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참여정부 출범 100일을 앞두고 회견을 가졌다. 노 대통령은 회견을 통해 국정운영의 중심축을 경제안정에 맞춰나가겠다고 다짐하고 시대적 전환기를 슬기롭게 개척해나가기 위해서는 우리 모두의 공동노력과 인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렇지만 노 대통령이 새정부 출범후 빚어진 사회적 갈등의 분출 및 그 과정에서 목도했던 일부 혼선과 시행착오에 대해 언급하고, 취재기자들의 질문에서도 제기됐듯이 측근인사들의 잡음이나 신당논란 등 요즘 정부가 처한 주변환경은 복잡한 상태다. 또 북핵 문제나 NEIS 시행을 둘러싼 혼선, 경제문제를 둘러싸고 점증하는 우려 등 국가적 현안들도 여전히 국민의 가슴을 짓누르고 있다. 국정수행 평가에 관한 여러 여론조사 결과도 국민의 눈에 비치고 있는 이런 상황들을 복합적으로 반영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노 대통령도 "저와 정부의 잘못이 적지 않았음을 솔직히 인정하고 고쳐나가겠다"는 화법으로 시사했듯이 현정부가 처해있는 환경은 의욕에 찼던 정부출범 당시와는 거리가 있다. 이는 일각에서 분석이 제기되고 있는 것처럼 새정부 핵심진용이 내보인 아마추어리즘 탓도 있을 것이다. 의욕에 비해 기존의 국정운영시스템이 가진 관성 및 조직 메커니즘에 대한 이해나 적응이 미흡했던 요인도 있을 것이다. 물론 내년 총선을 앞두고 여야간 형성되고 있는 날카로운 긴장관계도 주요 요인중 하나로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신당 논의가 가져올 정치권의 지각변동 가능성을 놓고 야당측은 극도의 경계심 아래 정국주도권 장악을 위한 공세기조를 이어가고 있고, 민주당은 민주당대로 당내 갈등으로 집권여당으로서의 기능을 사실상 포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렇게 보면 새정부 출범후 지금까지 경험한 현상들은 노 대통령도 "과도기적 현상"이라고 표현했듯이 일종의 전환기적 상황이요, 변화의 시기에 나타나는 문화적 충돌현상로도 볼 수 있을 듯하다. 그렇다면 노 대통령과 정부가 요즘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는 진통과 갈등을 단순히 비호의적 환경 탓으로만 돌려서는 제대로된 해법을 찾아나갈 수 없을 것이다.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던 진통과 어려움이라면 신뢰성과 정책을 통해 국민의 기대에 좀 더 가까이 다가서려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

 기(技)나 예(藝)가 아니라 명실상부한 우공이산(愚公移山)식의 안정감있고 끈기있는 정책추진으로 새정부가 국민의가슴에 믿음을 심어줄 수 있기를 기대한다.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