음에는 수강생이 80명을 넘기도 했는데 지금은 20명 정도가 강의를 듣고 있죠. 그래도 힘든 일을 마치고 이곳까지 와서 강의를 듣는 수강생들을 보면 힘이 납니다"

 지금 김씨는 중국어 강의를 하는 것이 너무 즐겁다. 수강생들 대부분은 40~50대 아저씨들. 김씨는 나이 차이가 많이 나 처음에는 걱정도 했지만 오히려 딸처럼 편안하게 대해주는 그들이 항상 고맙다. 또 김씨는 중국어를 전혀 몰랐던 수강생들이 중국 바이어들과 직접 몇 마디 인사도 나누고, 명함을 주고 받는 것을 보면 마음이 뿌듯하다.

 울산에서 특히 문수축구경기장 주변을 좋아한다는 김씨는 보석세공술을 중국에 전하는 사업가가 되는 것이 꿈이다. 남들이 생각하지 못하고 있는 분야를 개척해 보고 싶었다는 게 그 이유다.

 김씨는 기회가 되면 각 사업장으로 직접 가서 중국어 강의를 하고 싶어 한다. 아직 하고 싶은 일도 많고, 해야 할 공부도 많은 20대 젊은 여성 김씨. 조금씩 남을 위해 산다는 것의 의미를 알아가는 김씨에게 울산은 또 다른 기회의 땅이다. 서대현기자 sdh@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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