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의 지배적 관심분야가 문화, 환경, 복지가 될 것이라고 주장하는 미래학자들이 많다. 그 중 앨빈 토플러는 미래가치 중 문화를 가장 중요시하면서 문화의 주도권을 잡은 나라가 세계인의 감성까지 지배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정보와 지식의 힘이 시장을 지배하는 "새로운 경제’시대가 도래하고 문화의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무한 전쟁이 시작되었으며, 각국은 이제 그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주장은 현실로 우리 눈앞에 다가서고 있다. 미국의 유명한 영화감독인 스티븐 스필버그가 제작한 "쥬라기공원"은 전 세계적으로 엄청난 흥행기록을 세워 거두어들인 돈이 어마어마하다고 한다. 이를 보고 항간에서는 "자동차 100만대 수출하는 것 보다 낫다"는 말이 떠돌기도 하였다. 한마디로 새롭게 떠오르는 굴뚝 없는 문화사업이 대박을 터트리는 반면 20세기를 떠받쳐 온 굴뚝산업의 쇠퇴를 대비하여 투영해주는 말로 이해할 수 있다. 21세기에 있어 문화의 주도권을 거머쥔다는 것은 경제적 풍요를 약속하기도 하지만 그에 못지 않게 인류의 정신세계를 지배할 수 있는 힘을 가지게 된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문화기준의 미국화에 앞장서고 있는 할리우드식 사고의 전세계적인 파급을 우려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문화의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무한 전쟁이 시작된 만치 우리도 팔짱을 걷어붙이고 나서지 않으면 안되게 되었다.

 "고래와 함께! 울산과 함께"란 슬로건 아래, 그리고 2005년 "국제포경위원회( International Whaling Commission)" 총회 울산유치 성공을 기원하는 마음으로 열린 제9회 "울산고래축제’가 지난달 30일 장생포 해양공원에서 막을 연 뒤 고래의 고장 장생포와 울산시민의 새로운 문화공간인 울산대공원에서 지역주민과 어울러진 흥겨운 한마당 축제로 이루어졌다. 비록 연륜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처용문화제’와 더불어 울산을 대표하는 축제로 브라질 리오데자네이로에서 거행되는 삼바춤으로 유명한 "리오 축제’, 일본 삿포로의 "유키 마쓰리’(눈(雪) 축제), 그리고 1810년부터 계속된 독일 뮌헨의 "옥토버페스트’(Oktoberfest) 같은 세계적인 축제로 발전해 나가기 위해선 지역주민들의 각별한 관심과 지원, 지방자치정부의 효율적이고 생산적인 지도와 기획, 관리, 운영 등이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이번 행사에서 처음으로 장생포해양공원과 울산대공원으로 나눠 개최하고, 일본포경협회 홍보관 등에서 바다와 고래에 관한 다양한 전시회 및 프로그램을 마련하여 나름대로 성공적인 축제를 위한 노력이 경주되었다는 긍정적인 평가도 있는 반면 기대 이하의 축제였다는 지적도 없지 않다. 고래축제임에도 불구하고 고래와는 상관없는 프로그램들이 너무 난무했고 프로그램을 지나치게 다양화하다보니 프로그램 자체의 내실을 다지는데 부족함이 없지 않았다. 시민들이 함께 참가할 수 있는 행사도 생각보다 적어 원래 축제가 의도한 목적을 제대로 달성하지 못했다는 볼멘소리도 존재한다.

 현재 많은 나라의 지방자치단체들이 문화부문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지역 고유의 자연자원과 역사문화자원을 상품화하거나, 향토축제와 같은 이벤트로 재정수입원 창출에 힘쓰고 있는 만치 울산이라고 해서 예외일 수는 없다. 이를 위해 울산시민들의 울산문화사랑과 관심이 무엇보다 필요하며 그에 못지 않게 지방자치단체의 진솔한 노력과 앞을 내다보는 전향적인 자세가 요구된다.

 올해의 울산고래축제를 마무리 지으면서 나름대로 진솔한 평가를 바탕으로 시민과 지방자치단체가 하나가 되어 주민과 어울러진 울산문화축제를 한 단계 더 승화시키고 세계적 축제로 발전시켜 나가는데 힘을 합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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