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치매, 이제는 사회 공동의 책임 - ② 치매의 진단 및 예방

이모(여·77)씨는 지난 5월 가까운 신경과를 찾았다. 건망증이 부쩍 심해진 탓이다. 시장을 본 뒤 자신이 살고 있는 아파트 동을 잘못 찾아가는가 하면, 방금 물건을 놓아두고도 어디에 뒀는지를 잊어버렸다. 사람이나 사물 이름이 바로 떠오르지 않아 한참을 생각해야 하는 일도 있었고, 자신이 했던 말을 가족들에게 다시 반복적으로 묻기도 했다.

이씨의 진단명은 치매. 신경심리검사결과, 이씨는 올해가 몇 년도인지조차 기억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치매 환자 50% 이상이 뇌 일부분 쪼그라드는 ‘알츠하이머’
친구 만나기·라디오 청취·하루 1~2잔 적당한 음주·긍정적 사고 도움

◇치매의 진행과정

치매의 진단을 위해서는 치매가 무엇인지 먼저 알아야 한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기억력이 떨어지는 것이 치매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치매에 걸리면 기억력 뿐만 아니라, 언어능력과 시·공간적인 능력, 판단력 등의 복합적인 인지기능이 함께 떨어진다.

▲ 울산시치매지원센터는 치매가족모임을 꾸려 환자와 보호자를 대상으로 원예치료를 실시하고 있다. 울산시치매지원센터 제공

동강병원 신경과 김성률 과장은 “집에서나 회사에서 생활하는 데 불편함을 느껴야 치매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기억력이 떨어지더라도 일상생활에서 불편함을 느끼지 않는다면, 치매로 보기 어렵다는 것. 슈퍼에서 계산을 한 뒤 잔돈을 받지 못하거나, 밖에 나가서 길을 찾지 못하고, 해야 할 말이 생각나지 않아 생활하는 데 불편함을 느낀다면 전문의를 찾아 치매 관련 검사를 받아볼 필요가 있다. (표1 참조)

치매 중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알츠하이머 치매의 경우 초기단계에서부터 말기단계까지 다양하고 심각한 증상이 나타난다. 알츠하이머 치매는 뇌의 일부분이 쪼그라들어 생기는 치매로, 우리나라 치매 환자의 50% 이상을 차지한다.

대표적인 초기증상으로는 △옛날 기억은 유지되나, 최근에 있었던 일은 잊어버린다 △조금 전에 했던 말이나 질문을 되풀이 한다 △예전과 달리 날짜나 시간을 잘 모른다 △대화 중 정확한 단어가 떠오르지 않아 ‘그것’, ‘저것’으로 표현하거나 머뭇거린다 △돈계산이 자주 틀린다 △‘누가 돈을 훔쳐갔다’, ‘부인이 바람을 핀다’ 등의 의심을 보인다 등이 있다.

▲ 동강병원 신경과는 울산시치매지원센터와 함께 울산지역 경로당에서 일반 노인들을 대상으로 치매예방과 관련한 교육을 실시했다.
중기증상으로는 △집주소와 전화번호, 가족이름, 출신학교 등을 잊어버린다 △상대방의 말을 이해하지 못해 엉뚱한 대답을 하거나 말수가 줄어든다 △의심이 심해지거나 배회, 난폭행동, 반복행동 등이 나타나며 환각을 경험한다 등이 있고, 말기증상으로는 △자신이 누구인지 기억하지 못한다 △혼자서 웅얼거리거나 말을 하지 않는다 △근육이 굳어지고 보행장애가 나타나 거동이 힘들어진다 등이 있다.

◇치매의 진단과 치료

일단 치매가 의심돼 병원을 찾은 사람들은 간이신경정신검사와 혈액검사, MRI, CT 등의 검사를 받는다. 간이신경정신검사는 10분정도로 끝낼 수 있는 간단한 문항으로 이루어져 있다. 사용이 간편하고 누구나 쉽게 검사를 시행할 수 있지만 학력이 낮은 정상 노인도 치매로 판정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이 검사만으로 치매를 확정지을 수 없다.

병원에서는 치매가 의심된다고 판단되면 간이신경정신검사보다 광범위한 부분을 평가할 수 있는 서울신경심리검사를 시행하고 있다. 서울신경심리검사는 2시간에 걸쳐 진행되며, 전문간호사가 검사 진행을 직접 도와준다. 기억력과 시공간능력 등 다방면에 걸친 인지기능과 행동양상 등을 평가할 수 있다.

‘지금 이 방에 문이 닫혀 있습니까?’, ‘구두를 신은 다음 양말을 신습니까?’, ‘돌이 물에 가라앉습니까?’와 같은 언어이해력 검사에서부터 계산능력, 숫자 거꾸로 따라하기 등의 주의집중능력, 우울척도 등을 검사한다. 언뜻 보기엔 누구나 풀 수 있는 문제처럼 보이지만, 치매를 앓고 있는 환자에게는 자신의 증상을 알아낼 수 있는 세부적인 물음들로 구성돼 있다.

의사는 신경정신검사와 병력청취, 혈액검사, 영상의학검사, 치매평가척도 등 종합적인 검사 결과를 취합해 치매 진단을 내린다. 치매의 진단이 확정되면, 약물을 통해 대부분의 치료가 이뤄진다. 치매 환자에게서 볼 수 있는 불안과 우울, 망상, 환각, 수면장애 등을 개선하는 치료도 함께 병행된다. 최근에는 원예치료와 음악치료 등의 새로운 방법도 생겨났다. 울산시치매지원센터에서는 치매가족모임에서 원예치료와 차 치료 등을 지원하고 있다.

◇치매의 예방

치매의 가장 큰 위험인자는 ‘나이’이다. 고령화시대로 접어들수록 치매 환자가 늘어나는 것은 당연한 과정이다. 동강병원 김성률 과장은 “나이와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이 치매의 가장 큰 위험인자”라며 “식생활 개선(표2 참조)과 함께 활발한 사회활동을 하는 것이 치매를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신문을 읽거나 책을 읽는 등의 지적인 활동과 손을 많이 쓰는 운동을 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김 과장은 “손을 많이 쓰는 운동을 하라고 해서 손가락만 움직일 것이 아니라, 뇌세포의 상호작용을 일으키는 활동을 해야 한다”면서 “지속적으로 뇌에 자극을 주는 지적인 활동을 추천한다”고 밝혔다. 그는 “치매의 원인 중에 ‘우울증’이 들어있는 만큼 긍정적이고 밝게 생활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치매예방과 관련 울산시치매지원센터와 각 구·군 보건소에서는 ‘건강하고 행복한 노후를 위한 치매예방처방전’에서 일곱가지 방법을 제시해 일반 시민에게 알리고 있다.

매일 친구를 만나고 집 청소를 하라, TV보다는 라디오를 들어라, 주 3회 이상 걷는 운동을 하라, 적당한 음주(하루 1~2잔 정도)를 하라, 등 푸른 생선과 우유, 과일주스를 마셔라, 비타민 E와 C, 엽산제를 꾸준히 복용하라, 담배는 꼭 끊어라 등이 있다.

김은정기자 new@ksilbo.co.kr

■ 치매 자가진단 테스트(표1) 울산시치매지원센터 제공
번호 항목 응답
1 오늘의 날짜(월,일,요일)를 잘 모른다 2 1 0
2 자기가 놓아둔 물건을 찾지 못한다 2 1 0
3 같은 질문을 반복해서 한다 2 1 0
4 약속을 하고서 잊어버린다 2 1 0
5 물건을 가지러 갔다가 깜빡하고 온다 2 1 0
6 물건이나 사람 이름을 대기가 어렵다 2 1 0
7 대화 내용을 이해못해 반복해서 물어본다 2 1 0
8 길을 잃거나 헤맨 적이 있다 2 1 0
9 예전에 비해 계산능력이 떨어졌다 2 1 0
10 예전에 비해 성격이 변했다 2 1 0
11 잘 다루던 가구 사용이 서툴러졌다 2 1 0
12 전보다 방이나 집안 정리정돈을 못한다 2 1 0
13 상황에 맞게 옷을 골라 입지 못한다 2 1 0
14 대중교통으로 혼자 목적지에 가기 힘들다 2 1 0
15 옷이 더러워져도 갈아입지 않으려 한다 2 1 0
*1년전 상태와 비교, 합계가 6점 이상이면 전문의 상담 필요.

■ 치매예방음식(표2)
종류 효과
카레 강황의 쿠르쿠민 색소가 산화를 방지하고 염증을 감소시켜 치매 진행을 지연시킨다.
등푸른생선 고등어, 꽁치 등에 있는 EPA와 DHA는 뇌혈관성 치매를 예방하는데 효과적이다.
견과류 땅콩, 호두, 잣 등은 비타민E가 풍부해 혈전과 고지혈증 개선 및 뇌졸중 예방에 좋다.
우유 뇌활동에 필요한 신경전달물질의 원료가 되는 필수 아미노산이 들어있다.
신선한 채소 신선한 채소와 과일에는 비타민E, 엽산 등이 풍부해 뇌의 노화를 방지한다.
잡곡밥 현미 등 잡곡에는 비타민B1이 풍부해 뇌의 에너지원이 되는 포도당 생성을 촉진한다.
은행 혈관확장 기능에 효과적이며, 혈액순환을 촉진해 치매예방에 효과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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