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민간기업의 일자리지원 절실 ③ 일자리 전담기관, 시니어클럽을 찾아서

중구·울주 2곳서 640여명 참여
전통음식
·도시락·비누만들기 등
4개 시장형 사업단 40여명 활약
지난해 매출액만 9억4천여만원

“콩 타겠다. 불 좀 낮추고 빨리 저어야지.”

지난 23일 점심시간을 앞두고 주방에 들어서자 밥 짓는 냄새와 간장에 콩을 졸이는 짭짤한 냄새가 흘러나왔다.

한쪽에서는 5명의 노인들이 감자 껍질을 깎고, 깍둑썰기를 하느라 분주한 모습이었다.

▲ 울산중구시니어클럽 희망비누사업단에서 일하고 있는 노인들과 직원이 23일 매장에서 생산한 비누로 만든 제품들을 다듬고 있다. 임규동기자 photolim@ksilbo.co.kr

점심도시락 준비와 내일 도시락 반찬까지 준비하고 있는 이 곳은 울산시 중구 태화동에 위치한 ‘희망도시락사업단’.

15명의 노인들이 도시락을 만들고 판매한 수익금으로 사업을 꾸려나가는 곳이다.

이곳에서 5년째 일하고 있는 김복매(74)씨는 “할머니의 손맛으로 도시락을 만들고 있다”며 “사람들이 도시락을 맛있게 먹고, 건강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사업단에는 70세가 넘은 노인들도 활기차게 음식을 만들고 재료를 준비하는 모습을 보였다.

김씨는 “도시락을 만드는 일은 함께 일하는 동료와의 호흡이 중요하다”며 “연륜이 많아서 그런지 서로가 눈빛만 봐도 통한다. 일하는 것이 재밌고 보람차다”고 말했다.

노인들이 일하고 있는 희망도시락사업단은 울산중구시니어클럽에 속해있는 사업단이다. 순수 민간분야 시장형 사업단 중 한 곳으로 정부의 보조금 없이 법인사업체로 운영되면서 창출되는 수익금을 일하는 노인들이 나눠가지는 소규모 창업기업이다. 기업에서 일자리를 만드는 경우도 있지만, 이처럼 시니어클럽에서 정부보조금을 받는 사업단으로 출발해 일정 기간이 지나면서 보조금 없이 자립해 법인사업체로 소득을 창출하는 곳도 있다.

울산중구시니어클럽의 서정숙 실장은 “많은 분들이 시니어클럽을 잘 모르고 계신 분들이 많은 것 같다”며 “시니어클럽은 노인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노인일자리창출 전문기관”이라고 설명했다. 울산에는 중구시니어클럽과 울주시니어클럽 2곳이 있다. 중구시니어클럽은 지난 2004년에 설립돼 총 14개의 사업단에서 430여 명의 노인들이 참여하고 있으며, 울주시니어클럽은 지난 2009년에 설립돼 총 8개의 사업단에서 210명의 노인들이 참여하고 있다.

시니어클럽에서 하고 있는 사업단의 내용을 들여다보면, 공익형사업과 시장형사업, 복지형형사업, 파견형사업 등이 있다. 이중에서 순수 민간분야 시장형 사업단으로는 중구시니어클럽의 전통음식사업단 ‘울산제사 얼’과 희망도시락사업단, 희망비누사업단, 사회적기업 ‘아삭김치’ 등 4곳이 있다.

4곳의 사업단에서 일하고 있는 노인의 수는 약 40여명. 지난해 매출액만 9억4000여만원에 이른다. 수익금 전액은 노인일자리 사업확대와 일을 하고 있는 노인들에게 각각 배분되고 있다. 전통음식사업단은 제례음식 주문제작과 반찬류 주문제작, 통도사 서운암 장류 직판장 운영 등을 하고 있으며, 희망도시락사업단은 행사용 국밥과 도시락 제작 등을 하고 있다. 희망비누사업단은 각종 천연비누와 비누꽃을 제작하고 판매하며, 아삭김치는 1일 1t의 생산 설비시설을 갖추고 김치를 생산·판매하고 있다.

희망비누사업단에서 1주일에 한두번씩 출근해 비누를 만들고, 매장을 관리하는 안모(64·우정동)씨는 “몸이 안아프고 일할 수 있는 게 좋다”며 “앞으로 시니어클럽에서 계속적으로 일해나갈 생각”이라고 밝혔다. 안씨는 “빨래비누며 기능성비누를 굳히는 데 적어도 10일에서 한달 이상 걸릴 때도 있다”며 “정성으로 만든 비누를 시민들이 많이 사갈 때 보람을 느낀다. 일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노인일자리사업의 출발점이 된 한국시니어클럽협회는 올해로 설립 10주년을 맞아 그 역할에 대한 중요성이 더 커졌다. 지난 20일 울산에서는 ‘100세시대 울산지역 중고령자 지역케어 전망과 일자리창출 방안’을 주제로 시니어클럽 10주년 기념 전국 릴레이 울산시니어클럽토론회를 열기도 했다.

한국시니어클럽협회 김창규 회장은 토론회 기조강연에서 “시니어클럽은 일을 통해 노인복지실현과 활동적 노화를 추구하며 노인일자리사업의 저변을 확대한 성과가 있다”며 “앞으로 노인에게 적합한 일자리를 개발하고 제공하기 위해 해결해야 할 여러가지 과제를 풀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은정기자 new@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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