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민간기업의 일자리지원 절실 - ④ 재취업과 재고용을 대비하자

▲ 지난 7월18일 시니어 스태프 실습을 하고 있는 노인들이 한 편의점에서 카운터 업무를 배우고 있다. 울산시노인일자리지원센터 제공
지난달 29일. 첫 출근을 하는 배모(여·65)씨의 발걸음은 가벼웠다. 건물 청소를 하는 단순한 일이었지만, 회사에 다니는 것 자체가 삶의 활력이 됐다.

나이가 들어도 몸이 건강한 배씨는 계속 일을 하고 싶었다. 그는 이력서를 쓰는 것과 취업상담받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다.

배씨가 제일 처음 취업의 문을 두드린 것은 지난 2009년. 환경미화와 관련한 일을 하던 배씨는 지난해 일을 그만둔 뒤, 올해 또 다시 취업에 도전했다. 지난번보다 취업에 대해 더 적극적인 마음을 가진 것이 큰 도움이 됐다. 업체의 연락을 받은 배씨는 다음날 바로 일을 시작할 수 있었다.

노인일자리지원센터, 기업체 인식개선·노인역량 강화 주력
취업 전 소양·직무교육·사후관리 등 다양한 프로그램 진행
베이비 부머 세대 퇴직 대비 새로운 직종 개발 시급 지적도

◇노인취업 마음가짐 달라져야

최근 일에 대한 욕구가 늘어나면서 재취업을 준비하는 노인들의 마음가짐에도 변화가 왔다. 이력서를 미리 준비하는 것은 기본이고, 취업 관련 상담과 취업 정보 등을 활용하는 노인이 늘고 있다.

▲ 울산시노인일자리지원센터는 지난 7월19일 센터 내에서 노인들에게 아이돌보미 직종교육을 실시했다.

울산중구시니어클럽에서 인력파견을 담당하고 있는 김미금 과장은 “취업준비를 하고 오는 노인들이 늘었다”며 “기본적으로 취업에 대한 자세 자체가 달라졌다. 사업주가 바라는 구직자의 모습을 정확히 파악하고 방문하는 분들이 많다”고 말했다.

취업 자세 뿐만 아니라 자신만의 전문적인 영역을 개척하려는 노인들도 생겼다. 울산중구시니어클럽에서 실시한 실버바리스타 교육에는 9명의 노인들이 참여해 6주간의 전문 과정을 밟았다.

김 과장은 “노인들은 단순직종이 아닌 전문직종으로 기술을 배양하는 것도 필요하다”며 “변화하는 것에 적응을 빨리 하는 노인이 재취업에 있어서도 좋은 기회를 많이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울산중구시니어클럽에서는 실버바리스타 교육을 마친 노인들이 일할 사업장을 찾고 있다. 부산과 대구의 경우, 시니어클럽과 업무협약을 맺은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이 있지만 울산에는 아직 없는 실정이다. 인력파견 부분에서는 경비와 미화원, 식당보조, 청소 등의 한정된 직종에서만 노인 일자리 연결이 이뤄지고 있다.

▲ 울산시노인일자리지원센터는 지난 6월30일 취업을 희망하는 노인들을 대상으로 서비스직 직종교육을 실시했다.

◇업체의 인식개선 절실해

노인들이 재취업을 하는 과정은 20~30대에 비해 어려울 수밖에 없다. 노인 취업이 활성화되어 있지 않고, 노인에 대한 편견이 있기 때문이다. 신체적 활동 능력이 부족하고, 업무 처리 능력이 현저히 떨어질 것이라는 편견은 취업을 시도하는 노인들의 심리를 위축시키는 요소다.

울산시노인일자리지원센터(이하 센터) 홍문봉 인력파견 담당은 “노인들이 젊은 사람에 비해 업무 대처 능력이 약한 것은 맞지만, 일을 못하는 건 아니다”며 “얼마든지 일을 할 수 있는 건강한 노인들이 많다. 노인에 대한 인식개선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기업들의 인식개선과 노인들의 역량강화를 위해 센터에서는 노인들의 취업 전 소양교육과 직무교육, 사후관리 등을 실시하고 있다. 노인들은 현장에 직접 나가 실습을 받고 취업시 맡은 일에 바로 투입된다. 또 인턴십과 연수를 통해 노인을 채용한 기업을 지원하고 있다.

홍문봉 담당은 “울산지역의 고령자 채용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면서 “노인을 채용해서 성공한 사례가 있기 때문에 계속적으로 노인 일자리가 생기고 있다. 파도타기 효과처럼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농협하나로유통의 경우 지난 7월 18명의 노인을 연수형태로 고용했고, 장독김치는 지난달 10명의 노인을 인턴십으로 고용한 바 있다. 지난 9월 한달에만 센터의 구직자 접수 건수는 174건, 알선 건수는 215건이었다.

◇베이비부머 퇴직자들, 몰려와

노인과 고령자의 재취업·재고용은 고령화시대를 맞이한 울산의 향후 최대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울산발전연구원 김혜림 연구위원은 ‘100세시대 울산지역 중고령자 지역케어 전망과 일자리창출 방안’에서 “베이비부머 퇴직자들이 대거 양산되는 2013년부터는 고령자 일자리에 대한 실질적인 제도개선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베이비부머 세대는 1955년부터 1963년 사이의 출생자들로 울산에는 2009년 12월 기준 3만3000여명이 있다.

제조업체가 밀집해있는 울산지역은 향후 3년간 주요 기업체 퇴직예정자가 약 4000명에 이른다. 특히 울산 동구의 대표적인 기업인 현대중공업의 경우 향후 10년간 약 1만여 명의 은퇴자가 배출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중 생산직은 7855명으로 전체의 74%를 차지하고 있다.

김 위원은 “베이비붐 세대의 70%가 노후 일자리로서 이전에 했던 일과 동일하거나 동일 사업장에서 일을 하기를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퇴직예정자와 기업과의 연계를 통해 재취업 가능성을 확대하고, 단순노무를 넘어서는 새로운 직종개발을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기업 내부에서도 근로자 고령화에 대한 자체 대안 등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지난 7월 실시한 ‘제조업체 근로자 고령화 대응현황 조사’에 따르면 ‘퇴직 후 재고용’, ‘정년연장’ 등 고용연장 방안을 1개 이상 시행하고 있다는 기업이 전체 407곳의 기업 중 232곳인 57%에 달했다. 도입 계획 중에 있는 곳도 91곳(22.4%)으로 조사됐다.

울산지역은 조사 대상인 14개의 업체 중 12개사가 고용연장 방안을 시행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울산대학교 법학과 이수원 교수는 “퇴직 후의 삶의 문제가 퇴직자 개인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고령화 사회로 진입한 우리 사회 전체의 심각한 문제”라며 “퇴직지원센터 설립과 퇴직자 전직지원서비스 시행을 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은정기자 new@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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