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자식이 상팔자"라는 말이 있다. 자식 낳아서 키우고 뒷바라지 하는데 고생하느니 자식없이 지내는 것이 더 편하다는 말이다. 서구에서는 오래전부터 출산율이 저하되고 있어서 사회적인 문제로 대두되고 있고, 노인 인구가 많아지고 젊은층 인구가 줄어들어 생산성 저하로 연결되어 결국에는 국력의 감소라는 커다란 문제에 직면해 있다. 이웃나라 일본의 경우도 심각하다. 젊은층 인구는 줄어들고 노인 인구가 늘어나다 보니 부양해야 할 인구는 많아지고 일할 수 있는 인구는 줄어들어서 이제는 이것이 사회적인 문제로 고착되어 있다.

 그러면 우리나라는 어떤가? 얼마전 까지만 해도 "둘만낳아 잘 기르자" 라는 표어아래 인구를 줄이려는 정책이 계속되었는데 지금은 불과 몇 년 사이에 심각한 출산율 저하로 서구의 그것에 비해서 오히려 역전되어 아이를 낳으려는 사람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 이로 인한 사회적인 파장이 만만찮고 몇 년후에는 생산성의 감소, 국력의 쇠퇴로 이어질 것이 자명하다. 국가에서도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이제는 출산장려 정책을 쓰기 시작한 것 같다.

 필자는 산부인과 의사로서 이런 출산율의 저하를 가장 가까이서 느낄 수가 있다. 아이를 둘 낳는 사람이 몇 년 전만해도 대부분이었는데 이제는 아이는 하나만 낳겠다고 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이와는 정반대로 우리나라는 아직도 자신의 혈육, 자신의 피가 섞인 2세를 갖고자하는 사람들이 많다. 특히 아이를 가지고 싶지만 임신이 잘 안되는 불임환자들의 경우는 사회적인 출산율 저하에도 불구하고 자식에 대한 열망이 너무나 간절하다. 일례로 필자가 만난 환자 중 한분은 나이가 만 46세 였는데 서울에서도 이름난 몇몇 병원을 전전하면서 시험관아기 시술을 12번이나 실패하고도 계속 아기를 가지고자 하는 열망으로 드디어 13번째에 임신에 성공해서 지금은 이쁜 아이의 엄마가 되어있다. 주치의인 나에게도 몇 번이나 선물, 편지를 잊지않고 보내오곤 한다. 또 한분은 42세의 나이에 아기를 포기하고 살다가 생활에 여유가 생기자 아이를 갖고 싶어서 찾아와 시험관 아기 시술로 한번에 임신된 경우도 있다.

 날로 심해지는 공해와 스트레스, 환경호르몬 등의 영향으로 아기를 갖고 싶어도 갖지 못하는 불임환자의 빈도는 날로 높아져 가고 있다. 특히 울산은 산업도시라 정확한 통계는 없어도 불임환자의 빈도가 타도시에 비해서 높을 것이라 짐작된다. 현대의학, 특히 불임기술은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하여 제대로 치료를 받는데도 불구하고 임신이 되지않는 "절대적인 불임"은 거의 희박한 것이 오늘날의 치료수준이다. 그럼에도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미신이나 민간요법에 의존하여 시간을 허비하고있는 경우가 허다하다. 오히려 제대로된 병원에서 제대로된 치료를 받는 것이 시간도 절약하고 비용도 절감할 수 있는데 젊은 시절을 다 허비하고 위에 예로든 경우와 같이 나이가 들어서 의료기관을 찾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불임환자들은 한 살이라도 젊을 때 병원을 찾으라고 권유하고 싶다.

 "무자식이 상팔자"라고 출산율이 점점 떨어지고 있지만 불임환자들을 보아온 필자의 견해로는 혈연을 중시하는 우리나라의 정서상 생활형편이 나아지고 사회가 좀더 안정되면 출산율은 자연히 증가하리라고 본다.

 "무자식은 상팔자"가 아니다. 건강한 남녀가 결혼을 하고 건강한 자녀를 출산하여 제대로된 가족을 구성하는 것이 가족뿐아니라 국가에도 도움이 되는 일이라고 말하고 싶다. 아울러 임신이 안되는 불임환자들은 제대로된 병원을 찾는 것이 시간적, 경제적 부담을 더는 지름길이다.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