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녹음이 우거진 숲속. 새순이 꿈틀거리며 자라나는 모습이 눈에 보일 것 같은 5~6월에는 이 숲속에 서늘하고도 신성한 기운이 감돈다. 그래서 5~6월 산행은 자연의 정기를 호흡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밝얼산 산행은 울주군 상북면 등억리 작천정을 지나 계곡 깊숙히 자리하고 있는 간월광산에서 시작한다.

 광산 오른쪽으로 난 등산로는 초입부터 인내를 시험한다. 하늘까지 닿을듯 얼굴 앞에 가파르게 서 있는 경사는 숨이 고통스럽게 차오를수록 야속하기만 하다. 지그재그도 아닌 직선으로 서 있는 경사는 좀처럼 끝나지 않고 그 사이 뜨거워진 온 몸에서는 세포가 저마다 살아서 거친 호흡을 몰아쉰다. 화끈거리는 얼굴에서는 김이 난다.

 폭주기관차 처럼 저돌적인 공격은 계속한 지 40여분. 마침내 온화한 능선이 가로질러 누워있는 길로 접어든다. 능선 너머에서 시원한 바람이 그동안의 노고를 위로하듯 얼굴을 씻어준다. 등뒤로, 가슴팎으로 파고 들어온 솔바람은 젖은 옷을 말려주고, 그제서야 상쾌한 숲 공기를 맛보는 여유를 찾게 된다.

 이제부터는 밝얼산 정상으로 난 능선길을 휘파람 불며 간다. 멀리 경치도 구경하고 간혹 머리숙여 혹 있을지 모르는 약초를 찾는데도 신경을 써 본다. 하늘이 보이지 않는 참나무 숲. 연두색 새순과 물오른 가지에서 신성한 기운이 배어 나온다.

 비교적 완만한 능선이지만 1시간여 동안 계속 오르막이어서 "공짜산행"을 기대해선 안된다.

 정상은 능선에서 약간 벗어나 산허리를 한바퀴 휘감아 올라간다. 땅위로 드러난 나무뿌리가 흘러내리는 흙을 모아 자연계단을 만든 좁은 길을 올라서면 밝얼산 정상(738m)이다. 갑자기 사방으로 시야가 트이면서 첨탑 위에 올라선 아찔한 기분이 든다.

 10평 남짓한 정상은 바위로 이뤄져 있다. 별도의 정상석은 없다. 영남알프스 쪽으로 얼굴을 돌리면 배내봉과 간월산, 신불산을 잇는 영봉들의 실루엣이 그림같이 펼쳐지고 그 위로 운무가 피어올랐다 걷혔다를 반복한다.

 배내봉과 밝얼산 정상을 잇는 능선의 이름은 "기분좋은 능선". 언제부턴가 산꾼들 사이에 그렇게 불려지고 있다. 그 능선을 타노라면 그냥 기분이 좋아져 그렇게 불려지고 있다고 한다.

 울산 사람들에게 다소 낯선 이름인 "밝얼산"은 "밝어리산", "밝얼재" 로도 불린다. 신불산의 "불"자와 함께 "광명"을 뜻한다고 한다.

 영남알프스의 주능선 가운데 배내봉에서 옆으로 갈라져 나온 능선이 기를 모아 일으킨 봉우리가 밝얼산 정상이다.

 울산문화원이 편찬한 울산지명사에는 이 "밝얼재"는 험하기로 유명해 이 길을 오가는 소나 말은 삼천리 어디에도 갈 수 있다고 전해진다.

 하산길은 산허리를 지그재그로 감으며 내리막길을 편안하게 가는 길천리 순정마을쪽과, 험한 너들길이 급경사면에 만들어져 있는 지곡저수지쪽 두 군데로 나 있다.

 여자나 아이들과 함께라면 지곡저수지쪽은 피하는게 좋다. 순정마을쪽으로는 동료와 함께 오손도손 이야기를 오래도록 나누며 갈 수 있다.

 순정마을로 내려오면 넓게 펼쳐진 계단식 논들이 논두렁으로 정겨운 곡선을 그려내며 하산을 반긴다. 저녁무렵, 그 아름답고 평화로운 평면 위로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 전형적인 농촌모습을 만들어 보여준다.

 문득 되돌아 보면 "저 산을 어떻게 넘어왔을까" 마음속에 뿌듯함이 차오른다.

#산행수첩

밝얼산 정상으로 가는 길에는 물이 없다. 능선을 타기 때문에 조그만 샘물도 없다. 때문에 사전에 충분히 물을 준비해야 한다.

 처음부터 가파른 오르막을 올라야 하기 때문에 비상식량도 충분히 준비하는 것이 좋다. 갑자기 격하게 몸을 움직이면 허기가 쉽게 지기 때문에 미리 든든하게 음식을 먹어두고 급하게 꺼내먹을 간식도 챙겨야 한다.

 등억리 방면에서 산을 넘어 길천리 순정마을로 내려가기 때문에 차량 회수도 문제다. 출발지점에 차를 세워두고 길천리 식당에서 식당차량을 빌려 회수할 수도 있다.

 초반 급경사에서는 체력안배를 잘 해야 한다. 급하게 오르다 제 페이스를 잃을 경우 고생할 수 있다. 산행이 고통이 되지 않게 하려면 충분한 시간을 두고 가야 한다. 보통사람은 이 코스를 타는데 3시간 정도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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