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일본 국빈방문을 마치고 귀국했다. 노 대통령은 3박4일간의 이번 일본 방문을 통해 주로 한일양국간 미래지향적 관계정립의 필요성에 초점을 맞추는 외교행보에 주력했다. 노 대통령이 방일 마지막날 중의원 연설에서 "한일 양국의 공동의 미래"에 대해 역설한 것도 구원이 얽힌 과거보다는 미래를 내다보자는 새로운 화두에 대해 양국 국민이 관심을 기울여야할 때라는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얼마전 방미외교에서도 보여주었던 철저한 현실외교적 접근방향이다. 그렇지만 노 대통령의 방일기간 통과된 일본 유사법제를 둘러싼 논란이나 민감한 부분을 우회한 과거사 문제 등을 굳이 거론하지 않더라도 전체적으로 돌아볼 때 노 대통령의 구체적 방일성과가 무엇인지 선뜻 짚이는 것이 없다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한일 양국이 20세기의 역사를 뒤로하고 21세기를 맞아 동북아에서 중국과 함께 새로운 미래지향적 관계를 맺어나가야 한다는 것은 당연하고도 다른 대안이 없는 과제라 할 것이다. 하지만 그런 전향적 관계는 어디까지나 서로 믿을 수 있는, 신뢰에 바탕한 상호 접근을 전제로 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피해의 역사를 가진 우리가 먼저 매듭을 풀기 위해 보인 성의와 노력에 비해 일본이 이번 노 대통령의 방일기간내보인 태도는 실망스럽다는 표현만으로는 부족할 정도라 할 것이다.

 실제 이번에 통과된 유사법제가 곧바로 일본의 군사대국화나 군국화를 위한 기틀확보와 연결시키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음을 부인하지 않는다. 또 과거사에 관한 문제들도 이미 어느정도 양국간 여러차례 걸러진 사안이라는 측면이 없지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문제는 일본이 이번에 한일 양국간 전향적 관계설정을 위해 최소한도로 요구되는 신뢰를 보여주지 못했다는 점이다.

 이렇게 보면 노 대통령은 이번 방일외교를 통해 사실상 많은 숙제를 안고 돌아왔다고 보아도 좋을 것이다. 일본이 이번에 내보이지 못했던 신뢰를 구체적 후속조치를 통해 보완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우선적 과제다. 원론적 차원에서 언급됐던 비자면제, 자유무역협정(FTA), 재일동포 지방참정권 부여 등의 조기 추진이 그 하나일 것이고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긴밀한 협력관계 구축도 일본측 성의의 정도를 가늠할 시금석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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