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누구나 행복을 추구한다. 주어진 삶을 가치 있게, 보람되게 보내려고 애를 쓰는 것도 이러한 이유일 것이다. 남보다 더 많은 것을 가지려고 하고, 더 많은 것을 이루려고 하고, 더 많은 것을 남기려 한다. 이러한 이치는 개인에게만 국한되는 것은 아닌 듯 하다. 우리가 피부로 느끼면서 또 부딪치면서 살아가는 이 사회도 "최대다수의 최대행복’을 이루기 위해 많은 고민과 갈등을 연출한다. 고진감래(苦盡甘來)라는 말이 의미하듯 결과는 달콤할지 모르지만 행복을 추구하는 과정은 아프다.

 우리 사회를 휘감고 있는 많은 불안요소들도 이러한 행복추구 과정의 아픔이라 생각하지만 왠지 초조하고 두렵다. 작년 이맘때쯤 자신감으로 충만되어 "오 필승 코리아"를 목이 터져라 외치며 지구촌에 우리의 존재를 강하게 각인 시켰던 우리였지만 이제 새로운 도전에 부닥쳐 방향감각을 상실 한 체 표류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불안감을 떨칠 수 없다.

 이러한 정서 속에 "대한민국 주식회사’의 한계는 여기까지라는 비관적인 시각들을 접할 때마다 우리의 마음은 당혹스럽고 무겁기 그지없다. 우리가 1인당 국민소득 1만달러의 벽을 처음으로 넘기 시작한 것이 1995년으로 거의 10년이 다 되어가지만 뒷걸음이나 제자리걸음만 할 뿐 아직 그 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 미국이나 일본 등이 1만 달러를 넘어 2만 달러의 선진국으로 진입하는데 걸린 시간이 10년 정도라고 하는 점과, 우리와 함께 어깨를 겨루며 신흥산업국(Nics)으로 도약했던 아시아의 네 마리 용(龍) 중 싱가포르나 홍콩 등이 3만달러 대에 육박하는 선진국이 된 것도 우리와 비교하면 대조적이다. 오히려 과거 세계 7대 부국(富國)의 지위를 기록했던 아르헨티나가 페론(Juan Peron)식 발전모델을 통해 성장추진력을 상실하고 빈국(貧國)의 나락으로 곤두박질친 사례가 우리의 현실과 겹쳐져 떠오르는 것은 이러한 비관적 시각과 무관치 않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바로 이러한 비관주의나 패배주의에서 벗어나는 일이다. 새로운 도전과 위기를 기회로 전환시키려는 강한 의지와 노력이 경주되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한 기반을 정부가 앞장서서 마련해야 한다. 세계화시대에 있어 정부의 경쟁력은 매우 중요하다. 왜냐하면 국제경영개발원(IMD), 세계경제포럼(WEF) 등 국제 평가기관들이 매년 발표하는 국가경쟁력 평가를 보면 정부의 경쟁력이 높은 나라일수록 국가경쟁력이 높게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신자유주의의 물결에 힘입어 자유시장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민간부문의 잠재력이 더욱 중요시되고 있긴 하지만 이러한 시스템이 제대로 효율적으로 움직이기 위해서는 생산적인 정부가 전제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시장의 부족함을 절제 있게 보완하고 지도력을 발휘하여 민간부문을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고, 나아가 새로운 틀,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열리고 투명한 행정을 실천해 나가는 정부만이 무한경쟁이 전제된 세계화의 격랑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지방정부라고 해서 예외가 될 수 없다. 이러한 맥락에서 "전국 시·도의회의장협의회’가 채택한 지방분권특별법 제정과 지방의원 유급제 실시, 지방의회 인사권 독립과 자치입법권 강화, 자주 재정권 확대를 위한 지방교부세율 인상, 자치경찰제 실시와 교육자치제도 개선, 특별지방행정기관 폐지와 자치조직권 보장 등 "지방분권 10대 핵심과제 실천촉구 결의문"을 각별한 관심으로 지켜보고자 한다. 이러한 노력이 이기적 소산 등으로 빚어지는 중앙과 지방의 힘 겨루기가 아니고 진정한 지방자치의 정착과 지역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방향으로 결실이 맺기를 바라는 것은 행복을 추구하는 모든 지역주민들의 한결같은 마음일 것이다.

6월 경상시론 필진은 이병철 울산대교수, 이경호 마마파파 산부인과 원장, 강영훈 울발연 경제산업실 책임연구원, 김성춘 무룡고 교장, 김덕순 울산YWCA 사무총장(요일별 게재순)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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