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생활체육으로 건강한 노후를-① 울산 노인생활체육의 현주소

“여러분, 우리 모두 ‘9988’합시다!”
99세까지 팔팔하게 살자는 ‘9988’이 화제다.
이를 응용한 ‘9988 231’도 있다.
99세까지 팔팔하게 살다가 2~3일 입원한 다음
다시 벌떡 ‘일’어나 100살을 넘기자는 뜻이다.
상수(上壽·100세)를 바라볼 만큼 평균 수명이
길어져 건강한 삶을 바라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건강한 삶을 위한 최선의 방법은 바로 ‘운동’.
2018년으로 예상되는 고령 사회를 대비한
노인생활체육이 중요시되는 이유다.
‘오래 사는 것’보다 ‘건강하게 사는 것’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는 지금,
울산 노인생활체육의 현주소를 알아본다.

라인댄스·탁구 등 다채…인기강좌 최대 440명 몰려
“과거엔 춤바람, 요즘은 신바람…건강챙겨 일석이조”
젊은시절 왕성한 활동력 되찾아 ‘99세까지 팔팔하게’
전용체육시설 없고 지도사 10명이 전부…확대 필요

◇노인 생활체육으로 삶의 활력 충전= 사람은 누구나 늙는다. 아무리 무탈하게 살았다 하더라도 세월의 흐름을 막을 수 없다. 몸이 먼저 반응한다. 대개 65세 이상이 되면 근육량이 20~40% 줄

▲ 노인 생활체육으로 노년의 활력소를 찾을 수 있다. 문수실버복지관 제공
어든다. 운동능력도 현저하게 떨어진다. 그리고 기억력도 감퇴한다. 정서적으로도 화를 잘 내거나 우울증이 올 수 있다. 사회적 지위나 역할이 축소되면서 재력과 명예가 약화되기도 한다.

이렇게 신체적·정신적·사회적 변화가 한꺼번에 몰려오는 노년에 활력소가 될 수 있는 것이 바로 ‘생활체육’이다. 노인들은 체육활동으로 젊은 시절의 왕성한 활동력을 경험할 수 있다. 또 또래 노인들과 어울리며 사회적 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 심신의 건강과 삶의 활력을 되찾는 건 기본이다.

울산에서 노인들이 생활체육을 즐길 수 있는 대표적인 곳은 노인복지관이다. 울산시내 8곳의 노인복지관은 배드민턴, 탁구, 당구, 요가, 댄스스포츠, 라인댄스 등 노인들을 위한 다양한 생활체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표1 참조) 노인들의 호응도 높다. 주로 복지관 강당에서 50명 정도가 한 반을 이뤄 진행되는데 그 규모가 작게는 200여명, 많게는 440여명까지 되는 경우도 있다. 문수실버복지관에서 한국무용을 배우는 김영길(65)씨는 “예전 같았으면 춤바람 났다고 주위에서 뭐라고 했을테지만 지금은 모두 신바람 났다고 한다”며 “무용도 배우고 건강도 챙기는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다”고 했다.

시에서도 노인들의 생활체육을 장려한다. 울산광역시생활체육회와 5개 구·군생활체육회는 ‘어르신생활체육지도사’를 두고 있다. 시생활체육회 소속 2명, 5개 구군 소속 8명으로 총 10명이 활동 중이다.(표2 참조) 생활체육 지도자나 경기 지도자 등 체육지도자 국가자격증을 가진 이들을 대상으로 공개 채용을 통해 선발했다. 뽑은 다음에도 교육을 통해 노인들에 대한 이해를 높이도록 했다. 이러한 과정을 거친 어르신생활체육지도사들은 울산시내 경로당, 복지회관, 노인대학 등을 방문해 노인들을 가르친다. 음악줄넘기, 요가, 새천년건강체조 등 종목도 다양하다. 울산광역시생활체육회 이정화 담당은 “지난 2006년 처음 시작될 당시만 해도 6명에 불과했던 어르신생활체육지도사가 올해는 10명으로 늘어났다”며 “무료로 이용할 수 있어 어르신들이 더 좋아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노인 생활체육의 ‘꽃’은 바로 해마다 열리는 ‘전국 어르신 생활체육대회’다. 지난 2007년 경상북도 경주를 시작으로 경기도 수원, 인천광역시, 전라북도 익산에서 개최됐으며, 올해는 대전광역시에서 9월21일부터 3일간 열린다. 노인생활체육 활성화를 목표로 만들어진 이 대회는 생활체육에선 전국생활체육대축전 다음으로 크게 열리는 대규모 행사다. 지난 2010년 대회에서 울산시는 축구, 배드민턴, 게이트볼 등 13개 종목에 333명(노인 313명, 관계자 20명)이 참가했다. 모두가 참가하는데 의의를 두기 때문에 성적에 연연하지는 않지만 울산시는 지난해 생활체조부문에서 종합3위를 기록했으며 배드민턴은 4위, 볼링은 6위의 성적을 거뒀다.

▲ 문수실버복지관에서 한 노인이 당구를 배우고 있다. 문수실버복지관 제공

◇노인 생활체육 시설·인력 부족은 여전= 이렇듯 노인생활체육에 대한 관심은 높아지고 있지만 이를 뒷받침하는 시설과 인력은 이에 못미치고 있다. 무엇보다도 노인들이 마음 놓고 운동을 할 수 있는 생활체육 공간이 없다. 요가나 댄스스포츠 등은 복지관 내 강당이나 교실에서 한다고 하지만 축구, 배드민턴, 테니스, 게이트볼 등 동적인 운동은 공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현재 울산에는 노인전용 생활체육관은 커녕 각 복지관에도 제대로 된 체육관이 없다. 그나마 당구대, 탁구대, 게이트볼장 등이 설치된 곳은 전체 복지관 중 절반인 4곳이다. 노인복지관에서 근무 중인 한 사회복지사는 “게이트볼장을 문의하는 어르신들이 종종 있지만 마땅히 설치할 장소가 없어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각 복지관에라도 어르신들이 이용할 수 있는 조그마한 체육관이 있었으면 좋을 것”이라고 아쉬움을 전했다.

전문 인력도 부족하다. 울산광역시생활체육회와 5개 구·군생활체육회의 ‘어르신생활체육지도사’는 늘고 있지만 아직 울산 전역을 담당하기엔 모자란다. 지도사들은 평균적으로 하루 3곳의 노인 시설을 방문해 생활체육을 지도하고 있다. 하루 4시간으로 지정된 근무시간 중 각 시설간 이동 거리를 빼면 1시간의 수업도 빠듯하다. 노인복지관의 한 관계자는 “외부에 유료로 강사를 불러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것 보다는 무료인 지도사를 쓰고 싶지만 워낙 빡빡한 일정을 맞추기가 어려워 포기했다”며 “갈수록 노인 생활체육에 대한 관심은 높아지는데 이들을 가르칠 전문 인력은 그에 비해 부족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대부분이 건강 체조 일색인 현재의 노인 생활체육에 다양한 변화를 주고 이를 확대, 보급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노인 생활체육은 큰 힘이나 근력을 필요로 하지 않고 두뇌를 활용하는 운동이 적합하다. 또 노화예방을 위해 다리와 허리를 사용하고 동료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좋다. 독일의 스포츠 ‘인디아카’는 좋은 예가 될 수 있다. 인디아카는 배구와 배드민턴, 탁구의 특성을 혼합해 만든 뉴스포츠다. ‘인디아카’라 불리는 공이 작고 가볍기 때문에 공에 대한 공포심을 줄일 수 있고 구기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도 게임이 가능하다. 공의 빠르기도 느리기 때문에 노인들이 손쉽게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 밖에도 야구를 변형시킨 티볼, 배드민턴을 변형시킨 핸들러 등 체력이 약한 노인들이 쉽게 즐길 수 있는 새로운 생활체육의 개발과 보급도 필요하다. 박소영기자 sysay@ksilbo.co.kr

■ 울산지역 노인복지관 생활체육프로그램 (표1)

시설명 프로그램
울산시립노인복지관 라인댄스·요가·단전 등
남구〃 게이트볼·에어로빅·밸리댄스 등 
문수실버〃 탁구·당구·배드민턴 등
중구〃 골프·게이트볼·당구 등
동구〃 한국무용·댄스스포츠·당구 등
북구〃 댄스스포츠·라인댄스·실버댄스 등
울주남부〃 단학·태껸·웃음체조 등
울주서부〃 활력건강체조·요가·탁구 등

■ 울산지역 어르신생활체육지도사 현황 (표2)
지역 생활체육협의회 인원
울산시 2명
남구 2명
중구 1명
동구 1명
북구 2명
울주군 2명
합계 10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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