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조직이 있기 위해서는 그 조직의 크기에 적합한 구조를 갖추어야 한다. 이러한 조직구조는 라인(line)이라고 하는 수직적 명령계통과 스탭(staff)이라고 하는 보완적 참모계통이라 할 수 있다. 하나의 조직이 효율적으로 업무를 분장하면서 조직의 임무에 충실하기 위해서는 라인조직과 스탭조직은 필수적으로 업무의 분장에서부터 세세하게 그 역할을 구분할 필요성이 있다.

 조직구조에서 라인은 국(局), 부(部), 과(課), 계(係) 등과 같은 업무의 효율적인 집행을 수행하는 명령전달체계부문과 그에 종사하는 사람이고, 스탭은 경영관리조직에서 전문지식을 활용하여 경영자나 라인부문에 조언, 권고, 입안, 보조하는 부문 또는 종사자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조직은 적어도 두 명 이상이 모인 곳이면 어디서나 만들어질 수 있고, 효율적 업무수행을 위해서는 라인조직은 필수적이다. 또 상당한 규모의 조직이라면 스탭조직도 필수불가결하다.

 참여정부 출범이후 수많은 조직이 생겨나고 있다. 기존의 명령수행계통으로서의 라인조직이 보강되는가 하면 이 보다 더 많은 스탭조직이 생겨나고 있다. 동북아경제중심추진위원회,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회 등이 대표적인 대통령 직속의 스탭조직이다. 이 스탭조직의 업무를 라인조직내에서 효율적으로 수행하고 보좌하기 위한 주무부서내에 하부의 스탭조직들도 속속 출범하고 있다. 국가균형발전위와 관련해 주무부서인 산자부에 신설된 지역혁신위원회, 지역전략산업위원회, 그리고 법제도개선위원회가 그것이다. 또 행정부의 유관부서에서도 유사조직들이 새롭게 생겨나고 전문인사들이 참여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새로운 스텝조직들이 업무를 수행하면서 라인조직인 행정부내 소관부서의 업무와 충돌되는 불협화음도 종종 목격되고 있다.

 이러한 위원회가 쏟아내고 있는 업무를 곰곰히 살펴보면 각 주무부서나 유관부서에서 이미 해오던 일들을 마치 자신들이 새롭게 만들어낸 것처럼 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대표적인 사례를 언급하자면 국가균형발전위에 신설된 지역혁신위원회와 산자부의 지역R&D센터에서 하려는 업무이다. 지역마다 다소의 차이는 있을지라도 지금까지 그 지역의 혁신주체들이 학습효과가 가미된 지역혁신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왔다. 비록 지역혁신위라는 이름은 없었지만 많은 노력을 기울여온 만큼 새롭게 조직을 정비하고 실질적인 역할을 수행하도록 기존 조직을 재정적, 행정적 지원을 하여 활성화를 도모하는 것은 바람직할 것이다.

 게다가 업무수행의 초기단계에 있는 지역R&D센터사업의 경우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산자부가 지역혁신활동의 모체로 지역R&D센터를 개소하였는데, 참여정부에서 지역혁신위를 통하여 지역내 또 다른 조직의 만드는 모순을 범하고 있는 것이다. 이 경우 라인조직을 통하여 만들어져 활동하려고 한 조직은 유명무실하게 될 것이고, 이러한 조직의 중첩이 비일비재하게 이루어진다면 국가경영의 효율성은 찾아볼 수 없게 될 것이다. 국가경영은 라인과 스탭간의 효율적인 업무분장을 통하여 수행되고, 스탭조직의 전문인사에 의한 조언을 바탕으로 라인조직에서 체계적으로 업무가 추진되어야 하는 것이다.

 수많은 스탭조직이 있어야 국가경영이 효율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며, 라인조직만을 통한 업무수행에도 한계가 있다. 스탭조직은 국가경영을 책임지고 있는 대통령에게 전문지식에 기초한 아이디어와 정보제공을 하고, 대통령은 스탭조직의 조언을 기초로 하여 국가경영을 위한 의사결정을 할 때 도움을 받는 것이다. 또 이러한 과정을 거친 대통령의 의사결정은 라인조직을 통하여 현실화될 때 국가경영이 효율적으로 수행되는 것이다. 조직을 무한정 만드는 것만이 국가경영의 능사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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