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달러화의 지속적인 하락과 유로화의 급등이 전세계 경제인의 관심사로 대두되고 있다. 특히 일본은 엔화환율을 절하(환율상승)시켜 수출 증대를 통한 경제회복에 사활을 걸다시피 하고 있다. 작금의 환율문제는 국가간 소리없는 전쟁으로 이의 성패에 따라 각국은 경제가 회복되느냐 마느냐 하는 기로에 서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이러한 환율전쟁의 영향권에 있으며 최근에는 미달러화의 약세에 따라 상대적으로 원화가 고평가(환율하락)되어 수출에 상당한 차질을 빚고 있다. 환율변동은 수출입 등으로 대외거래가 많은 기업의 경영에 직접적인 손익을 주는 것은 물론 수입원자재 가격의 등락을 통해 여타 기업들에게도 커다란 영향을 준다. 일반 가계도 환율변동의 영향을 받는다. 환율이 급등할 경우 자녀의 유학비용을 송금하는 사람은 부담이 늘어난다. 따라서 국제화시대에는 누구나 환율에 대해 충분히 이해를 하고 환율변동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우선 환율은 어떻게 결정되는가. 다른 선진국과 같이 우리나라는 자유변동환율제도를 채택하고 있어 기본적으로 환율은 외환시장(금융기관간 외화자금 거래시장)에서 수요와 공급에 따라 결정된다. 환율이 과도한 움직임을 보일 때는 한국은행이 이를 조정(smoothing operation)하기도 한다. 이외에도 환율은 이라크전이나 북한핵문제 등과 같은 주변여건과 지정학적 사정, 그리고 다른 나라의 환율 움직임에 따라 민감하게 변동한다. 따라서 환율의 변화방향이나 그 폭을 정확히 예측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

 필자는 오랫동안 외환시장 실무경험과 연구를 해왔지만 환율 움직임을 도무지 예측할 수가 없다. 환율뿐만 아니라 주가흐름 등 미래에 전개될 일을 정확히 예측한다는 것은 인간의 능력을 벗어나는 것으로 보인다.

 성경의 창세기에는 요셉이 꿈 해몽을 통해 각각 7년씩 풍년과 흉년이 이어질 것을 정확히 알아낸 이야기가 나오는데 이도 인간의 능력이라기보다 하나님의 계시에 의한 것임을 알 수 있다. 그러면 예측 불가능한 환율의 변동에 대해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이것이 바로 환율위험(환리스크)관리의 문제이다. 기업은 다양한 방법을 통해 환리스크를 관리할 수 있다. 우선 본지사(업체)간 외화지급과 영수가 반복적으로 발생할 경우 이를 건별로 하지 않고 차액만을 결제하는 방법(상호계산)이 있다. 또 수입대금 지급시기와 수출채권 영수시기를 일치시키거나, 자금결제 시기를 앞당기고 늦추는 방법(리드 앤 래그)이 있다.

 파생상품 거래를 통해서도 환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 자금결제 시기에 맞춰 은행과 장래 환율을 미리 약정(선물환)하거나 또 선물거래소에서 표준화된 환리스크 회피 상품(선물, 옵션)을 거래하는 방법이 있다. 이외 간편한 환변동보험도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기업들은 환리스크관리를 소홀히 해 왔다. 작년 7월 금융감독원의 조사에 의하면 대기업의 86.8%, 중소기업의 67.8%만이 환리스크를 관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환리스크를 관리하지 않는 기업중에는 관리수단을 모르거나 알면서도 실행하지 않는 등 경영층의 인식부족에 의한 업체가 많은 것으로 조사되었다.

 한국은행의 기업경영분석에 따르면 우리나라 제조업체의 2001년 매출액대비 순외환손익비율은 -0.26%로 나타났다. 만약 외환손실이 없었다면 매출액대비 경상이익률(0.35%)이 0.61%로 높았을 것이다. 이처럼 환리스크 관리는 기업경영의 안전성 확보에 필수불가결한 요소이다. 국제거래가 증가하고 환율의 변동성이 날로 높아지는 현실에 대응하여 기업들은 하루속히 외환전문가를 확보·양성하거나 여의치 않는 경우 거래은행을 활용하는 등 환리스크를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어야 한다. 미래는 준비하는 자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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