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리대밭은 태화강 태화교와 삼호교 사이 강변을 따라 4km 구간에 조성돼 있는 대밭으로 울산 12경 중 하나이다. 일제 때 잦은 농경지 피해를 줄이기 위해 홍수 방지용으로 심은 것이다. 십리대밭은 예나 지금이나 울산사람들에게 있어서 삶의 정서적 공간이다. 그 속에 살아온 생이 있고, 역사가 있고, 모성적 그리움이 있다. 최근 들어서는 시민의 휴식처로도 각광을 받고 있다.
그러나 지역 전역으로 개발이 가속화되면서 이 곳 역시 불법경작과 간벌 등에 따른 훼손으로 폐해가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 특히 중구 태화동 동강병원 앞~명정천 약 1km 구간의 경우 더 이상 방치할 수 없을 정도로 심하게 훼손이 됐다. 여기에 시유지(6천418㎡) 대숲을 중심으로 한 불법경작마저 가속화되고, 경작지의 규모가 점차 넓어지자 지역 언론의 도마 위에 오르내리는 일마저 잦아졌다.
문제는 울산시가 이 일대에 대해 감시 감독은커녕 합리적인 대책조차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는데 있다. 시는 현재 이곳을 보존하기 위해 태화강을 태화, 삼호, 삼호섬지구 등 3개 권역으로 나눠 생태공원으로 조성할 계획으로 있다. 현재 이 사업은 부산지방국토관리청의 하천기본계획 재정비사업과 연계돼 추진중에 있는데, 계획대로 완료되면 십리대밭은 더 이상 훼손될 이유가 없다. 그런데 지금 같은 상황이 계속될 경우 생태공원 조성사업은 추진할 이유가 없게 된다.
따라서 이 시점에서 필요한 것은 십리대밭이 더 이상 훼손되지 않게 울산시가 조처를 취하는 일이다. 이미 많은 예산을 들여 조성한 바 있는 십리대밭 조깅 코스(1km)의 망가진 부분과 간벌로 망가진 일부 사유지 대숲을 손질하면서 말이다. 새삼 강조하지만, 십리대밭의 수난은 이쯤에서 끝나야 한다. 더 이상은 재난과 재앙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