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은 조그마한 소읍이었다가 제1차 경제 개발계획의 특정 공업 지구로 지정된 이후 그야말로 급격한 성장을 이루었으며 한국 경제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해 왔고 지금도 그러하다. 자동차, 조선, 정유, 기계공업 등 한국 산업의 기간을 형성하여 울산이 없는 한국 경제는 상상하기 힘들 정도다. 그래서 울산 사람들이 열심히 일한 댓가로 비슷한 규모의 타도시에 비해 경제적으로 좀더 여유로운 것이 사실이다.

 들리는 말로는 IMF 시절에도 울산은 그리 큰 타격을 입지 않았다 한다. 왜 타격이 없었겠나만은 그만큼 울산의 경제력은 탄탄하다는 뜻이다.

 주변 여건도 너무 좋다. 문수경기장, 울산대공원, 정자 해변, 경주, 부산 등이 가까이 있어 휴일에 가족들과 나들이 하기에도 더할나위가 없다.

 하지만 의료에 있어서는 어떠한가? 의료는 먹고사는 문제만큼이나 중요하다. 요즈음은 먹을게 없어서 굶는 사람은 없기 때문에 내 자신의 병이나 건강에 대해서 관심이 지대하다. 그런데 지금도 울산시민들은 큰 병이 걸렸다 하면 무조건 서울로 가야한다고 생각하고, 수술도 "울산에서는 안된다’는 인식이 강한 것 같다. 불임 분야를 예로 들어도 마찬가지인데 울산에서는 시험관아기를 할 수가 없다는 생각에 서울, 부산, 대구로 먼길을 다니면서 시험관아기 시술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울산토박이인 필자가 서울에서 근무할 당시의 일이다. 울산 환자들이 서울까지 와서 시험관 아기 시술을 받는걸 보고 놀란 적이 있었다. 환자들에게 왜 울산에서 시술하지 서울까지 왔느냐고 물어보면 한결같이 "울산에는 시험관 아기 시술을 하는 병원이 없다’는 것이었다. 지금도 환자들을 만나보면 "이 병원에서도 시험관아기 시술을 할 수 있느냐?”고 물어오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시험관아기 시술에 필요한 모든 시설과 장비를 갖추고 있고 제대로된 진료를 해도 "울산의 의료’ 자체를 못믿고 서울로 가야만 되는 줄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이러다 보니 감기 등 가벼운 질병은 울산에서 치료를 받지만 정작 큰 병이 생긴 경우에는 울산을 떠나 버리니 울산 의료의 공동화, 또는 낙후하다는 평가를 받는건 아닌지. 따라서 이런 인식이 팽배하니까 돈있는 사람들은 울산에서 치료를 받지 않는다는 말까지 들린다.

 필자가 울산에 와서 들은 바로는 울산에서 돈을 번 후에는 애들 교육 때문에, 또는 다른 이유로 서울 등 대도시로 이사를 가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울산에는 공업단지 조성이후로 외지인의 유입이 많아져서 지금도 토박이들의 비율이 낮은데 울산에 정착한 사람들이 정말로 울산을 사랑하고 더 발전시켜 나갈려면 경제 규모에 걸맞는 고급 교육과 의료 시설이 확충되어야 한다.

 울산에도 이제는 경제규모나 광역시라는 타이틀에 걸맞는 고급 의료시설이 자리를 잡아야 한다. 실력 있는 의사들은 소신을 가지고 일하고, 고급 진료를 원하는 사람들은 서비스에서부터 모든 면에서 만족할 수 있게 진료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미 울산에도 시설이 훌륭한 병원이 많고 실력을 갖춘 의사들도 많다. 환자들이 잘 선택한다면 멀리까지 가는 수고를 하지 않고 울산에서 고급진료를 편하게 받을 수 있다. 문제는 환자-의사간의 상호신뢰에 있지 않을까?

 울산도 이제는 개발 시대를 지나 삶의 질을 생각할 때가 왔다. 경제적인 팽창뿐 아니라 교육, 의료, 문화에 투자해야 울산이 진정한 광역시로서의 기능을 하고, 여기 우리가 사는 울산을 사랑하고 정착해서 자식들에게도 물려줄 수 있는 울산이 되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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