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치매, 이제는 사회 공동의 책임 - ③ 치매의 간호

“우리 어머니는 치매환자 입니다.”

직장인 허모(여·47)씨는 홀로사는 친정어머니가 치매에 걸린 사실을 알게 됐다. 단순히 건망증이 심한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어머니의 상태는 길을 제대로 찾지 못할 정도로 심각해졌다. 5남매는 모두 분가해 친정집을 자주 찾지 못했고, 어머니는 대부분의 시간을 혼자서 보냈다.

허씨는 “어머니의 정확한 상태를 일찍 알지 못한 것이 화근이었다”고 말했다.

셋째딸이었던 허씨는 자신의 집과 직장, 친정집을 오가며 어머니를 간병했다. 다른 가족들도 간간이 어머니를 찾았지만, 생계 때문에 어머니를 도맡아 간병할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제대로된 간호방법을 몰랐던 허씨도 힘들기는 마찬가지였다. 어머니는 나이가 많은 탓에 거동도 불편해졌지만, 잦은 실금과 실변, 의사소통 장애 등의 치매 증상을 보였다.

허씨는 “몇 번의 가족 회의 끝에 어머니를 인근의 시설로 모시기로 했다”며 “어머니가 집에서 가족과 함께 있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았다. 어머니가 가장 편하게 지낼 수 있는 곳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지원센터·요양병원·방문목욕 등
노인장기요양보험 따른 혜택 활용
꾸준한 의사소통으로 환자에 맞춰
생활능력 유지로 치매진행 늦춰야

◇치매 관련 서비스 활용은 필수

“가족 중 한 명만이 치매 환자의 간호를 도맡지 말라.”

치매환자의 간호와 관련, 일본에서 권위자로 인정받고 있는 하세가와 가즈오 의학박사는 치매환자가 있는 가족에게 부탁하고 싶은 말로 “치매 환자를 돌볼 때 결코 혼자서 하지 말고, 각종 서비스를 능숙하게 이용할 것을 추천한다”고 했다. 집에서 치매환자를 간호하는 사람에게도 휴양이 필요하며, 스트레스를 최대한 줄일 필요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현재 보호시설이나 요양원, 재택방문 서비스 등이 늘어나고 있다”며 “결코 혼자서 간호를 다하려하지 말고, 국가적 서비스를 이용해라. 환자 뿐만 아니라 보호자의 건강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울산시노인복지관 재가노인지원서비스센터(주야간보호시설)에서는 치매노인들을 낮동안 보호하면서 의료서비스 등 다양한 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사진은 혈당체크를 하고 있는 노인들의 모습. 울산시노인복지관 재가노인지원서비스센터 제공

울산지역에서 치매환자를 위한 가족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곳으로는 울산시치매지원센터와 보건소, 노인요양병원, 요양원, 주·야간보호 노인복지센터, 방문요양·방문목욕 서비스를 제공하는 노인복지센터 등이 있다. (표1 참조)

치매지원센터에서는 치매에 대한 종합적인 상담과 입소·이용가능한 시설에 대한 안내 등을 실시하며, 보건소에서는 치매노인의 등록 및 관리와 치매조기검진지원, 치매치료관리비 지원 등을 하고 있다.

치매환자가 이용할 수 있는 시설로는 전문의가 상주하고 있는 노인병원과 요양병원, 전문의가 상주하지 않지만 치매 및 각종 노인성 질환을 겪는 노인들을 돌보는 요양원 등이 있다. 노인들이 24시간 생활할 수 있는 시설과 달리 일정 시간 동안만 치매환자를 보호해주는 곳도 있다. 주·야간보호 노인복지센터는 주간과 야간 등 정해진 시간에 노인들을 돌봐 주면서 다양한 인지재활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노인돌봄 서비스 외에도 방문목욕과 방문요양 서비스를 제공하는 노인복지센터가 있다.

울산시립노인요양원 이화숙 복지과장은 “치매노인의 경우 가족이 함께 돌봐드리는 것이 가장 최선의 방법”이라면서 “낮에 치매환자를 돌볼 사람이 없다던가, 보호자의 심리적·신체적 부담이 있는 경우 노인장기요양보험을 이용해 가족의 형편과 특성에 맞는 서비스를 신청하는 것도 좋다”고 말했다.

◇치매진행을 늦추는 게 중요

치매간호의 핵심은 치매의 진행을 늦추는 것이다. 기존의 환자가 가지고 있던 생활능력을 잃지 않게 하는 것이 중요하며 잔존 기능을 유지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좋다. 그러기 위해서는 환자에게 무조건적인 도움을 주는 것보다 본인 스스로가 일상생활을 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식사와 옷입기, 목욕 등 기본적인 부분부터 사회적인 활동까지 일상생활 전반에 해당된다.

동강병원 중증치매 전문 정희경 간호사는 “인지재활치료와 보호자와의 의사소통을 통해 인지능력의 소실을 최대한 더디게 하는 것이 좋다”며 “일단 치매 진단을 받은 노인의 경우, 처방받은 약을 꾸준히 복용하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인지재활치료는 주로 기억력 회복과 주의력 향상 등을 돕기 위해 실시된다. 카드나 화투 등을 이용해 물건이나 사건을 연관 짓게 하는 연상법과 시간차 회생훈련, 퍼즐맞추기, 그림그리기 등의 프로그램이 있다. 시간차 회생훈련은 오늘 날짜나 요일 등 일상생활에서 쉽게 알 수 있는 정보를 주고 나서 곧바로 물어본 뒤, 1~2초 후에 또 묻고, 10초 후에 다시 물어보는 식이다.

▲ 울산시노인복지관 재가노인지원서비스센터(주야간보호시설)에서 노인들이 요가를 하고 있다.
주의력 향상 치료는 일정한 철자를 정한 후, 글을 읽다가 해당 철자가 발견되면 지적하게 하는 방식이다. 음악을 틀어놓고 장기나 게임을 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가정에서 치매환자를 돌볼때는 환자에게 최대한 맞춰주는 것이 좋다. 울산시립노인요양원 천혜민 간호사는 “치매 환자의 경우 본인이 아프다는 것을 잘 모르기 때문에 자각을 하도록 해주는 것보다 환자에게 맞춰주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예를 들면 치매 환자가 지우개를 보고 콩이라고 말해도 ‘아니다’라고 말하기 보단 ‘콩이 맞네요’ 등으로 수긍해줘야 한다.(표2 참조)

치매환자가 있는 경우, 가정 내에서 위험한 물건은 최대한 치우고 집안 환경을 단순하게 만들어야 한다. 밤에 배회를 하는 치매환자의 경우, 무조건 못나가게 막는 것보다는 보호자가 함께 손을 잡고 걸어주는 것도 좋은 간호방법이다.

천 간호사는 “치매노인에게 누구나 실수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상처를 받지 않게 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꾸중 받은 것은 금방 잊지만, 굴욕적인 기분과 부정적인 감정은 오래 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받아들이는 것’과 ‘왜 이런 일을 했는지 원인을 찾는 것’이 우선시되어야 한다. 김은정기자

노인장기요양보험=고령이나 노인성 질병(치매, 뇌졸중) 등으로 6개월 이상 동안 혼자서 일상생활을 수행하기 어려운 노인에게 신체 활동 또는 가사지원 등의 장기요양급여를 제공하는 사회보험이다. 치매 및 각종 노인성 질환으로 다양한 서비스를 지원받기 위해서는 장기요양등급판정을 받아야 노인 및 가족의 부담을 줄일 수 있다. 문의 국민건강보험공단 1577·1000

■ 치매노인 관련 기관 (표1)
기관명 전화번호
울산시치매지원센터 265·6275
한국치매가족협회 울산지부 258·3450
중구보건소 290·4353
남구보건소 226·2492
동구보건소 209·4110
북구보건소 219·7714
울주군보건소 229·8051
*노인장기요양보험 홈페이지(longtermcare.or.kr) 참조

■ 치매환자와 이럴 땐, 이렇게! (표2) (울산시치매지원센터 제공)
이럴땐 이렇게 이러면 안돼요
밥을 계속 달라고 할 때 조금후에 간식을 드릴게요 치매니까 먹은 것도 모르잖아요
(방금 먹었잖아요, 조르면 안돼요)
목욕을 하지 않으려고 할 때 그럼 조금 있다가 할까요? 더러우니까 목욕 안하면 안돼요
(억지로 옷을 벗기는 행위 등)
화장실이 아닌 곳에서 대·소변을 볼 때 바로 대소변을 치운다
(화를 내거나 야단치지 않는다)
거기는 화장실이 아니잖아요!
계속 반복해서 같은 질문을 할 때 몇 번이라도 느긋하게 대답한다 몇 번 얘기해야 알겠어요?
함께 사는 가족을 알아보지 못할 때 부정하지 말고 노인의 말에 맞춘다 잊어버렸어요? 틀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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