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송금 특검팀의 수사가 정점을 향해 치닫고 있는 가운데 수사의 지향점과 예상되는 파장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특검팀은 이르면 주말께 이근영 전 산업은행 총재를 포함해 대북송금에 관여한 현대그룹 관계자 등을 일괄기소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등 송금의 민감한 실체 부분에 다가서고 있다.

 이에 대해 정치권 등에서 "민족적 비전에 대한 사법테러" "성역없는 수사" 등 상반된 목소리가 나오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특검이 남북관계를 원천적으로 훼손시키는 수사는 하지않을 것으로 본다면서 남북정상회담은 기본적으로 역사적 평가에 맡겨야할 사안이라는 심중을 피력했다. 특검팀이 진상규명은 철저히 하되 사법처리는 최소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도 특검수사가 가져올 파장에 대한 내부적 고민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대북송금 의혹사건에 대해 실정법에 따른 사법처리를 전제로 하는 특검의 수사대상으로 과연 적절한 것이었느냐는 의문은 지금도 유효하다고 믿는다. 실정법상 대북송금은 분명 위법적인 것이다. 그렇지만 남북관계를 단순히 실정법적 잣대만으로 판단할 수 없듯이, 남북 정상회담을 위한 것이건 대북사업 선점을 위한 경제적 계산이 개재되어 있었던 것이건 대북송금 사건도 분명히 사법적 판단의 범주를 넘어서는 부분이 적지않음을 부인할 수 없다.

 결국 대북송금 문제는 남북관계의 지향점에 관한 큰 틀 아래서 내려졌던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정치적 판단에 대한 평가가 핵심이라 할 것이다. 특검이 이같은 사실에 주목해 관련 당사자들에 대한 사법처리가 부적절하다고 판단할 경우 여전히 정치적 논란은 남게될 것이다. 김 전대통령의 정치적 판단을 실행에 옮기는 과정에서 "도구"로 사용됐던 실무관계자들을 실정법 위반으로 사법처리할 경우에도 역시 논란은 남는다. 실무자들이 가벌대상이라면 당연히 김 전 대통령 자신의 법적 책임은 그보다 훨씬 크다는 결론이 나오기 때문이다. 특검수사를 둘러싼 요즘의 논란은 대선 직후의 복잡한 정국상황 아래서 여야의 대승적이고도 정교한 정치적 판단을 건너뛴 채 대북송금 문제가 특검으로 넘어온 당시부터 예상된 일이라 하겠다.

 현실적으로도 특검 수사가 어떻게 귀결되든 이에 따른 정치적 후속파장과 소모적 논란이 결코 적지않을 것임을 예고하는 조짐들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특검수사가 역사 앞에서 송금과정의 실체적 진실은 철저히 규명하되 남북관계의 장래를 내다보는 견지에서 사려깊고 신중한 결론을 이끌어낼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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