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생활체육으로 건강한 노후를 -② 배드민턴으로 건강 챙기는 노인들

채·셔틀콕만 있으면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배울 수 있어
울산 연합회·실버모임 등서 노인 300여명 배드민턴 즐겨
각종 대회서 기량 확인…젊은 세대와 소통의 고리 역할도
운동이 건강에 좋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알고 있다. 그러나 막상 나이들어서 운동을 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혼자 하는 것보다는 함께 하는 것이 좋다. 배드민턴, 탁구, 테니스 등은 둘만 있어도 경기가 가능하다. 건강도 챙기고 친구도 사귀기에는 그만이다.

배드민턴은 생활체육 중 가장 활성화된 운동이다. 동네 뒷산 약수터, 마당 공터, 아파트 지하주차장까지 배드민턴채와 셔틀콕만 있으면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다. 운동의 효과도 크다. 때로는 느리게, 때로는 빠르게 날아오는 셔틀콕에 집중하다보면 온 몸에 땀이 흥건해진다. 네트를 사이에 두고 셔틀콕을 서로 주거니 받거니 하다보면 자연스럽게 친목을 쌓을 수 있다. 노인 생활체육으로 딱 맞는 운동이 배드민턴인 이유다.

현재 국민생활체육협의회 산하 울산배드민턴연합회에 등록된 울산지역의 클럽은 총 67개. 등록된 회원만 총 3547명이다. 이 중 공식 회원으로 등록돼있는 65세 이상 노인은 72명이다. 클럽에 가입하지 않고 실버모임 등에서 배드민턴을 하는 노인들까지 합하면 200~300여명 정도로 추산된다.

◇나이들어 배워도 평생 운동= 연합회에 등록돼있는 67개의 클럽 중 노인비율이 가장 높은 클럽은 남구에서 활동 중인 남울산클럽이다. 남울산클럽의 전체 회원은 약 80명 정도. 이 중 30여명이 65세 이상 노인이다. 올해로 창단 23주년을 맞은 이 클럽에 노인이 많은 이유는 다름 아닌 입소문 때문. ‘친구 따라 남울산클럽 간’ 노인들이 모여 지금의 모습을 이뤘다. 클럽을 이끄는 김동준 회장은 “60세를 넘어서 배울 수 있는 운동은 많지 않은데 배드민턴이 그 중 하나”라며 “처음 2~3년만 제대로 배우면 평생 즐겁게 칠 수 있기 때문에 많은 어르신들이 클럽을 찾는 듯 하다”고 말했다.

남울산클럽 회원들은 매일 오전 5시30분 울산공업고등학교 체육관에 모여 함께 배드민턴을 친다. 오후 7시에도 배드민턴을 칠 수 있지만 노인들이 몰리는 시간은 오전이다. 함께 운동을 하며 자연스럽게 친해진 노인들은 정보를 교환하고 함께 야유회도 가면서 소속감을 가지기도 한다. 9년째 활동 중인 이재호(72)씨는 “퇴임 후 생활의 활력을 찾기 위해 배드민턴을 시작하게 됐다”며 “매일 아침 회원들과 함께 땀흘리며 운동하다보니 활력은 물론이고 새로운 친구들까지 덤으로 생겼다”고 배드민턴을 강력 추천했다. 같이 있던 박준석(59)씨도 “해를 거듭할수록 오히려 젊어지는 형님들을 보니 배드민턴을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느꼈다”며 “옆에서 봐도 평생 운동으로는 배드민턴 만한 게 없다”고 했다.

자발적으로 모임을 만들어 활동하는 이들도 있다. 지난 2007년 10월 결성된 ‘실버배드민턴모임’이다. 월회비 1만원만 내면 회원으로 활동할 수 있기 때문에 클럽이 부담스러운 노인들이 많이 찾는다. 회원수도 150명 정도로 많은 편이다. 게다가 지난 6월말 실버모임을 위한 전용 배드민턴장이 울주군 언양읍 구수리에 생겨 앞으로 더 많은 노인들이 모임을 찾을 것으로 전망된다. 실버배드민턴모임의 신계원 회장은 “전용 배드민턴장이 없었을 때는 여러 체육관을 떠돌아다니며 운동했었는데 앞으로는 이곳에 정착해 운동할 수 있을 것”이라며 새로 생긴 전용구장에 대한 만족감을 드러냈다.

◇전국 대회 메달에 젊은 세대와 소통= 매일 2시간여 배드민턴을 치며 실력을 쌓은 노인들은 대회에 나가 자신의 기량을 확인하고 자신감을 얻기도 한다. 지난 5월14일부터 이틀간 전라남도 화순에서 열린 제30회 전국연합회장기 국민생활체육 전국 배드민턴대회에 나간 울산지역 노인 선수들은 총 16명. 이 중 5팀이 메달을 땄다. 특히 70세 이상 B급 여자복식에서는 금·은·동메달을 모두 울산지역 선수들이 획득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 중 동료 김영자씨와 함께 우승을 거머쥔 장광자(72)씨는 수상 소감에서 “배드민턴 경력 16년 동안 차곡차곡 모은 메달만 60여개”라며 “앞으로도 여력이 되는 한 부지런히 대회에 나갈 것”이라고 했다.

오는 8월6일에는 제29회 국민생활체육 전국배드민턴가족축제대회가 울산에서 열린다. 부부가 함께 팀을 꾸려 경기를 진행하는 부부대항, 부모와 자식세대가 함께 하는 가족대항 등 세대 간 다양한 구성으로 경기가 가능하다. 참가신청은 울산광역시배드민턴연합회로 25일 오후 4시까지 신청하면 된다. 이렇게 세대가 함께하는 배드민턴 경기는 세대 간의 소통불능을 해소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다. 울산동중학교에서 매일 아침 배드민턴을 치고 있는 필봉클럽의 강병기 회장은 “우리 클럽에도 세대 차이를 줄이고자 노인 한명, 젊은이 한명이 팀을 이뤄 경기를 하는 경우가 많다”며 “배드민턴이 단절된 부모, 자식 세대를 이어주는 연결고리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소영기자 sysay@ksilbo.co.kr

■‘멋쟁이 어르신’을 소개합니다 - 셔틀콕과 함께 17년 민복식 할머니

“배드민턴은 내 운명”

이름부터가 배드‘민’턴 ‘복식’대회
사고로 10개월 입원땐 누워서 연습
울산·전국대회 입상경력도 수두룩

지난 8일 오전 6시30분. 울산공업고등학교 체육관에서 배드민턴을 하고 있는 남울산클럽 회원들 사이로 한사람이 유독 눈에 띈다. 작은 체구에 가녀린 몸매지만 ‘슉슉’ 바람을 가르는 셔틀콕 소리가 보통이 아니다. 바로 올해 나이 81세, 민복식 할머니다.

▲ 81세의 나이에도 매일 새벽 배드민턴을 치는 민복식 할머니

지긋한 나이의 민 할머니가 배드민턴을 시작한 건 1994년, 더 이상 동네 뒷산 약수터가 아닌 매끈한 코트에서 운동을 하고픈 마음 때문이었다.

그때부터 매일 오전 5시30분, 민 할머니는 꼬박꼬박 하루도 빠지지 않고 체육관으로 향했다. 한 게임당 20분인 배드민턴 경기를 2~3번 반복하고 나면 땀이 비 오듯 쏟아졌다.

단순히 오는 공을 받아치기만 한 배드민턴을 서브부터 스매싱, 드롭, 하이클리어까지 하나씩 배워나가는 재미도 쏠쏠했다.

“네트를 사이에 두고 왔다 갔다 하는 공을 받아서 쳐내는 것이 어찌나 재밌었는지 모릅니다. 저에게 딱 맞는 운동을 찾았다는 느낌이었죠.”

하지만 그 즐거움도 잠시, 1996년 불의의 교통사고가 민 할머니를 덮쳤다.

골반과 다리, 손목이 부러지는 대형 사고였다. 10개월간 병원에 입원하면서 전혀 옴짝달싹하지 못했다. 손목은 무려 3개월 동안 움직이지 않았다. 하지만 못 말리는 민 할머니의 배드민턴 사랑은 계속됐다.

“누워있으면서도 계속 배드민턴 생각만 났습니다. 하지만 자식들이 걱정할까 마음속으로 배드민턴을 치는 상상만 했습니다. 그런데 도저히 좀이 쑤셔 견딜 수가 있어야지요. 손목을 조금씩 움직이면서부터는 아예 채를 잡고 허공에다 스매싱 연습을 했습니다. 내가 봐도 어찌나 웃기던지…. 그래도 배드민턴을 놓을 수 없었습니다.”

매일 아침 눈을 뜨면 채를 잡고 체육관으로 향한지 올해로 17년째인 민 할머니. 이 정도면 취미 생활을 넘어 프로 선수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제로 대회에서 상도 많이 탔다. 울산 대회는 물론이고 전국 대회에서의 입상 경력이 화려하다. 지난 5월엔 전남 화순군에서 열린 제30회 전국연합회장기대회 70대 여자복식부문에서 동료 윤신자 할머니와 함께 동메달을 따기도 했다.

“이름부터가 ‘민복식’ 아닙니까? 배드민턴의 ‘민’, 복식대회의 ‘복식’. 아마도 배드민턴은 제 운명인가 봅니다. 앞으로 남은 인생, 제 운명인 배드민턴과 영원히 함께 할 겁니다.” 박소영기자 sysay@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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