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즈니스컬처스쿨 ‘한국미술 새로 보기’
강우방 前경주국립박물관장

▲ 강우방 전 경주박물관장이 17일 CK아트홀에서 열린 제1기 비즈니스컬처스쿨에서 ‘한국미술 새로 보기’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김경우기자 woo@
“1997년 여름 어느날, 경주박물관의 성덕대왕신종을 살피는데, 너무 거대하여 파악하기가 어려웠다. 면을 이리저리 보다가 순간 깜짝 놀랐다. 아, 우리가 지금까지 불러온 귀면이 바로 용의 얼굴을 펼쳐서 표현한 것이라는 깨달음이 천둥치듯 가슴에 울려왔다.”

17일 오후 7시 남구 달동 CK아트홀에서 경상일보 비즈니스 컬처스쿨 제17강 ‘한국미술 새로 보기’가 진행됐다. 이날 강사로 나온 강우방 전 경주국립박물관장은 당시의 일을 회상하면서 그 동안 헤아릴 수 없이 보아온 일본과 한국의 귀면(鬼面)과 중국의 수면(獸面) 모두가 용의 얼굴로 바뀌는 찰나였다고 소회했다.

강 관장은 당시의 사건은 자신의 학문적 대전환이었을 뿐 아니라 동양미술사 연구의 대전환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아직도 귀면을 고집하고 있는 사람들은 10년 전, 100년 전과 같은 상태에 머물고 있지만, 이제 용의 조형적인 구성과 상징구조를 모르면 동양미술을 올바로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안압지 녹유용면와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용의 입에서 나오는 무늬를 발견, 분석해 본 결과 동양의 우주생성론과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으며, 이 때 용의 얼굴로 말미암아 인류문화사가 새로운 국면에 이르렀음을 직감했다고 밝혔다.

용의 입에서 나오는 것을 이전에는 그냥 인동당초문이라고 불렀으나 자세히 조사해보니 우주에 충만한 대 생명력(영기)을 표현한 이른바 ‘영기문’이었음을 알게 됐다고 강 관장은 설명했다. 이렇듯 용과 연꽃, 그리고 영기문은 상호관계를 정립하면서 통일신라 때 완성됐다고 그는 덧붙였다.

강우방 전 관장은 서울대 독문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하버드 미술사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했으며, 국립중앙박물관 미술부장, 학예연구실장, 국립경주박물관 관장, 이화여대 초빙교수를 역임했다. 현재는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 원장을 맡고 있다.

그는 평생 한국미술의 모태가 통일신라 미술에 있다고 생각해 왔으나 대학으로 자리를 옮긴 2000년 이후부터는 더 근원적인 모태가 고구려 미술임을 확신하고 있다. 때문에 지금 한국미술 전체를 재해석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이재명기자 jmlee@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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