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생활체육으로 건강한 노후를 - 3. 댄스스포츠로 노년생활의 활기를

세박자 댄스곡에 파트너와 호흡
무료한 일상 떠나 생활의 활력소
대근육 움직여 유산소운동 효과
자세 교정·호흡 조절 능력 절로
전국대회 출전해 기량 뽐내기도

“바닥을 쳐다보지 말고 파트너의 눈을 바라보세요.”

7월의 햇살이 환히 들어오는 넓은 강당 안. 4분의 3박자 리듬의 왈츠가 흘러나온다. 60여명의 발이 음악에 맞춰 미끄러질 듯 움직인다. 중절모를 쓴 남자와 나풀거리는 긴 치마를 입은 여자가 호흡을 맞춘 채 빙글 돌기 시작한다. 서로 잡은 두 손은 음악이 끝날 때까지 포개져 있고, 얼굴에는 눈웃음이 가득하다.

지난 18일 문수실버복지관에서 댄스스포츠 수업이 열렸다. 주인공은 ‘노인들’이다. 이들은 왈츠 뿐만 아니라 경쾌한 리듬의 폴카와 차차차, 자이브, 룸바와 같은 라틴댄스도 췄다. 스텝이 어렵고 복잡해 꼬일 때도 있지만 크게 신경쓰지 않는 분위기다. 중요한 건 ‘얼마나 춤을 잘 추는가’가 아니라 ‘얼마나 재밌게 즐기느냐’다.

▲ 문수실버복지관 3층 대강당에서 노인들이 폴카음악에 맞춰 댄스스포츠를 추고 있다. 김동수기자 dskim@ksilbo.co.kr

◇노년삶의 활력소 찾기= 3년전부터 문수실버복지관에서 댄스스포츠를 배웠다는 이정순(67·남구 무거동)씨는 복장부터 남다르다. 빨간색 꽃무늬 티셔츠 위에 흰색 망사 조끼를 입고 진주 목걸이로 포인트를 줬다. 평소에도 화사하게 입는 것을 좋아하는 이씨는 댄스스포츠를 배운 뒤부터는 주황색에서부터 자주색, 연두색까지 ‘컬러풀’한 옷을 더 샀다. 이씨는 “수업이 있는 날이면 신경써서 옷을 입게 된다”며 “스스로를 꾸미면 몸과 마음이 모두 젊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춤추는 것을 좋아해 초급반과 중급반 수업을 모두 듣는 권영태(69·남구 무거동)씨는 복지관의 ‘인기남’이다. 몸풀기 운동이 끝나자마자 “영태씨! 차차차 같이 춰요”라는 말이 여기저기서 들렸다. 권씨는 2004년 댄스스포츠를 처음 접한 뒤 몸이 좋지 않아 병원을 다녔던 기간을 제외하고 지금까지 꾸준하게 운동을 해오고 있다. 권씨는 “스포츠라는 것이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생활에 힘을 실어준다”며 “외출할 일도 거의 없는 따분한 일상을 보내다 복지관에 오니 몸도 좋아지고 친구들도 많이 사귀게 됐다”고 말했다.

댄스스포츠 강사 전복순(55)씨는 “노인들이 결석 한 번 하지 않고 열정적으로 수업에 참여한다”고 했다. 춤도 춤이지만 친구들을 만나고 대화를 하기 위해 나오는 사람도 많기 때문이다. 전씨는 “수업을 하다보면 파트너체인지를 하는 부분에서 노인분들이 가장 즐거워한다”며 “사람을 만나고 춤을 추는 활동을 통해 생활의 활력을 얻어가시는 분들이 많다”고 말했다.

◇스텝은 스포츠다= 댄스스포츠 수업이 끝난 뒤 노인들은 하나같이 ‘운동이 된다’고 입을 모은다. 가슴과 등, 팔, 하체 등 대근육을 활발하게 사용하는 유산소운동이기 때문이다. 빠른 템포를 가진 차차차의 경우 부분동작을 쉬지 않고 4~5번 했을 뿐인데 이마에 땀이 맺힐 정도다. 국민생활체육 울산시 댄스스포츠연합회 안영숙 사무국장은 “댄스스포츠를 추면 몸이 유연해지면서 자세가 교정되고, 호흡을 조절하는 능력이 생겨 폐활량이 커진다”고 말했다. 안 국장은 노인들이 하기에 좋은 운동이라고 추천하며 “댄스스포츠를 2~3년간 하신 분들은 처음과 비교했을 때 걸음걸이부터 달라진다”고 말했다.

노인들이 출전하는 전국 규모의 댄스스포츠 대회도 있다. 올해 4회를 맞이한 ‘토토시니어페스티벌’은 울산, 서울, 전북 등 지역예선을 통해 최종 선발된 20여개 팀이 그간 갈고 닦은 기량을 선보이는 자리다. 22일에는 남구 대현체육관에서 7개팀, 160여명이 참가하는 울산지역 예선이 열린다. 1팀 당 20명 내외로 꾸려지며, 울산시 노인복지관, 문수실버복지관 등이 참가한다.

지난해 울산지역 예선에서 우승해 전국대회에 출전한 동구노인복지관은 댄스스포츠팀 내에 ‘동아리’가 따로 있다. 4~5년의 댄스스포츠 중급 실력을 갖춘 노인들로 구성되어 있고, 대회 출전과 요양원 등에서 공연하는 봉사활동을 중점적으로 하고 있다. 작년에는 우승하기 위해 3~4개월간 연습을 했다. 동아리 회장 욱승철(77·동구 전하동)씨는 “시합이 다가오면 노인들 스스로가 연습을 하러 나온다”며 “동아리가 만들어진 2007년부터 회원 모두가 즐거운 마음으로 춤을 추고 있다”고 말했다.

22일 대회를 대비해 연습을 하러 나온 이동일(67·동구 서부동)씨는 “댄스스포츠를 하며 건강하고 신나는 인생을 살고 있다”고 말했다. 이씨는 구두끈을 고쳐신고 거울 앞에 서서 파트너에게 손을 내밀며 말했다. “한 곡 추시겠습니까.”

김은정기자 new@ksilbo.co.kr

함께 춤추며 신혼 부럽지 않은 금실 자랑

■‘멋쟁이 어르신’을 소개합니다 - 이만석·이옥분 부부의 댄스스포츠

5년전 아내 건강 위해 수강 시작
무한 반복 연습에 실력은 수준급
"몸도 좋아지고 대인관계 자신감"

50년을 함께 산 부부가 댄스스포츠를 추면 호흡이 잘 맞을까.

▲ 이만석(왼쪽)·이옥분 부부. 김동수기자

이만석(78·남구 무거동)씨는 “꼭 그런건 아니다”고 했다. 아내인 이옥분(73)씨도 “춤을 추면서 서로 발을 밟은 적도 많고, 동작도 틀릴 때가 많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들 부부의 실력은 수준급이다. 문수실버복지관 댄스스포츠팀에서 최고령자인 이만석씨는 5년 전 복지관이 처음 생겼을 때부터 아내와 함께 이 강좌를 들었다.

부부는 반복에 반복을 거듭한 연습 덕분에 빠른 템포의 곡도 문제없이 소화하고, 시선까지 자연스럽게 처리한다.

이만석씨는 “처음 1~2년간은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로 스텝이 익숙해지지 않아 고생했다”며 “스트레스를 받기보다 즐기려고 하다보니 자연스럽게 동작이 몸에 익었다”고 말했다.

이만석씨가 댄스스포츠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당뇨병으로 고생하는 아내 때문이었다. 이옥분씨는 “처음에는 춤을 추는 게 쑥쓰러웠는데, 건강이 좋아지면서 꾸준히 하게 됐다”며 남편에게 고맙다고 했다. 이옥분씨는 현재 혈당수치가 정상범위 안에서 일정하게 유지되고 있다. 얼마전에는 병원에서 한 달치 약이 아닌 석 달치 약을 받아왔다. 이만석씨는 “아내의 건강이 좋아지니 더 흥이 붙는다”고 전했다.

부부는 “1주일에 두 번 이상 친구들을 만날 수 있다는 점도 좋다”고 말했다. 서울 관악구에서 40년 동안 살다가 2005년 울산으로 내려온 이들은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어 적적한 생활을 했다. 이옥분씨는 “복지관에 와서 만난 사람들과 회식을 하고 자주 모임을 가지면서 부부사이의 대화가 많아진 것은 당연하고, 대인관계에도 자신감이 붙었다”고 했다.

5년 동안 한 번도 결석해 본적이 없다는 부부는 댄스스포츠를 시작하려는 노인들에게 “포기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스텝을 몰라도 음악을 듣고 몸이 가는대로 움직이면 됩니다. 오늘 배운 건 다 잊는다는 생각으로 가뿐하게 시작하세요.” 김은정기자

■복지관별 댄스스포츠 강좌 현황

기관명 기간 접수 정원(명)
울산시노인복지관 6개월 6월초,12월초 40
남구노인복지관 3개월 3, 6, 9, 12월말 50
문수실버복지관 6개월 6월초,12월초 초급30,중급60
중구노인복지관 6개월 6월초,12월초 초급40,중급40
동구노인복지관 6개월 6월초,12월초 초급40,중급80
북구노인복지관 6개월 6월, 12월 초급20,중급30
울주남부노인복지관 6개월 6월말,1월말 100
울주서부노인복지관 6개월 7월말,1월말 초급60,중급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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